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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
부슬비 내리는 인천공항, 아직은 한적한 탑승구, 대기실에 앉아 꼬박 밤을 새고 새벽에 나온 탓에 배가고파 두리번 거리며 일행들에게 뭣 좀 먹자 하는데 아무도 대꾸가 없다.
생전 처음 전화기와 떨어져 있으려니 나도 모르게 자꾸 주머니만 뒤적거린다.
이렇게 답답 할 수가..
내가 전화기의 주인인지, 전화기가 내 주인인지 잠깐 헛갈린다.
후줄거리는 빗속을 뚫고 올라온 하늘, 구름속 비행중 나온 기내식.
친구와 탑승 직전 먹은 샌드위치가 아직 뱃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어 별 반갑지 않았는데 그래도 기대반으로 받아든 식사는 어떻게 보면 쇠고기스튜 같기도 하고 달리 보면 챂스테이크 같기도 한 무미한 맛이다.
식사가 끝날즈음 한동안 나타난 맑은 하늘 아래의 푸른 바다와 점점이 박힌 섬, 그리고 여객선 인지 화물선 인지 하얀 포말로 밖에 구분이 안되는 떠나 가는 배가 인상적 이다.
두어시간 몇번의 구름속과 맑은 하늘을 지나 중국 영파공항 이란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중국 연안은 우리의 그것과 달리 오염이 된 건지 아님 폭우로 인해 토사가 쓸려 온 건지 온통 검은 흙색이다.
중국의 첫인상?
수백미터 위에서 내려다본 주택 단지는 우리 6~70년대 탄광촌 집단 거주지를 연상케 할 정도로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가이드와 수인사들을 한 후 목적지를 향해 버스에 올라타 출발을 하는데 생각 보다는 버스가 좌석 간격이 좀 좁아서 그렇지 무난하다.
제일 처음 목격한 인상적인 모습, 도로 옆에서 과일을 파는데 고만고만한 수박을 저울에 달아 판다.
합리적인 것인가..?
고속도로 주변으로 설치된 광고물에서 아는 한자를 찾으려 노력하고 쉬임 없이 지식 들려 주기에 바쁜 가이드의 안내 멘트를 안 놓치려 쏱아지는 졸음을 억지로 참는다.
<개봉,강릉,장안,소주,강남,항주,무안,합비....>등 어릴적 읽었던 소설속의 지명들이 들려와 가슴을 설레게 한다.
언젠가 신문에서 일본 중소 기업은 합자회사가 태반이고 중국은 유한회사가 절대적이고 우리는 주식회사 라는데 우리나라만이 주식회사 설립하기가 제일 쉬웠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도로 주변 간판 모두가 유한회사라고 적혀 있어 이제 실감이 난다.
항주 도착 점심을 먹는데 가이드가 여덟가지 코스요리라 하며 메뉴 몇가지를 설명을 해 주어 기대가 컷는데 막상 음식을 대해보니 기대치가 너무 컸었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음식의 종류는 오리고기, 돼지고기, 탕, 야채볶음 등이었는데 맛도 그렇고 청결도 그렇고 ..그냥 독한 이과두주만 친구하고 마셨다.
다시 황산을 향하여 출발, 고속도로를 타는데 꼭 개인고속도로 처럼 차들이 안다녀 썰렁 하기만 하다 오로지 반겨 주는건 야산 전체를 뒤덮은 대나무 숲, 다원의 나라답게 끝없이 이어진 차밭, 계속 이어지는 가이드의 안내 멘트, 그리고 하루 종일 추적거리는 비다.
그런데 그 흔한 밤나무는 왜 하나도 안 보일까..?
산과 계곡을 지나길 수백킬로..드디어 황산시라 불리는 둔계시 도착이다.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한 바로 식당뒤, 명.청나라시대의 옛거리를 관광한다.
건물들은 고풍스러운데 상점에서 취급하는 상품들은 현대물품들이 대부분이다.
삼겹살로 나온 저녁식사를 맛있게 먹고 숙소에 도착, 객실에 들어서니 깔끔한 투윈룸이 나를 반긴다.
