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기학교 ˙ 문화동행 신영주 대표
능동적으로 배워 스스로 성장하는 문화유산교육
'마음이 자라는 길 위의 학교'. 2005년 지기학교가 문을 연 뒤 줄곧 지켜온 방향성이다. 신영주 지기학교 대표는 문화유산을 매개로 많은 학생들을 만나며 올바른 역사 인식을 심어주려는 목표로 그들의 능동적인 성장을 도왔다.
진심은 통하는 법. 지킴이활동에 참여하며 참가자들의 생각이 훌쩍 자란다는 건 지기학교 온라인카페에 꾸준히 올라오는 활동 소감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역사는 보통 큰 사건을 중심으로 기록됩니다. (중략) 하지만 처인성을 직접 눈으로 둘러보니 힘겹고 어려웠던 그 시절을 지낸 민초들의 불안, 그리고 기개, 나라와 가족을 지키고자 했던 마음이 느껴집니다. 작은 토성이지만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현장의 기운인 듯 싶습니다.’ (대몽항쟁 전승지 경기도 용인 처인성 지킴이활동 후기, 장동현)
‘향교에서 켜켜이 쌓여있는 먼지를 붓으로 털어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역사적인 유물들을 후세에 온전히 전해주기 위해서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는 지킴이 활동들이 필요하겠구나. 그리고 앞으로도 나의 작은 관심과 참여와 봉사를 통해 지역의 국가 유산을 지키고 보존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국가유산 가족지킴이 1년 활동 후기, 고세은)
자기 삶의 성장은 신영주 대표가 중시하는 덕목이다. 성찰과 성장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시야가 넓어지고 자신과 타인에게 친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년전, 역사를 마주하고 문화유산 답사를 다니며 짜릿한 배움과 성장의 매력에 빠져 지기학교 운영을 맡기로 했다.
“서울의 현장체험 주말학교가 지기학교의 시작이었어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마음으로 좋은 걸 나누고 싶어서 어린이, 청소년들을 인솔하여 전국으로 문화유산 답사를 다녔습니다.”
그 뒤 20년 동안 비영리단체 운영, 사회적 책임, 단체의 수익 기반과 지속가능성... 묵직한 책임감을 뼈 아프게 배우면서도 우직하게 이 길을 걸어왔다. ≪우리 아이 첫 남한산성 여행≫, ≪우리 아이 첫 강화도 여행≫ 책을 펴냈고 현재는 건국대 세계유산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국가유산지킴이 경기인천권거점센터 운영을 맡고 있으며 서경문화유산포럼, 한국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를 통해 지킴이활동의 가치, 중요성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Q. 비영리 민간단체 ‘지기학교’, 문화유산 활용 사업을 하는 ‘문화동행’을 운영중입니다. 어떤 사업을 하고 있나요?
세부적으로 국가유산지킴이 활동, 문화유산 교육, 국가유산 활용 사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국가유산지킴이 활동은 가족대상으로 현장답사, 문화유산 모니터링, 정화 활동, 해설사 활동으로 짜임새 있게 구성해 1년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지킴이 활동을 통해 어린이, 청소년들의 역사 인식,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관점이 풍부해지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교육 분야는 학교, 공공기관과 연계해 유산의 특성과 역사적 배경을 알도록 하여 미래에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산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누구나 문화유산을 향유할 수 있고 지역의 문화유산 가치를 알리는 활용사업은 서울 관악구 낙성대, 경기도 안성 객사, 향교 등지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20년 동안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문화유산 교육을 진행하며 끊임없이 커리큘럼, 내용, 교수법을 업그레이드했어요.
‘문화유산을 매개로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게 뭐지?’란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답을 찾도록 했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산 사람들의 삶을 통찰하며 그들이 지킨 가치, 신념을 본인의 일상 속에 연결시킬 수 있도록 했어요. 문화유산을 통해 사람, 인권 자연, 과학, 예술, 철학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도록 한 우리의 교육 프로그램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지킴이 활동을 통해 인연을 맺은 학생들과는 에피소드가 많아요. 지역에서 열린 골든벨 대회에서 수상한 중학생은 보람있게 상금을 쓰고 싶다며 기부하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의미있게 사용하고 싶어하는 마음만 받겠다며 돌려보냈는데 한편으로는 ‘우리가 교육을 잘하고 있구나!’ 뿌듯했지요.
Q. 수원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수원의 문화유산을 발굴해 가치를 알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수원’하면 ‘수원 화성’을 떠올릴 만큼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며 인프라와 콘텐츠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수원에는 수원 화성 외에도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데 대중은 잘 모르는 문화유산들이 있습니다.
