사람이란, 존재적 본질(存在的 本質)이 얼에서 왔다가 얼로 돌아가는
진리체(眞理體)인 '한얼사람'을 이르는 말이며, 말미암은 까닭이 있을 것이다.
얼은 울을 지니므로서 올과 알이 있는 것이니, 알은 어떠한 까닭을 뜻한다.
사람이 병(탈)이 생겼을 때 앓는다. 또는 앓다라고 한다. 앓다는 알타이며
알이 탄타는 뜻이다. 알, 즉 핵(核)이 타므로서 육신은 병(病)을 앓게 된다.
아프다는 알프다, 알이 부풀다. 알이 붓다이니 알(核)에 이상이 생기면 곧
병이 된다는 뜻이다.
'알타'는 육신의 고통인 동시에 얼(靈魂)의 염증(炎症)이며, 알프다, 알붓다는
영혼의 부증(浮症)이다. 질병이란 영혼의 이상(異常)에서 오는 육신의 증상이다.
질병은 단순히 육체적인 것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육신의 병보다 더 무서운
것이 맘(精神)의 병이다. 맘이 병들면 얼이 병들고, 얼이 병들면 〈한〉과 나는
하나가 될 수 없다.
우리 말 속에는 얼에 얽힌(얼킨) 말이 많다. 말을 통해서 우리 민족은 얼이
생활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래의 낱말들을 살펴보면 일상어(日常語) 속에서도 얼만큼 얼에 대한
잠재의식이 스며들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얼간이 얼보다 ― 분명치 않다.
얼떨떨하다. 얼싸좋다.
얼렁뚱땅 얼싸안다.
얼룩지다. 얼씨구 좋다.
얼른 얼씬거리다.
얼리다. 얼씬 못하다.
어울리다. 얼어 붙다.
얼마나 얼얼하다(알알하다)
얼맞다(알맞다) 얼치기
얼빠지다. 얼추 ― 대강
얼어무리다. 얼크러지다.
얼큰하다. 얼차다 ― 알차다.
얼토 당토 않다. 얼찐거리다(알찐거리다)
얼핏 ― 얼빛(얼이 작용하는 순간)
얼쩡거리다(알쩡거리다)
얼키설키(얼기설기) ― 뒤얽히다.
모든 것은 얼이 아닌 것이 없다 사물(事物)은 곧 얼의 반영(反映)이다.
우리에게는 '민족 얼'이 있으며, 민족 얼은 곧 한얼을 이름이다.
이 말 자체가 얼의 존재를 인식하는 개념이며 다른 민족과는 유달리
일상언어(日常言語) 속에 얼의 관념이 배어 있음을 보아도 의식의 저변(底邊)에
강한 민족정신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민족 얼' 이란 다시 말해서 무엇인가? 비록 땅덩어리는 적고 석유 한 방울
안 나오는 나라이지만, 이 한반도(韓半島)에서 용출(湧出)되어야 할 정신에너지의
근원(根源)이며 이 민족이 존재하는 한 자손만대에 길이 이어져야 할 불멸(不滅)의
혼맥(魂脈)이다.
--- 민족의 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