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 지으러 갔다가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열악한 구금 시설에 일주일 가량 갇혀 있던 한국 근로자들의 억울한 사정에 분노를 억누리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번에는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스필드에 있는 메사 베르데 ICE 처리 센터를 BBC 뉴스 인디아가 20일(현지시간) 고발하고 나섰다. 이곳 면회실은 작고 시끄럽고 붐빈다. 하르짓 카우르(73)의 가족이 그녀를 만나러 도착했을 때 그들은 그녀의 목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었고, 그들이 듣는 첫 마디는 그들을 산산조각 냈다.
며느리 만짓 카우르는 "그녀는 '이 시설에 있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 하나님께서 지금 저를 데려가시길 바란다'고 말하더라"고 돌아봤다.
캘리포니아에서 30년 넘게 살았던 하르짓은 지난 8일 ICE 관계자에 의해 체포돼 주 전역과 그 외 지역의 시크교 공동체로부터 충격과 동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몇 년에 걸쳐 여러 차례 망명 항소를 제기했지만 기각됐으며 2012년에 거부된 것이 마지막이었다고 그녀의 변호사는 말했다.
그 뒤 6개월마다 이민 당국에 보고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래서 그녀는 샌프란시스코에 보고하러 갔다가 체포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 혐의에 대한 광범위한 단속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그녀가 체포된 것이다. 이 나라는 매년 국경에 도착하는 수십만 명의 망명 신청자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어 매우 민감한 문제가 되고 있다. 370만 건 이상의 망명 사건이 이민 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민 집행을 위한 예산 증가는 ICE가 이제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받는 연방 법 집행 기관이 됐음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최악의 최악"을 추방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비평가들은 적법한 절차를 따르며 범죄 기록이 없는 이민자들도 표적이 됐다고 말한다.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제시 아레긴은 하르짓의 석방을 요구하는 성명을 통해 "ICE에 체포된 사람들의 70% 이상이 형사 유죄 판결이 없다"면서 "이제 그들은 말 그대로 평화로운 할머니를 내쫓고 있다. 이 부끄러운 행위는 우리 지역 사회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하르짓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 지역구를 대표하는 존 가라멘디 하원의원은 ICE에 석방 요청서를 제출했다. 대변인은 "13년 이상 6개월마다 ICE에 충실히 보고해 온, 범죄 기록이 없는, 존경받는 지역사회 구성원인 73세 여성을 구금하기로 한 행정부의 결정은 트럼프의 이민 집행에 있어 우선순위가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라고 말했다.
ICE는 이메일 성명을 통해 BBC에 하르짓이 "수십 년의 적법 절차를 소진했다"며 이민 판사가 2005년에 그녀를 추방하라고 명령했다고 해명했다. "하르짓 카우르는 제9순회항소법원까지 여러 차례 항소를 제기했으며 매번 패배했다. 이제 그녀는 모든 법적 구제책을 소진했으므로 ICE는 미국 법률과 판사의 명령을 집행하고 있다. 그녀는 더 이상 미국 세금을 낭비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르짓은 남편이 사망한 후 1991년 두 미성년 아들과 함께 미국에 왔다고 그녀의 변호사 디팍 알루왈리아가 BBC에 말했다. 그녀의 며느리 만짓 카우르는 젊은 미망인이 당시 인도 펀자브 주의 정치적 혼란으로부터 아들들을 지켜내기 위해 탈출했다고 말했다.
그 후 30년 동안 그녀는 아들들을 키우기 위해 볼품없는 일을 했고, 그 중 한 명은 현재 미국 시민권자다. 그녀의 다섯 손자도 미국 시민이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헤라클레스 시에 사는 하르짓은 지난 20년 동안 사리 가게에서 재봉사로 일하며 세금을 내고 있다. 미국 전역의 망명 신청자는 신청이 공식적으로 제출되고 진행 중인상황에 합법적으로 거주하고, 일하며, 세금을 납부할 수 있다.
2012년 최종 망명 신청이 기각된 후에도 그녀의 취업 허가는 매년 갱신됐다. 망명 거부 후 그녀의 추방이 임박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녀는 인도로 돌아갈 수 있는 적절한 서류가 없었다.
미국 주재 인도 공관은 여권이 무효가 된 인도인들에게 귀국할 수 있도록 긴급 증명서(편도 여행 서류)를 발급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진을 통해 펀자브에서 하르짓 카우르가 태어난 사실 등을 확인하고, 친척이나 지인과 교차 확인하거나, 오래된 기록을 찾아야 하며, 이는 최소 몇 주가 걸릴 것이다.
망명이 거부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하르짓 카우르와 미국 이민국 공무원 모두 그녀를 위한 여행 허가를 받지 못했다. 만짓 카우는 이를 위해 2013년 샌프란시스코 주재 인도 영사관을 방문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주재 인도 총영사 K 스리카르 레디는 BBC에 하르짓 카우르가 인도 여행 서류를 신청한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ICE는 지난 13년 동안 여행 허가를 받지 못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알루왈리아 변호사는 "ICE가 지난 13년 동안 조달할 수 없었던 문서"에 대해 인도 영사관에 후속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사관은 "필요한 모든 영사 지원을 재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하르짓 카우르의 가족은 그녀가 자신의 추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다며 구금돼선 안 된다고 말한다. 만짓은 "여행 서류를 제공하면 그녀는 갈 준비가 돼 있다"면서 "2012년에 그녀는 여행 가방을 싸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장 그들의 관심사는 그녀를 구치소에서 구출하는 것이다. 만짓은 "그녀에게 전자발찌를 채울 수도 있다. 원할 때 이민국에 불러들여 신고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녀를 시설에서 내보내고 여행 서류를 제공하면 그녀는 인도로 스스로 추방될 것이다."
변호사는 지난 15일 하르짓을 면회했을 때 정규 약을 제공받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녀가 이중 무릎 치환술을 받았는데도 "경비원들에게 끌려갔고 의자나 침대를 거부당했다"며 "몇 시간 동안 수용실 바닥에 앉도록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녀가 물을 달라는데도 주지 않았고 처음 엿새 동안은 채식 식사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ICE는 이런 문제점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지만 앞서 BBC 펀자브어에 "누군가가 ICE에 구금되자마자 완전한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이 오랜 정책"이라고 말했다. 구금자들은 "진료 예약과 24시간 응급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누구도 "구금 기간 언제든지 필수 치료를 거부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있는 시크교 센터의 구르드와라 위원회 위원장인 쿨빈더 싱 판누는 비비 하르짓(펀자브인 노인 여성을 정중하게 가리키는 용어)이 이 지역에서 인기가 높다고 말한다.
"그녀는 항상 가진 모든 것을 우리 지역 사회 사람들을 돕는 데 썼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그녀의 체포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 12일 캘리포니아 시크교 사원 밖에서 일어난 집회에 자발적으로 나타났다."
하르짓 사례의 불확실성이 계속됨에 따라 그녀의 지지자들은 미국의 다른 도시들로 시위를 확대할 계획이며 많은 이들이 그녀의 곤경에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 온 뒤 혼자 살아 온 하르짓 카우르는 지난 30년 동안 미국에서 깊은 뿌리와 관계를 형성했다. 인도에 있는 그녀의 부모와 형제자매도 모두 세상을 등졌다고 알루왈리아 변호사는 전했다. "그녀에게는 아무도, 집도, 돌아갈 땅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