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서 사용하는 호초(胡椒)와 화초(花椒)와 육계(肉桂)와 산내(山)와 팔각(八角)등 조미료는 한의학에서 질병치료의 양약이다.
동한(東漢) 때 의가 장중경(張仲景)이 가장 많이 사용한 계지탕(桂枝湯)은 일종의 식료방이라고 볼 수 있다. 처방중에 들어있는 계지와 생강과 대추 등은 모두 식용이다. 장중경의 기타 방제 중 소양인통(少陽咽痛)의 치료에 사용되는 저부탕(猪膚湯)과 산후복통에 사용되는 당귀생강양육탕(當歸生姜羊肉湯)은 모두 전형적인 식료방이다. 보아하니 식료와 약료 사이에는 뚜렸한 경계가 없다.
옛날부터 식료로 질병을 치료한 예는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매거할 수 없다.
당나라 태종 이세민(李世民)이 어느 날 이질에 걸렸다. 궁중의 태의원 태의들이 나서서 여러차례 치료해 보았으나 아무 소용이 없고 속수무책이었다. 그래서 태종의 이질을 치료하는 자에게 큰 상을 준다는 방(榜)을 부쳤다. 이때 충성스런 황제의 위사(衛士 : 경호원) 장보장(張寶藏)은 과거에 자기 자신이 이질에 걸려 오랫동안 치유되지 않아 고생했었는데 후에 우유전필발(牛乳煎)을 복용하고 나서 이질이 치유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장보장은 용감하게 식료방 하나를 당태종에게 진상(進上)하였다. 필발과 신선한 우유를 함께 배합한 간단한 식료방이었다.
당태종은 장보장이 헌상한 식료방 대로 치료한 결과 이질이 치유되었다. 그래서 당태종은 그 당시 재상(宰相) 위정(魏征)을 불러 장보장에게 오품(五品) 벼슬을 주라고 명하였다.
그러나 위정 재상은 왕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유전필방(牛乳煎)' 처방 한 개를 헌상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오품 벼슬을 얻는다는 것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위정은 장보장에게 즉시 오품 벼슬을 주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다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몇 개월 후 당태종의 이질이 다시 도졌다. 전에 복용했던 우유전필발(牛乳煎)을 한 첩 복용하고 나서 즉시 치유되었다. 태종은 너무 기뻐하며 "우유전필발(牛乳煎) 처방을 올린 관원에게 오품 벼슬을 주었습니까?" 고 물었다.
재상 허정은 당태종의 말이 떨어지자 겁이나고 두려워 벌벌 떨며 "폐하! 아직 장보장에게 오품 벼슬을 주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오품 무관(武官)을 주어야 할지? 혹은 오품 문관(文官)을 주어야 될지? 잘 몰라서 입니다." 고 아뢰었다.
태종은 화가 머리끝 까지 올라 "재상의 질병을 고치는 자에게는 3 품 벼슬을 주고 짐의 질병을 치유한 자에게는 오품 벼슬도 아까워 아직 까지 벼슬을 주지 않했다니 짐이 너희들 만 못하다는 말이냐?" 고 고함을 질렀다.
당태종은 홧김에 장보장에게 삼품 문관 벼슬 홍려사(鴻臚寺)를 즉시 주라고 어명을 내리고 이제부터 장보장을 홍려사경(鴻臚寺卿)이라고 부르라고 명령을 내렸다. 홍려사는 주대(周代) 이래 청(淸) 나라 말까지 있던 옛날 중국 역대의 벼슬 이름이다. 주로 외국에서 온 빈객들을 접대하는 직무등을 맡았다. 이때부터 식료방의 명망이 온 나라에 떨쳤다. 필발은 주방에서 사용하는 조미료인데 당태종 이후로 의사들이 즐겨 사용하는 양약(良藥)이되었다.
현대 약리 실험 결과 필발은 대장간균(大腸杆菌)과 이질간균(痢疾杆菌)의 억제작용이 있다고 나타났다. 현대 약리실험 결과 필발의 휘발성유(油)는 이질간균의 억제작용이 있다고 나타났다. 그러므로 필발은 냉리(冷痢)와 수사(水瀉)의 치료에 쓰인다.
독이지(獨異志)에 수록되어 있는 필발의 치기리방(治氣痢方)을 보면 "우유반근(牛乳半斤), 필발삼전(三錢), 동전감반(同煎減半), 공복돈복(空腹頓服)" 이라고 수록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우유 반근과 필발 3 전을 함께 섞어 약량이 절반으로 즐어들 때 까지 졸인 다음 공복에 마신다." 는 뜻이다.
우유의 성(性)은 양(凉, 微寒)이며 미(味)는 감(甘)이다. 보익허손(補益虛損) 해주고 우유의 윤대장지공(潤大腸之功)은 장내의 독소를 체외로 배출시켜 주므로 이질을 치료해 주는 공효가 있다.
필발은 호초과(胡椒科) 식물 필발의 미성숙 과수(果穗)이다. 미(味)는 신(辛)하고 성(性)은 대열(大熱)이다. 온중난위(溫中暖胃) 해주고 구토와 설사와 위한복통(胃寒腹痛)을 치료해 준다.
"우유전필발우유전(牛乳煎)" 처방은 간편하고 치료 효과가 큰 것이 특징이다.
명나라 때 이시진은 우유전필발(牛乳煎)에 대하여 "일한일열(一寒一熱), 능화음양(能和陰陽), 고치리대효(故治痢大效)" 라고 격찬하였다. 다시 말하면 "우유는 한성이며 필발은 대열하니 능히 음양의 조화를 이루어 준다. 그러므로 이질의 특효약이다." 는 뜻이다.
필발의 원산지는 페르샤(Persia)이며 라틴어 명은 Piper Longum L.인데 Piper 를 그대로 음역(音譯)한 이름이다. 당본초(唐本草)에 최초로 기록되어 있다. 비(脾), 위(胃), 대장경(大腸經)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