수원향교는 1789년 세워진 인재 교육의 산실이었죠. 매산초등학교의 전신은 1900년대 일어를 가르치던 일본인 소학교였어요. 수원거류민립소학교, 수원공립국민학교 등 이름이 계속 바뀌었다가 일본 패망과 함께 1945년 매산국민학교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수원 초등교육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지요. 이곳 외에도 일제 강점기 역사와 수원의 근대사를 되짚어 볼 수 있는 등록유산들이 여러 군데 있습니다.
수원 향교로 인근의 인쇄 골목은 1970~80년대 수원시내 인쇄소 절반 가량이 밀집해 있을 만큼 번성했던 곳으로 지금도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 길을 중심으로 수원의 근대사를 알려주는 답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데 참가자들이 흥미로워합니다.
Q. 교육공동체에서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궁금합니다.
엄마로서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우리의 문화유산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가치를 알려주자는 것이 시작이었어요. 전국의 문화유산을 찾아 다니면서 함께 호기심을 채워나갔어요. 아이들이 역사를 흡수하며 서서히 바뀌는 걸 보니까 덩달아 신이 났어요. 미친 듯이 몰두했습니다. 하지만 지자체 예산 지원을 받는 무료 수업이 많아지면서 한계가 찾아왔어요. 선의를 가지고 시작한 일이지만 인건비, 임대료 등 조직 운영에 필요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지 못하니까 조직에 불협화음이 생기더군요.
고민이 깊었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공익적 성격을 갖더라도 수익 구조를 갖춘 문화산업으로 진화시켜야 했지요. 2019년부터 교육공동체 활동을 접고 문화유산 활용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 국가유산지킴이 활동의 맏형 역할을 하고 계신 분이 거점센터의 롤모델로 지기학교가 운영하는 경인권거점센터를 꼽더군요. 진정성있는 소통을 위해 애쓴 덕분에 경인권거점센터 단체들끼리 유대감이 끈끈하다고 합니다.
경인권거점센터 회원 단체는 경기도에 18곳, 인천에 2곳이 있습니다. 수원, 평택, 김포, 하남, 인천 등 지역을 거점으로 열심히 활동하는 단체들입니다.
회원단체들과 힘닿는 대로 자주 만나려 노력해요. 만남을 통해 발전적인 협업이 이뤄지기 때문이죠. 아시다시피 지킴이활동은 자원봉사영역이라 마음만 크지 운영능력은 작은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고 그 가치가 작지는 않거든요. 지역사회에서 국가유산을 보호하는데 참여하는 분들에게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하며 의지할 데가 있다는 건 중요해요.
연대를 통해 활동의 지속성을 만들어가는데 거점센터가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자 합니다.
AI 같은 새로운 기술이 일상으로 스며들며 빠르게 디지털 세상으로 바뀌고 있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도 필요하죠. 워크숍에서는 AI 등 단체 운영에 필요한 실무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활동을 알리기 위해 카드뉴스를 정기적으로 발행해 각 단체의 활동을 홍보하고 있으며 도움이 필요한 단체에는 리플릿 제작을 돕거나 현수막이나 강사비를 지원하고 있어요. 강사 인력과 교구, 교재 교류도 꾸준히 추진하려 합니다.
Q. 앞으로 계획이 궁금합니다.
문화유산 보존, 활용 사업 생태계가 어려워지고 있지만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저의 속도와 깜냥으로 계속 직진하려 해요. 우여곡절을 겪은 20년 시간을 통해 버티는 힘이 생겼고 무엇보다 제가 이 일을 좋아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죠.
2025년에는 충청남도 노강서원에서 문화유산 활용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지킴이 활동도 계속 이어갈 겁니다.
어려움이 때로 버티는 힘을 선물로 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이왕 벌어진 일이라면 어떻게 잘 해결할까?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그동안의 현장 활동을 정리하기 위해 건국대 세계유산학과에서 국가유산 활용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쓰고 있는데 잘 마무리해야겠죠. 그리고 국가유산지킴이 활동을 학문적으로 정리해 학계에 알리는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국가유산 분야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현실적인 제안, 아이디어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활용학회 창립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혼자가 아닌 여러분과 함께 생각을 모으고 미래를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지기(知己)’란 말을 늘 마음에 새깁니다. 문화유산을 공부하면서 제 자신을 알아가고 동시에 성장할 수 있어서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