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cafe.daum.net/packgungsun/hfq3/712?svc=cafeapi책명- 사랑하며 기도하며
저- 김진수 시집
출- 그루사
독정-2024년 11월 15일 금
흰 책 표지 바탕에 『사랑하며 기도하며』 책 제목이 적혀있다. 언뜻 보면 수필집 제목 같지만 김진수 시인이 보내온 첫 시집 이름이었다. 반가웠다. 시인을 잘 아는 터라 제목만 봐도 시인의 삶 전부를 본 듯 향기가 진동하였다.
‘발가벗은 겨울나무는 팔을 들고 섰네/ 하느님께서/ 너에게 입힐/ 연두색 두루마기를 마름질하고 계신단다 <겨울나무>에서’
시인의 마음은 늘 하느님의 은총에 머물러 있다. 은총에 감사하는 일상이기에 벌거벗은 겨울나무에서도 하느님의 은총이 상상력으로 다가오지 않는가?
‘봄비 맞으며 싹을 틔우는/ 연둣빛 잎새/ 꽃이 아니어도 아름답다/ 생명을 품었기에/
사람도 아름답다/ 장애가 있고 노인이 되어도/ 영혼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에서‘
연둣빛 잎새의 생명, 장애자나 노인을 보아도 영혼을 먼저 보는 시인이기에 아름다운 것으로 가득 찬 세상을 그려내고 있다.
‘하늘 맑은 빛/ 잎새 연둣빛/ 봄 향기로 덮인 숲길/ 오지 않았으면 못 봤을 풍경// 허전했던 마음 한구석이/ 환히 밝아온다/ 만남은 소중한 선물/ 자연이든, 사람이든, 그 무엇이나<끌리다>에서.
봄날, 자연 속 숲길을 걷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가슴에 파고드는 끌림이 우리를 활기차게 하는 날의 이야기로, 별스러운 꾸밈없이 순수하고 정겹게 다가와 절제된 시의 매력에 빠져든다.
‘틈새를 메우는 작은 돌과 진흙이 되는 것/ 그것이 되려고 늘 감사하며 산다 <틈새>에서.
은유와 비유로 자신의 삶을 이 한 편에 담은 시가 빛나는 이유를 생각해 보게 된다. 평소 남을 도우며 살고, 자신을 낮추며 겸허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시인의 품성이 훤하게 들여다보이는 시로서, 시가 품은 함축적 이미지를 잘 투영해 준다.
‘늙은 어머니 가슴 깊은 곳에/ 젖 항아리 묻혀 있어/ 아들이 올 때마다/뚜껑이 열렸다 닫혔다 하나보다 <어머니의 향기>에서.
‘어머니를 부르기도 전에/ 내 발걸음 소리 듣고/ 마당 가로 먼저 바삐 나오시던 어머니/ 이제는 반겨줄 힘마저 떨어져/ 겨우 방문만 여시는 어머니. <고향 집 어머니>에서
‘요양원 유리벽 너머로/ 어머니와 손을 잡는다/ 그 체온과 향기와 사랑은/ 시공간도 초월하고/ 내 마음 문을 열고 들어온다’ <코로나 19>에서
‘시린 손으로/ 아궁이 불 지피고/ 애타는 마음 적시며/ 온기를 전하시던/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품속으로 갈 수 없고/ 거칠어진 손길/ 잡을 수 없어도/ 봄이 오는 고향 땅에/ 연푸른 잔디 만들어/ 당신의 봄날에 피우겠습니다. <당신 봄날에>에서.
이같이 고향 찾으면 먼저 마당에 나와 계시다가, 기력이 없어 문만 여시다가, 요양소 병상에 계시다가/이제 거칠어진 손길도 잡을 수 없이 멀리 떠나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그림 그리듯, 시로 그려낸 사모가가 절절히 읽히고, 절절한 공감만큼 시가 빛나고 울림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