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트럼프 재집권해도 달러화 강세는 지속될 것(니콜라스 스피로, 영국 경제자문사 ‘로레사 어드바이저리’ 파트너)
O 최근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등 아시아 2대 통화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링깃화, 인도 루피화 등 아시아 개도국의 미 달러화 대비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정책입안가들은 미 달러화 약화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음. 허나, 미 경제가 예상과 달리 견조한 성장을 견지함에 따라 연준의 금리인하가 지연되면서 결국 미 달러화 강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음. 그런데, 아시아 정책입안가들 못지 않게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캠프에서도 미 달러화 약화를 적극적으로 촉구하고 있음.
- 이미 오래 전부터, 미 달러화 약세가 무역적자 축소뿐만 아니라 국내 제조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경쟁에 도움이 된다고 설파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달러화 가치 평가 절하를 이번 대선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음. 이에 대해 투자계와 재계에서는 그저 공약은 공약일 뿐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눈치이지만, 트럼프의 재집권은 미국 경제 정책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음. 우선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책 변화를 꾀할 수 있는 확실한 명분을 얻게 되거니와, 이미 선거캠프 차원에서 재선 시 실행할 정책들에 대해 계획을 세워놨을 것이기 때문임.
- 게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초당적 강경 기조를 이끌어내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고, 그 결과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행정부의 무역 관세 대부분을 그대로 승계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산 반도체와 전기차에 대해서는 오히려 관세율을 높였음.
- 허나, 미 달러화 평가 절하가 트럼프의 우선 정책 과제가 될 가능성은 희박함. 왜냐하면 우선, 바이든 대통령 대신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대선 판도가 변하고 있기 때문임. 최근 블룸버그/모닝 컨설트 합동 여론 조사 결과 핵심 경합주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음.
- 둘째, 징벌적 관세 증대, 세금 인하, 이민 억제 조치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주요 정책들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연준에 통화 긴축 재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차입 비용 상승 기대로 인해 미 달러화 가치는 더욱 오르게 될 것임.
- 아울러, 글로벌 외환 시장의 규모와 유동성을 감안할 때, 일방적인 달러화 가치 평가 절하 조치는 큰 비용과 위험을 초래하게 될 것임.
- 또한, 혹여 연준에 미 달러화 가치 평가절하를 강제하기 위해 양적 완화조치를 압박하거나 연준의 독립성을 제한하려 한다면 엄청난 반대에 부딪힐 것이기 때문에, 증시 활황의 공을 자신에게 돌리기 좋아하는 트럼프가 금융 시장 붕괴를 야기할 위험이 있는 이러한 행보에 나설 리도 만무함.
- 마지막으로, 미 달러화는 안전 자산이기 때문에 불안정한 시기일수록 더욱 그 가치가 높아짐. 이와 관련 리서치 회사 ‘TS 롬바드(TS Lombard)’는 “세계는 미국의 자산을 원하고, 바로 이 때문에 친트럼프계 공화당 정치인들이 무모하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이고 결국 그러한 행동이 미국 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했음.
- 아시아 정책입안가들의 입장에서는 미 연준이 9월 중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여 미 달러화에 하방압력을 가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며, 만일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시 미 달러화의 안전자산 지위를 위협하는 정책을 펼친다면 미국은 물론 그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을 것임.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