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재산 등록 의무를 모든 공직자로 확대하고, 신규 토지 취득 시 사전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모양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사건 후속 대책이다. 모든 공직자에 대한 재산 등록은 늦은 감이 있지만 제대로 정한 방향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021년 3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공직자는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고, 향후 공무원·공공기관·지자체·지방 공기업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로 재산 등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부동산 거래 시 사전신고제 도입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는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정무직 공무원과 4급 이상 공무원, 교육감, 법관·검사, 대령 이상 장교, 공기업의 장, 공직유관단체 임원 등에 한해서 재산등록 의무 대상이다. 다만 경찰과 국세 등 특정분야는 7급 이상도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다.
모든 공직자 재산등록 의무화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물론 공직자들 가운데는 이런 조치에대해 불만인 사람이 적지않을 것이다.하지만 더욱 떳떳하게 공무에 임한다고 생각해야지 불만을 가질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나라에 공무원이 되겠다는 사람이 자신의 재산을 정정당당하게 밝히고 떳떳하게 공무에 임하는 것 지극히 당연하다. 이 나라에 공무원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지않은가.하지만 고위공직자만 타겟으로 삼아 재산 공개를 추진하다보니 정작 민원부서에서 일반인들과 상대하는 공무원들은 이래저래 공동 감시망에서 자유로웠던 것이 사실이다. 공직자 재산 등록이 뭔가. 바로 공직자 스스로에게 일종의 감시기능을 부여하는 것 아니겠는가. 일년동안 변화된 재산을 등록하면서 나는 일년동안 이렇게 부끄러움이 없이 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내 보이는 조치 아니든가. 그래도 이런 공직자 재산 등록이 생기고 나서 조금이라도 부정부패가 줄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어떤 부서에서는 일부러 승진을 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들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렇다고 공직자 전원 재산공개로 인해 공직자들의 부정부패가 일소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을 많지 않을 것이다. 이번 LH 사건에서 보듯이 차명으로 처리할 경우 제대로 부정을 찾아 낼 수가 없다. 차명 재산을 공직자 재산 등록에 올릴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사돈의 팔촌이름으로 행하는 부정부패는 잡아내기가 정말 어렵다. 지금도 버젓이 그런 행태가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닌가. 지금도 민원부서 공무원을 상대로 뒷거래 관행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겠는가. 그냥 당사자들 아니면 모르는 것 아닌가. 아무리 감사기능이 발달해도 곳간의 쥐 한마리, 생선가게 고양이의 움직임을 모조리 찾아 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직한 공무원의 상징인 핀란드의 경우는 이미 국민들과 공무원 사이에 묵시적인 협의가 이뤄져 있다고 한다. 공무원에게 접대하라. 단 뜨거운 맥주 한 잔에 아주 차가운 햄버거 하나 정도는 접대해도 된다고 말이다. 뜨거운 맥주를 누가 마실 것이며 차가운 햄버거를 누가 먹겠는가. 주지도 받지도 말라는 말 아니겠는가. 핀란드가 처음부터 지금같은 이런 상황이 됐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추운 지역에 자원이라고는 나무가 대부분인 나라에서 나라의 기강을 세울 수 있고 국민을 편안하게 할 방법은 오로지 정직함밖에 없다는 것을 핀란드 국민과 정부관계자들은 오래전부터 몸소 터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전통이 이어내려와 지금 세계에서 정의로운 국가 상위권에 올라 있는 것 아니겠는가.
공직자 재산 등록 의무화 이것 방향도 맞고 당연히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공무원들의 부정부패가 뿌리 뽑힌다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감사원의 감사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자체 기관안에 제대로 된 감사실이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공무원 채용단계부터 능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정의롭게 일할 그런 사람들을 채용해야 한다. 일선 공무원들의 덕목 가운데 최고가 바로 정직 정의로움이어야 한다는 말이다.그리고 수시로 정신교육을 실시해 한국의 공무원들의 최고의 자랑이 정직 정의로움이라는 것이 자리 잡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공무원에게 청탁하면서 금품을 제공할 때는 엄한 벌을 주는 시스템도 도입해야 한다. 받는 인간도 문제지만 주는 인간도 더욱 나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번 LH 사건으로 집권여당과 정부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다음달 있을 지자체장 선거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공직자들의 기강과 공무원 정신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면 앞으로 더한 타격과 민심이반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소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은 미련한 일이지만 나라의 운영은 그렇지 않다. 잃은 소는 찾으면 되고 새로 소도 사 오면 된다. 제발 이번 기회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공무원 기강확립에 온 힘을 기울이기를 바란다. 이제 대선이 일년정도 남았다. 공무원들은 속성상 이런 줄 저런 줄을 예상하고 어느 줄을 잡을지 복지부동상태에서 두눈을 돌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일년동안 일 안하고 그냥 지나갈 공산이 크다. 모든 공직자 재산등록 의무화를 기화로 공무원들의 기강을 다잡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2021년 3월 19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