그나저나 내일은 날이 개이려나..
-둘째날-
가는 날이 장날? 서양식 블랙파스트에 화결이라 불리는 빵과 죽등 중국식을 가미한 호텔 뷔페에서 아침 식사 후 출발 하려는데 황산의 서해 대 협곡이 강풍으로 인해 통제 되었다는 안 반가운 소식이 전해 진다.
그래도 안갈 수 는 없는 일..황산 까지의 거리 70여킬로, 한시간 남짓 걸리는 시간에 비라도 멈춰 줬으면..
가는 길에 혼자 생각중 어제 가이드의 숱한 멘트 중 후진타오 현 중국 국가 주석의 출신 지역을 지나며 그 선대 선비들이 옆 부자 마을에서 뇌물 받아 먹기를 좋아해 그 뇌물 실은 외바퀴 수레가 얼마나 자주 다녔는지 바윗길이 수레바퀴 자국에 외길로 움푹 패였다는 설명이 생각나 혼자 쓴웃음을 지어 본다 사실일까?
황산입구 도착, 옛날 마이크로 버스 같은 작은 차로 갈아타고 케이블카 출발지까지 가는데 와호장룡 촬영지를 안내하는 입간판과 차내 비디오가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
그 장소를 혹 볼 수는 있으려나..?
6인승 곤돌라에 탑승, 목적지 까지 가는 중에 보이는 암릉은 보기 좋앗는데 설악산처럼 지면과의 높이.거리가 그리 차이가 나지 않아 스릴감은 좀 떨어졌다.
옥병루 도착
식사시간 까지 좀 여유가 있어 가까운 거리에 있는 황산 제3봉인 천도봉까지 갔다 오기로 하고 출발, 천도봉 밑 출발점 광장까지 도착했는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거의 직각으로 솟은 봉오리 암벽을 파내어 만든 계단을 밟고 몇십미터 오르는데 몰아치는 매서운 바람과 위험하기에 진행을 막는 가이드의 핸드마이크 소리가 겹쳐 더 이상의 등정을 포기하게 막는다.
밑에서 하염없이 안개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 정상부를 바라 보는데 몇몇 일행들은 내려 오지 않고 끝까지 가나보다.
바람세기가 그들이 정한 수치 10 이 되면 몸을 스스로 지탱 할 수가 없어 당국에서 입산 자체를 통제 한다는데 지금 풍속은 6~7 정도 된다고 가이드가 설명을 한다.
계곡 밑에서 회오리쳐 올라 오는 광풍은 발바닥에 신경을 곤두 세우고 서 있는 몸집 큰 나를 계속 비틀거리게 한다.
하지만 순간순간 뭉친 구름이 천도봉을 감싸고 눈 앞에서 빠른 속도로 지나가며 그리는 그림은 어떻게 글로 표현할수 없는 환상적인 수묵화를 수만폭 그려 놓는다.
다시 옥병루
아직 도착 못한 산우들을 기다리며 식사를 미루고 있는데 식당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현지인들이 고추바위라 일컫는 큰 바윗덩어리가 화제다.
안개속 찰나 마다 언뜻 보여지는 남근석 모양의 우람한 바위는 생김 자체가 실물과 너무 흡사하여 보면 볼수록 신기하게 느껴 진다.
어휴~그런데 케이블카 타는 곳이 가까워 그런지 중국인 가이드들과 현지 관광객들의 대화 소리가 보통 시끄러운 것이 아니다.
식사는 중국식당 특유의 코스요리 음식으로 테이블당 좌석 수가 다 채워야만 나오는 것인데 모두들 허기진 탓에 맛도 못느낄 정도로 정신없이 먹는다.
메뉴는 뭐...야채볶음,무우를 정모양으로 썰어 돼지고기와 간장 소스에 볶은것 등 몇가지엿는데, 전날 점심 식사가 좀 소홀했던 탓에 불평없이 배불리 먹었다.
아직도 서해 대 협곡은 통제 중이어서 출입을 금하는 입구 까지라도 가기로 의견들을 모으고 출발을 했는데 가는 도중 만난 일선천 이라는 통천문이 사람 소름을 끼치게 한다.
