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신의 삶도 철저한 '저비용' 구조로 꾸린다. 절대 비즈니스석 티켓을 사지 않고, 허름한 호텔에서 사발면을 먹고, 혼자 지하철을 탄다. 직접 옷을 사본 적이 거의 없고 한 달 용돈이 몇 백위안(약 10여만원)에 불과하다. 명품(名品) 가방이나 구두·지갑 등은 싫어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반감(反感)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왕 회장은 술·담배를 일절 안 하고 골프는 반대하며, 37년 동안 매일 아침 하는 중국 권법인 태극권(太極拳)이 유일한 취미이다.
상하이시 구청 공무원이던 그는 37세에 춘추여행사를 세워 중국 최대 민영 여행사로 키웠다. 50세 때 국영 항공사들의 독점 무대인 항공업계에 뛰어들어 춘추항공 창립 첫해부터 흑자를 냈다. 2006년 3000만위안이던 춘추항공의 매출액은 2010년 4억7000만위안으로 급증했다.
"저비용 항공사를 세우겠다고 했을 때 모두 정신 나갔다고 조롱했다. 공무원들이 승인을 안 해줘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했다. 흑자를 내자 '불가능한 일'이라며 믿지 않다가 소득세로 1000만위안(약 18억원) 이상을 내자 그런 소리가 쑥 들어갔다."
그의 경영 모토는 '모든 중국인이 비행기를 타게 한다(人人都能飛)'이다. 춘추항공의 평균 탑승률은 95%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Weekly BIZ가 이달 2일 왕 회장을 만났다.
왕정화 춘추항공 회장은 '늦깎이 기업인'이지만, 탁월한 사업 감각과 열정, 전략적 자세로 똘똘 뭉쳐 있었다. 그는 Weekly BIZ와의 인터뷰에서 "사바사바 잘하고 어물쩍 넘어가야 하는 (공무원으로서) 행정업무가 영 적성에 맞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1981년 철밥통 직장인 공무원을 그만둔 다음 3200위안을 종잣돈으로 상하이에 두평 남짓한 방을 구해 춘추여행사를 세웠다. 이 여행사는 2000여개의 전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1994년 업계 1위에 올랐다. 중국 1위 민영여행사 CEO가 된 그는 현실 안주 대신 새 도전을 택했다.
"1994년부터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3년 동안 미국·영국·독일 등 선진국 항공·여행업계와 중국 국내 항공시장을 면밀하게 연구한 끝에 항공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지요."
그는 1997년부터 중국 대형항공사와 계약을 맺어 전세기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7년간 총 3만여회의 전세기를 중국 내 유명 관광지에 띄웠다. 전세기 평균 탑승률은 99%로 업계 최고였다. 특이하게 왕 회장은 반기(半期) 또는 분기별로 전세기 영업실적을 꼼꼼하게 정리해 관계 당국인 민항총국에 보고했다. 그는 "이것이 2004년 5월 민항총국이 중국 최초의 저가항공사인 춘추항공의 설립을 허가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2005년 7월 상하이-옌타이 노선에 첫 항공기를 띄운 춘추항공은 168명의 탑승객 중 13명에게 199위안이란 초저가 혜택을 제공했다. 일반 항공료보다 75%나 싼 가격이었다. 당시 대형항공사들이 가격 인상 러시에 나선 것과 반대로 '역발상 전략'으로 승부를 건 것이다.
◇일반 항공사보다 30~90% 싼 저가 티켓으로 매번 95% 이상 만석(滿席)
―취항 두 달째에 2만장의 티켓을 팔고 1년 만에 흑자를 냈는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 이윤을 낼 수 있었나.
"항공사는 리스크가 크지만 저가항공은 틈새시장이어서 가능성이 확실히 있다고 봤다. 우리는 또 춘추여행사라는 자체 여행사가 있어서 유리했다. 사업 초기에 여행사를 통해 항공권 70%를 판매할 수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원가절감이다. 사무비용이나 출장경비(3성급 호텔 이하 숙소, 항공권은 50% 이상 할인받을 때만 탑승), 관리비용 등 모든 경비를 일반 항공사의 3분의 1 수준으로 맞췄다. 항공티켓을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을 취해 판매 비용을 다른 회사의 4분의 1로 줄였다. 일반 항공사는 빈 좌석이 20~30%이나 우리는 모두 만석(평균 95%)을 유지한다."
춘추항공은 실제로 티켓 가격을 99위안, 199위안, 299위안, 399위안 등으로 책정, '99시리즈' 상품으로 대히트를 쳤다. 지금도 춘추항공은 매월 9일과 19일 오전 10시에 인터넷을 통해 9위안짜리 '폭탄 세일'을 이어가고 있다.
