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 선발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선발의 전권을 위임받은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고민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막상 대표팀을 구성하려니까 여기저기 구멍이 보이기 때문이다. 성적순이라는 대원칙은 정해졌지만 팀 짜임새를 생각하면 그것이 꼭 정답은 아니다. 자원이 넘쳐나는 포지션이 있는가 하면 적임자가 없는 수비위치도 있다. 확실한 에이스마저 눈에 띄지 않는다. 코칭스태프는 ‘솔로몬의 지혜’ 짜내기에 여념이 없다.
▲박찬호 구대성이 그립다!
결승전은 한 게임이다. 현재 예상되는 투수 엔트리는 8명. 하지만 대표팀에 진짜 필요한 것도 1명의 에이스. 이번 대표팀 후보에는 98년 방콕아시안게임의 박찬호(텍사스)나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인 구대성(오릭스)처럼 확실한 에이스가 없는 게 문제다.
올시즌 최고투수 송진우(한화)는 체력저하를 드러내고 있고 임창용(삼성)의 구위는 예전만 못하다. 방어율 10걸 안에 들어 있는 박명환 구자운(이상 두산) 이승호 채병룡(이상 SK) 김진우(기아)도 기복이 심하고 경륜이 짧아 미덥지가 않다.
정삼흠 스투 해설위원(전 LG 투수코치)는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단기전에서는 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에이스를 보유한 팀이 절대 유리하다”며 “현재 후보 중에는 상대팀을 압도할 만한 투수가 없다”고 걱정했다. 강병철 SK 감독은 “구대성 선발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제3카드를 제시하고 있다.
▲이병규 정수근은 어떡하지?
공격력은 성적순 원칙이 함정이 될 수 있다. 1일 현재 타격 15걸을 살펴보면 외야수 8명,1루수 4명,3루수 2명,지명타자 1명이다. 특히 예상 엔트리가 5명인 외야수는 자원이 넘친다.
하지만 이 가운데는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이병규(LG)와 정수근(두산)이 없다. 이들은 발이 빠른 데다 경기의 맥을 짚어내는 능력이 검증됐지만 올시즌 성적이 당선권 밖이다. 이들과 같은 유형인 ‘야구 천재’ 이종범은 부상의 덫에 걸렸다. 따라서 성적순으로 뽑을 경우 외야는 큰 경기 경험이 적거나 스윙이 큰 타자들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한 야구 전문가는 “결승전 상대는 대만 아니면 일본이다. 또 타격전보다는 투수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경기를 풀어갈 줄 아는 타자,다시 말해 짧게 끊어치고 작전 수행능력과 기동력을 겸비한 타자들이 없으면 크게 고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키스톤은 숨은 그림 찾기!
키스톤 콤비를 생각하면 외야나 투수 걱정은 차라리 사치스럽다. 아예 변변한 후보조차 없다. 투수력이 약화된 게 현실이라면 내야진의 축인 키스톤이 안정돼야 한다.
하지만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시드니올림픽 대표팀 키스톤이었던 유격수 박진만(현대) 김민호(두산)와 2루수 박종호(현대)는 올해 최악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99년 시드니올림픽 예선에 출전했던 유지현(LG) 박정태(롯데)도 세월무상을 한탄하는 처지다.
성적만으로 보면 기아의 홍세완-김종국 콤비가 가장 낫다. 하지만 이들 역시 비교우위일 뿐이다. 키스톤 가운데 타격 30걸 안에 드는 선수는 김종국 안경현(두산·이상 2루수) 단 2명이다.
김재박 대표팀 코치(현대 감독)는 “솔직히 키스톤이 가장 걱정이다. 백업요원조차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