약 40 미터의 절벽을 바위를 쪼아내어 계단을 만들었는데 난간대 까지 그 정교함에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 하고 현지인들이 많이 와 정체가 되기도 하지만 듣고 보면 땅이 넓은 관계로 우리들 보다 더 멀리서 왔을지도 모를 그들도 충분히 산행을 즐겨야 하니까 우리 욕심만 차릴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를 인솔하던 현지 가이드가 맞은 편에서 오는 중국인 관광객들 에게 계속 확인을 해본 결과 바람 주의보가 다음날 까지 발효 중이라는데도 불구하고, 출입문이 열려 있다는 낭보를 전해 준다.
그때의 시간이 오후 세시반경..네시면 다시 통제가 된다하니 협곡을 향하여 40여명 넘는 인원이 전력 질주다.
바위를 파낸 터널을 지나 서해 대 협곡을 들어 서는데 인수봉 보다도 더 커 보이는 직각절벽 중간부에 철심을 박아 콘크리트로 넓이1 미터 좀 넘게 등산로를 매달아 놓았다.
모두 처음 보는 신기한 모습에 사진 찍기들 바쁜데 난 그냥 스믈 다섯살 짜리 현지가이드를 쫓아 그 아찔한 길에 발을 들여 놓았다.
나중 들은 얘기지만 내 뒤에 따라오던 사람이 내가 지나가는데 쿵쿵 소리가 나서 부러 거리를 두고 따라 왔다는 농담아닌 농담을 해 어이 없는 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다행이 안개에 가려 까마득한 절벽 밑은 보이지 않는데 두꺼워 봐야 20센티 두께 밖에 안되는 콘크리트 계단 아래가 허공에 떠 있다는 사실을 생각 하니 나도 모르게 다리가 후들거린다.
좀 진행을 하며 중국인들은 참 대단한 사람들이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고 어떻게 이런 설치를 했을까 하고 앞서 가는 가이드에게 말을 거니 이 젊은 친구가 어제 버스에서 한 말과 같은 말을 또 한다.
"만리장성에 비하면 새발의 피죠."
바람은 멎은지 오래고, 눈앞에 백 수십미터는 족히 되고도 남을 절벽들이 중간부, 또는 정상부에 천년송을 이고 안개속에서 잠깐씩 모습을 보일때면 탄성이 절로 나오고 내가 온길을 되돌아 보면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이곳을 못 지나고 숙소로 바로 향했으면 얼마나 억울 했을까!!
하지만 등산로 중간중간 떨어져 있는 낙석과 금방 떨어져 박살난것 같은 고목들을 보며 가슴 한편을 쓸어 내리기도 했다.
몇번을 만난 통천문, 구름속 천상으로의 초대를 받는것 같아 기분이 날아갈 것 같기도 하지만 난간쪽은 감히 쳐다 보지도 못하고 바위벽 안쪽으로만 붙어 네 발로 올라가는 겁 많은 내 모습이 우스꽝 스럽기도 하다.
배운정 도착.
멀리 어스므레한 계곡을 바라보며 언젠가 다시 찾아와 고요함과 서 있는 시간을 느껴 보고 싶다.
텔레비젼에 나왔던 연인들의 숱한 자물쇠 걸어둔 쇠사슬을 보고 있는데, 가이드가 안개속 앞을 가르키며 저 아래쪽이 수호지에 나오는 무송이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 잡은 곳이라고 말을 한다.
그쪽은 북해쪽 이라는데 서해쪽 보다 더 험해 아직 등산로가 없어 사람들이 출입을 못한단다.
언젠가 또 계단을 매달겠지..
일곱시도 안 됐는데 해가 저물어 어둡다.
서해대빈관에 도착, 방을 배정 받고 여장을 푼다.
객실 시설은 어제만 못 했지만 산꼭대기에 지은 건물치고는 꽤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녁식사..비슷한 현지메뉴,집에서 가져간 고추장과 마늘. 닭도리탕 그리고 이과두주...그런대로 푸짐한 만찬이었다.
내일은 날이 개이길 기대하며..
