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이 급하게 달려 오다 대관령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다시 남으로 기세를 올려 능경봉, 고루포
기를 거쳐 닭목이재에서 또 한번 숨을 고르고 동으로 머리를 돌려 석병산으로 달려가던 도중의 대화실산
에서 뻗어나간 잔가지는 다시 두갈래로 갈라져 한가지는 서남으로 달려 노추산에서 우뚝 서고 또 다른
하나는 동남으로 계속 달리면서 가지를 몇개 갈라내면서 마지막으로 우뚝 서니 바로 덕우산이다
그 덕우산 자락에 하 산높고 골깊어 숨어사는 이들이 모여 사는 동네가 있어 바로 내가 나서 자란 돌아
가서 다시 시작하고 싶은 그러나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 같이 숨어있는 내 고향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송계리가 자리잡고 있다
강릉에 볼일이 있어 들렀다 우연히 임계에서 겨울축제가 열린다는 말을 듣고 아주 오랜만에 반가운 이들
모일까 마음이 급해 바삐 달려간 곳
마을 앞 마산봉 보(洑)쪽 절벽의 소나무들은 얼음꽃이 활짝 피어 있었고 보에는 얼음기둥 두개가 우뚝
서 있었으며 개울 얼음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비록 얼음판에서의 줄다리기와 얼음축구만인 단출한 종목이었으나 열기만은 벌써 여름
여기저기 처진 천막안에서는 이골 저골에서 구경나온 이들의 반가운 만남이 오가는 술잔만큼 바쁘고...
소나무에 눈꽃을 피우고 얼음판을 고르게 얼리느라 고생이 많았던 수고로움도 여기저기 보이고....
그러나 반가운 마음과 달리 급하게 뒤돌아서야 하는 난 어느새 여기서는 이방인이다
紫布岩乎 希 (지죄 바회-자줏빛 바위가에)
執音乎手母牛放敎遣 (자 몬손 암쇼 노히시고 -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吾 兮不喩慙 兮伊賜等 (나 안디 븟그리샤 -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花 兮折叱可獻乎理音如 (고 것거 바도림다 -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정동진에서 선쿠루즈호텔 뒤로 난 길을 따라 고개를 넘으면 심곡
심곡에서 옥계 금진까지 바닷가로 난 길이 수로부인에게 꽃을 껏어 바친 노인의 설화의 무대가 되는 곳인
지는 모르지만 이름하여 헌화로
안인에서 정동진까가지의 바닷가로 이어지는 길도 절경이지만 이 곳 헌화로는 파도가 높으면 물이 넘쳐
다니지 못하게 나트막하게 길이 나있어 바다와 바로 이어지는 운치가 더한 곳이다
강릉에 내려와 누이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니 날이 잔뜩 흐려 ND필터 없이도 바짝 조이면 파도를
낮게 깔린 안개로 눈속임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직 잠에서 덜깬 누이를 닥달하여 달려간 곳
그러나 ND필터 없이는 무리인 듯
결국 물안개는 포기하고 솟아오르는 포말을 담으려 하니 이미 파도는 수그러져버렸다
섭섭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 멀리 정동진 바닷가는 아직도 포말이 허옇게 일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정동진에 들어서보지만 여기도 역시......
돌아오는 길에 점심이나 먹자고 들른 안인화력발전소 뒤쪽의 염전
군선강이 바다와 만나는 강 복판에는 하마 올라오는 숭어를 잡자고 투망을 든 이들이 줄지어 서있다
(동해안의 작은 강어귀에는 눈 녹을 때 쯤이면 숭어가 눈에 낀 백태를 씻어내기 위해 떼를 지어 강으로
몰려 올라 온다고 하는데 벌써 그 때는 되지 않았을테고 사람들의 마음이 바빴던가보다)
집에 돌아와 잠시 쉬었다가 어스름 무렵에 다시 집을 나선다
하늘, 경포호수, 경포바다, 술잔, 그리고 님의 눈 그렇게 다섯개의 달이 뜬다는 경포호
그 호수 주위로 많은 정자들이 세워져 있고 강릉시에서는 조명시설을 설치해서 낮과는 다른 흥취를 더 해
주게 했다는데 얼마나 멋진 흥취를 자아낼까 궁금해하면서 경포대에서 내린다
(선교장에도 조명시설을 해놓았다는데 그 곳은 기약없는 나중으로 미루고....)
덩그러니 솟은 언덕위의 경포대 혼자 환하게 빛을 받으며 서있고 어정거리는 사람은 나 하나뿐,,,,,,,
경포대에서 경포해수욕장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어둠속에 환하게 빞을 받으며 정자 셋이 나란히 서 있다
바닷가 쪽으로 나가면서 제일 처음이 동네사람들이 계를 만들어 정자를 지었다는 경호정, 그 다음이 향유
(鄕儒) 16인으로 창계된 상영계 계원 들에 의해 오봉산과 영 귀암 사이에 건립되었다가 금산의 낙안전 건
너편으로, 다시 사천면 박포로, 또 다시 경포호로 이전된 떠돌이 정자 상영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금란정
작년 여름에는 차안에서 지나치면서 어둠 속에서 환하게 밝혀진 한옥이 아름답긴 했으나 도로 걸어 돌아
갈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지나쳤던 곳
그러나 이번에는 큰 맘 먹고 경포호를 걸어서 돌아보기로 했으니 당연히 이 곳도 거쳐간다
단지 그 정자들 앞으로 지나가는 전깃줄만 앞으로 내면 좋았을 것을........
대굴령(이곳 노인들은 대관령을 이렇게 부른다) 자락에에서 흘러내린 물이 경포호에 모였다가 경포호의
동남쪽 끝 강문쪽으로 빠져나가는 곳 부근에는 현대호텔을 비롯한 호텔들이 있어 밤을 밝혀준다
비록 낮에는 흉물스럽긴해도......
그 건물에서 비치는 빛이 경포에서 다시 태어난 현란함이란.......
경포호 복판에는 새바위라는 조그만 바위가 하나 외따로 떠 있고 그 위에 기해생(몇살?) 동갑게원들이 월
파정이라는 정자를 세웠다
이 역시 낮에는 별로지만 밤에는 빛과 어우러져 현란한 아름다움을 뽑낸다
이제 강문쪽까지 다 와서 돌아본 경포해수욕장 입구 부근의 야경
이 곳 역시 무슨 커다란 술집의 네온이 물에 반영되어 요란하기만하고......
강문 하구에 닿으니 현대호텔에서 비추는 조명으로 밤바다는 더 초록으로 물들고.....
객실에서 내려다보면 더 아름다울 것 같기는한데.............
개울을 건너니 방파제끝에는 등대모양의 조형물이 홀로 밤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무엇이 그리도 간절해서..................?
밤바다가 아름다은건 현대호텔쪽만 아니다
여기 개울 건너 강문횟집단지 앞에도 밤바다는 환하기만하다
이제 집오로 돌아오는 길
대관령 양떼목장과 삼양목장을 둘러볼까 했으나 아직은 눈이 그리 많이 쌓여 있지 않아 설 지나고 영동지
방 아주 눈이 많이 왔다고 할 때 다시 둘러보기로 한다
그 때 삼양목장은 둘어가게 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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