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628〉
■ 라일락 향기 (윤보영, 1961~)
라일락 향기를 늘 맡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대 곁에 라일락 한 그루를 심어주고
그대 생각할 때마다
향기가 묻어오게 하는 것
- 2014년 시집 <詩가 있는 마을> (와이비)
*최근 들어 해가 바뀔수록 날씨가 불규칙하게 변하는 것 같습니다. 올봄에는 매주마다 봄비가 여름비처럼 주룩주룩 내리는 등 특히 더 심해져서 도무지 날씨를 가름할 수가 없습니다 그려.
그래선지 정원의 꽃들도 꽃이 피는 순서가 예년과 같지 않더군요. 향기가 뛰어나서 큰 사랑을 받는 라일락도, 보통 4월 하순쯤 꽃을 피워 5월을 맞더니 올봄에는 5월이 오기 전 벌써 시들어 버렸더군요. 데크에 앉아 있으면 라일락의 그윽한 향기가 부드러운 봄바람에 실려 코를 간질이던 4월의 행복도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습니다. 물론 더위와 함께 아카시아나 백합의 향기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올 것입니다만.
아주 쉬우면서도 감성적이고 간결한 작품을 써서 대중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크게 사랑받는 윤보영 시인은, 커피를 주제로 한 詩가 많아 ‘커피시인’으로 불립니다. 그도 라일락을 소재로 다사로운 봄과 그리움에 대해 노래하며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군요.
이 詩를 읽다 보면, 라일락의 그윽한 향기를 사랑하는 임과 함께 엮어 그대를 향한 그리움으로 동화시킴으로서, 라일락 향기도 그리움도 훨씬 커지게 만드는 시인의 참신한 상상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됩니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를 공감하게 만드는 풍부한 감성이 부럽기도 하고요.
아쉽게도 짧은 듯한 올봄이 이렇게 지나가는 중이네요.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