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34건에서 2025 회계연도 612건으로 늘어
라과디아 충돌 이후 활주로 침범 위험 다시 도마에
미국 뉴욕 라과디아공항에서 에어캐나다 익스프레스 여객기와 소방차가 충돌한 뒤, 캐나다 공항의 활주로 관리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조사당국은 사고 원인을 아직 단정하지 않았지만, 캐나다 안에서도 활주로에 차량이나 항공기, 사람이 잘못 들어서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어서 공항 지상 안전 체계를 더 촘촘하게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고 직전 상황은 긴박했다. 관제 교신에는 “멈춰, 멈춰, 멈춰”라는 외침이 담겼고, CCTV에는 항공기가 활주로 위 소방차 옆면을 들이받은 뒤 기수부터 활주로에 부딪히는 장면이 찍혔다. 이 사고로 조종사 2명이 숨졌다. 미국과 캐나다 조사당국은 아직 조사 초기 단계라며 단정적인 판단을 피하고 있다. 다만 항공 안전 체계에서 여러 방어선이 한꺼번에 무너질 때 큰 사고가 난다는 점은 이번에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캐나다 교통안전위원회는 이런 상황을 오래전부터 핵심 위험으로 봤다. 활주로 침범은 이륙이나 착륙을 위해 비워둔 구역에 차량이나 사람, 항공기가 잘못 들어서는 일을 말한다. 자동차가 신호를 어기고 교차로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대다수는 곧바로 충돌로 이어지지 않지만, 단 한 번의 실수로도 큰 인명 피해가 날 수 있다.
내브 캐나다(Nav Canada)가 집계한 활주로 침범 건수는 2010년 334건에서 2025 회계연도 612건으로 늘었다. 15년 사이 거의 두 배다. 이 수치는 매년 9월 1일부터 다음 해 8월 31일까지를 기준으로 잡는다. 내브 캐나다는 세부 위험 등급은 제시하지 못했지만, 예년에는 대다수가 최소 위험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숫자가 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관리 부담이 커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충돌 가능성이 있었던 사례도 적지 않았다. 교통안전위원회 자료를 보면 2023년 이후 충돌 위험이 있는 활주로 침범 보고는 모두 22건 접수됐다. 이 가운데 6건은 다른 차량이나 장비와 관련 있었고, 1건은 사람이 연루됐다. 나머지 다수는 다른 항공기와 얽힌 경우였다. 올해 들어서도 2월 한 달 사이 토론토와 해밀턴, 몽턴에서 각각 1건씩 모두 3건이 보고됐다.
캐나다 안에서 최근 실제 충돌로 이어진 사례는 없지만, 근접 사고는 이어졌다. 2025년 9월 토론토 피어슨국제공항에서는 승객 122명을 태운 에어버스 항공기가 야간 이륙을 시작한 순간, 지상 시험 운행 중이던 봄바디어 항공기와 거의 마주칠 뻔했다. 교통안전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관제사는 봄바디어 기체가 에어버스가 달리고 있던 활주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정지를 지시했다.
그러나 기체는 계속 앞으로 나갔고, 관제사가 다시 긴급 정지 지시를 내린 뒤에야 멈췄다. 그때 봄바디어 기수는 이미 활주로 안쪽 35피트(약 10미터)까지 들어와 있었다. 에어버스는 교차 지점을 지나기 직전에 막 떠오른 상태였다. 이 사건 조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3년 10월 캘거리국제공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지상 차량 2대가 실수로 사용 중인 활주로에 들어갔고, 그 순간 에어캐나다 재즈 항공기는 이륙 가속 중이었다. 조종사들은 차량을 보고도 이륙을 이어갔고, 항공기는 차량 위 약 350피트(약 100미터) 높이로 지나갔다. 뒤이어 나온 조사 보고서는 지상 차량 운전자가 관제 지시를 잘못 이해한 점을 원인으로 봤다. 복잡한 공항에서는 짧은 오해 하나가 곧바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활주로 침범의 배경으로 소통 착오와 섣부른 가정을 꼽는다. 공항 지상 이동 구역은 항공기와 작업 차량, 정비 인력, 관제 지시가 한꺼번에 얽히는 공간이다. 이런 곳에서 “상대가 알아들었겠지”라는 생각은 가장 위험한 출발점이 된다. 올해 1월 캐나다 교통부 보고서도 바쁜 이동 구역에서는 작은 착오를 가볍게 넘기면 안 된다고 짚었다. 사소해 보이는 침범 하나가 항공 시스템 전체에 보내는 경고일 수 있다는 뜻이다.
항공 교통량 증가도 빼놓기 어렵다. 공항이 붐비면 지연을 줄이기 위해 항공기와 차량을 더 빠르게 움직이려는 압박이 커진다. 그렇게 되면 순서와 간격을 지키는 일이 더 어려워진다. 문제는 속도를 올릴수록 실수의 대가도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질서와 확인 절차를 밀어내고 속도만 앞세우면, 활주로는 가장 위험한 장소로 바뀔 수 있다.
당국은 추가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교통안전위원회는 조종사와 관제사, 지상 차량 운전자의 상황 인식을 높이고 적시에 경고를 주는 기술을 더 넓게 도입하라고 권고해 왔다. 미국 일부 공항에서는 활주로 상태등이 교통 상황에 맞춰 자동으로 빨간불로 바뀌는 장치도 운영한다. 활주로 진입 금지 신호를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즉시 보여주는 방식이다. 캐나다도 이런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
요지는 분명하다. 활주로 침범은 단순한 통계 숫자로 넘길 일이 아니다. 캐나다 공항에서 이런 사례가 늘었다는 것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신호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라과디아 사고는 작은 실수가 어떻게 큰 인명 피해로 번질 수 있는지 보여줬다. 지금 공항이 손봐야 할 것은 규정만이 아니다. 현장에서 한 번 더 확인하는 절차와 그 과정을 뒷받침할 장비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 활주로에서는 한 번의 실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