― 9위안짜리 티켓은 너무 심한 헐값 가격 아닌가?
"그렇지 않다. 텅 빈 비행기로 운행하면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지만 싼값에 표를 팔며 최소한 유류 할증료는 건질 수 있다. 중국 도시는 물론이고 국제선으로 분류되는 홍콩으로 가는 편도 항공권 중에도 99위안짜리가 수두룩하다."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안전' 문제가 가장 신경쓰인다. 춘추항공은 어떤가.
"안전은 항공사의 기본이다. 안전문제에는 절대 돈을 아끼지 않는다. 낡은 비행기를 최대한 덜 쓰고 비행기 부품은 세계 최고를 쓴다. 회사가 보유한 비행기가 A320인데 현재 그 비행기의 성능이 가장 안정돼 있다. 우리는 저비용항공이지만 안전성 면에서는 거대 항공사들보다 낫다고 감히 자부한다." 춘추항공은 신규 항공사 19개 중 국가민항총국으로부터 유일하게 '안전 선진 단위(單位)'로 선정돼 있다.
―운영 원칙은 무엇인가?
"불필요한 모든 서비스(식사 포함)를 없애고 승객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모신다는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에 충실하는 것이다. 물론 값싼 가격으로. 경제적인 형편이 되고 안락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고급 항공여행도 당연히 필요하다."
춘추항공은 항공기 기종을 A320으로 통일하고 좌석도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을 없애 이코노미석으로 통일했다. 이 때문에 원래 154석이던 A320의 좌석 수를 180석으로 만들었다.
왕 회장은 "더 나은 서비스를 원하는 승객을 위해 '스프링 플러스(Spring Plus)' 좌석제도를 마련해 현재 30여개 국내 노선 맨 앞부분에 24석씩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프링 플러스' 좌석은 일반 항공기의 이코노미 좌석보다 싼 가격이지만 춘추항공 일반석보다 실내 공간이 3~4인치 더 넓은 일종의 준(準)비즈니스석이다.
비행기표 30% 싼 대신 생수 1병만 무료제공
여승무원 유니폼 비용 타 항공사의 7분의 1
춘추항공(Spring Airlines)의 고속 성장 이유를 분석해 보면 항공사 경영의 새 모델을 찾을 수 있다. 춘추항공의 키워드는 철저한 경비 절감과 이에 따른 저렴한 항공료이다.
춘추항공의 항공요금 가운데 99위안(약 1만7800원)짜리가 전체 판매 항공권의 20%에 이른다. 평균 항공료는 시장 평균 가격보다 최소 30% 이상 낮다. 올해 1월 처음 취항한
상하이-
일본 사가(佐賀)현 항로의 경우, 편도 항공료가 239위안에 불과했다. 다음 달 신규 취항할 상하이-
방콕 노선의 항공료도 399위안으로, 기존
중국 항공사 국제노선 요금(1100~5500위안)과는 비교가 무색할 정도로 싸다.
승객들이 춘추항공 기내에서 무료로 제공받는 음식물은 딱 생수 1병이다. 한국의 저가항공과 달리 주스나 커피도 무료로 제공되지 않고 물 외에 나머지는 다 돈을 내야 한다. 춘추항공은 항공권 판매도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이용해 비용을 대폭 줄였다. 고정 비용 절감을 위해 여성 승무원의 제복도 가격을 1000위안(약 18만원) 아래로 맞추었다. 기존 항공사의 제복(평균 7000위안대)에 비하면 7분의 1 수준이다.
항공기의 공항 계류 비용을 아끼기 위해 비어 있는 비행장을 이용하거나 공항 청사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계류장을 이용하고, 계류 시간도 30분으로 맞추어 매번 계류 비용을 5000~6000위안 절감한다.
전체 경영비용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유류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상 문제가 없는 범위에서 고공(高空) 비행을 한다. 고공에서는 항공기에 대한 공기 저항이 줄어 유류 소모량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줄이는 비용이 연간 최소 3000만위안에 달한다고 춘추항공 측은 밝혔다.
중국은 14억명에 육박하는 인구를 갖고 있지만 현재 연간 여객운송량은 연인원 7000만명에 불과하다. 인구 3억명에 여객운송량은 연인원 5억명인
미국에 비하면 매우 낮다.비싼 항공료 탓이 크다. 전문가들은 중국 서민층의 거대한 항공 잠재수요를 감안할 때 저비용 항공의 향후 전망은 밝다고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