-셋째날-
바위산,수풀 사이 아름드리 소나무, 깊은 골짜기,
멀리 순간순간 얼굴을 보이는 운해
언뜻 제비와 비슷한 이름 모를 새들의 비상..
세쨋날을 맞는 산상 호텔에서의 창밖 아침단상이다.
친구를 비롯, 다수가 일출을 본다고 사자봉으로 출발을 했는데 나는 숙취와 피곤함으로 인해 머뭇거린다.
그래도 다섯시 반..숙소 부근을 둘러 보려고 자켓을 걸치고 로비를 나선다.
비는 그쳤지만 짙은 안개로 인해 시계가 짧다.
구름속의 산책을 하고 돌아와 보니 어느새 식사 시간이다.
죽,빵..그리고 뭐였지?
오늘도 어제와 같은 앞사람 베낭 쳐다보기 산행이 될거 같다.
해도 너무한다 벌써 삼일째 출발하는 날 부터 계속 안개와의 씨름이니..
내나라 가을날 고추잠자리 날아다니는 맑고높은 푸른하늘이 너무 그립다.
주의사항 경청, 몸풀기 운동 후 출발이다.
대한 항공 CF 촬영지로 유명한 비래석에 올라 남들과 같이 소원을 빌어 본다.
그 유명하다는 바위를 안개가 주변을 온통 회색지대로 만들어 버렸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계속 잘 닦여진 좁지 않은 등산로를 중국인 관광객들과 현지 짐꾼들이 가득 메워 가는길을 자꾸 더디게 한다.
6~70 키로는 족히 나간다는 건설 자재에서 부터 호텔 식음료, 소모품, 세탁물, 심지어 쓰레기 까지 별별 종류의 물건들을 대나무 받침대 양쪽에 매달아 어깨에 지고 산 아래 혹은 산 위서 부터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 애처롭기 까지 하다.
체구도 작은 사람들이...
북해 호텔 부근, 한 무리의 산꾼들이 말을 걸어 온다.
지나온 길에선 내가 말을 걸었었는데.
등산복을 제대로 갖춰 입은 사람들은 무조건 한국 사람들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
오늘날 한국에 유통되는 기능성 전문 등산용품 절대다수가 이곳 중국이 원산지라는데,
그들모두가 면티 면바지 혹은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이다
우리돈 삼만원이 넘는 산 입장료에 그에 버금가는 왕복 케이블카비 그리고
만만치 않은 호텔 투숙비등 이곳에 오는 현지인들은 그래도 소득 수준이
괜찮아 보이는데 이해가 좀 안간다..
또하나 이해가 안가는거 관광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거의 눈에 안띈다는 사실이다
간혹 서양인들은 눈에 띄었지만, 수 많은 인파 중에 일본사람은 한사람도 보지 못한거 같다.
등소평,강택민등 역대 중국 최고 지도자들과 고관대작들이 황산에오면 꼭 들른다는 명승지 몽필생화, 안개 속을 가리키며 인솔자가 설명을 하는데 커다란 암릉과 소나무가 구름속에서 어렴풋이 실루엣으로만 다가올 뿐이다.
7~8 백년은 되었다는 소나무들을 감상하고, 부근의 시신봉을 오르는데 온통 운무 투성이다.
열시 정도인데 어째 하산하는 분위기다.
욕심 같아서는 서해대협곡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은데 아쉽다.
천국의 계단 아닌 계단의 천국.
첫날 시작부터 오늘 끝나는 날까지 밋밋한 경사건, 급경사이건, 모두 계단이다. 바윗길에 계단 만들기는 천오백여년 전부터 시작되어 왔고 지금도 진행중이라는데 중국인들의 저력과 끈기가 놀랍고 무섭다.
바위를 파낸 곳도 있고, 절벽에 매어단것도 있고 참내...
예의 그 계단길에 다른 코스보다 유난히 많은 짐꾼들 때문에 신경이 보통 쓰이는게 아니다.
산을 내려 올 수록 온도는 올라가 습한 공기와 맞물려 하산길임에도 몸을 지치게 한다.
나도 케이블카나 타고 내려 갈껄..
