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보다 빚 많으면 파산도 검토 대상
개발업체 협상 가능성도 마지막 변수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 하락과 고금리가 맞물리면서 고점에 주택이나 콘도를 산 소유주들이 파산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자산 가치가 대출금보다 낮아진 이른바 역자산 상태가 지속되면서 버티기보다 손절매를 통한 파산이 현실적인 재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인 파산 수탁 기관인 호이스 미칼로스(Hoyes, Michalos & Associates)는 최근 100만 달러에 구매한 주택 가치가 80만 달러로 떨어진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채가 자산보다 많아진 대차대조표상 파산 상태가 현실화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2025년 전체 파산 사례 중 주택 소유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8%로 2024년 5% 대비 눈에 띄게 상승했다.
주택 소유주들이 파산을 결정하기 전 확인해야 할 핵심 요소는 현금 흐름이다. 대출을 갱신한 뒤 월 상환액을 감당할 수 있다면 당장의 가격 하락이 결정적인 문제는 아닐 수 있지만, 상환 기간을 지나치게 늘려 간신히 버티는 구조라면 재계산이 필요하다. 변동금리 대출자라면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때도 버틸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캐나다 사법 체계상 파산이 모든 부채를 자동으로 없애주지는 않는다. 앨버타주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에서는 집 열쇠를 반납한다고 해서 대출 의무가 끝나지 않는다. 대출 기관은 주택 처분 후 남은 차액에 대해 소유주의 다른 자산을 추적해 압류할 수 있다. 파산 시 등록은퇴저축(RRSP) 자산은 일부 보존할 수 있으나 신청 전 1년 이내에 납입한 금액은 회수 대상이다. 비과세저축계좌(TFSA)는 청산 과정을 거쳐야 하며 다른 금융 자산도 대부분 정리해야 한다. 다만 연금은 대체로 보호받을 수 있다.
채무 조정 제도인 소비자 제안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으나 제약이 크다. 주택 대출을 제외한 총부채가 25만 달러를 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100만 달러에 분양받은 신축 콘도 가격이 70만 달러로 급락한 투자자들은 손실액이 이미 한도를 초과해 이 제도를 이용하기 어렵다. 파산 기록은 종료 후 6년 동안 신용 기록에 남으며 소득 수준에 따라 파산 기간은 9개월에서 21개월까지 차이가 난다.
파산 외에 개발업체나 대출 기관과의 협상을 통한 해결책도 마련되고 있다. 최근 개발사들은 소송보다 계약 이행을 위해 입주 시기를 늦춰주거나 자금 조달을 돕는 등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구매자가 당초 계약한 70만 달러 상당의 주택 대신 50만 달러 규모의 더 저렴한 매물로 교체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 K씨는 자산이 전혀 없는 고객에게는 차라리 파산을 권고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개발업체로서도 자산이 없는 매수자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기보다 계약금을 몰수하고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타리오주에서는 1970년대 부동산 이익에 50%의 세금을 부과해 시장이 급락했던 전례가 있다. 현재의 부동산 정체 현상 역시 투기 결과물이며 시장 흐름에 따라 손실을 확정 짓는 결단이 필요할 수 있다.
캐나다의 모기지 연체율은 여전히 1% 미만으로 낮은 편이다. 캐나다인들이 부채 상환에 보수적이며 파산을 기피하는 정서가 강한 덕분이다. 하지만 시장 가격이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손실을 안고 버티기보다 시장을 떠나는 것이 이성적인 재무 결정이 될 수 있다. 주택 가격이 더 내려갈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전액 상환 없이 빠져나올 방법을 찾는 것이 냉정한 재정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