그래도 내려오는 길 내내 날이 점차 개이고 있어 협곡 방문을 조금이라도 다시 못한 것이 끝내 미련으로 남는다.
드디어 주차장, 셔틀 버스를 타고 어제의 출발지로 간다.
창 너머로 보이는 우람한 산,
잘 있어라. 기암아, 괴석아, 그리고 폭포들아 !!!
다시 출발점.
한국 식당이다.
현지식 보다는 삼겹살 구이가 입에 맞는지 모두들 밝은 표정이다.
둔계시로 이동, 실크 공장을 방문한다.
상품을 구매 하지 않아 미안한데 어릴적 누에를 키워본 경험이 있음에도 실크 원사 뽑는 지식을 새로 얻는다.
실크 공장 출발 전, 오늘 남은 일정으로 의견이 분분 한데 유명한 가무극을 관람하는 쪽으로 말들이 모아진다.
생각지도 못했던 웬 횡재!
공연 좋아 하는 나도 절대 찬성이다.
고속도로로 접어드니 날씨가 또 후드득이다.
비 많은 동네라더니..
한참을 달리니 이정표에 청량(?)봉 이라는 표식과 함께 도로 옆으로 황산 만큼이나 멋있는 큰 봉우리가 머리에 구름을 이고 한동안 나를 바라본다.
짧은 약속을 하고 단체로 타국에서 여행을 온 이방인 에게 또 한번 저런 멋진 산으로의 등반은 꿈도 꿀 수 없는 일 아닌가.
얼굴 마주보고 눈 인사 한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쏟아지는 굵은 소낙비 속에 유서깊은 명승지 서호를 품고 있는 고대 도시 항주로 에의 도착이다.
올때 잠깐 스쳐 가기는 했지만 3박4일 동안의 식사 중 음식이 제일 꼴찌여서 이미지가 좀 안 좋았는데 그래도 가슴 설레게 하는 이름 항주다.
세상이 한참 만만했던 젊은 날에는 홍콩을 거쳐 이곳과 상해 까지 여행을 하자고 친구랑 얘기를 끝낸 적도 있었는데, 당시엔 수교 직후여서 이곳으로의 여행이 까다로와 시간을 끌다가 흐지부지 되고 만 적이 있었다.
그때 계획을 잡을 때에도 이곳은 우리들 여행의 중심지였다.
한국인들이 많이 온다는 현지 식당.
몇가지 안 되는 음식이지만 고추잡채, 고추볶음등 현지식중 제일 우리들 입맛에 맞았다.
거침없는 몇 순배의 술에 거나해져 오분거리의 공연장에 도착한다.
9백여년전 송나라 수도였던 이곳의 전쟁.사랑을 그린 한시간 짜리의 짧은 단막 극이다.
정식 명칭은 '송성천고정' 또는 '송성 가무극' 이다.
이곳에 오는 한국인 관광객들은 꼭 들린다는, 아니 이 극을 보기 위해 목적투어가 따로 생겼다는 유명한 공연이란다.
공연장 입구 구내.
세트장 처럼 꾸며 놓은 송나라 시대의 시장이 고풍 스럽다.
과거 그들의 복장을 한 상인들과 현대 의상을 차려 입은 관광객들이 좁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지나다니는 모습이 흥미롭다.
이제 천년전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다.
공연장의 규모는 수천석은 될 것 처럼 넓다.
오늘만 해도 열번째 공연이라는데..근데 하루에 열번 공연이 가능 하긴 할까?
에이...대식 군이 잘못 들었겠지.
소란스런 장내.
술취한 나는 분위기가 엄숙하지 않아서 좋다.
내 좌석은 출입구 바로 앞 끝자리..참 지지리도 복도 없다고 투덜대며 서 있는데 안쪽에서 일행중 한분이 자리가 비었다고 오란다.
가 보니 우리가 보통 공연 티켓팅을 할때 흔히 R석이라 불리는 테이블이 있는 로얄석 바로 옆이다.
맛있는 음식에 고국에서 물 건너온 귀한 소주로 배가 뿌듯한 나에게 테이블이 무슨소용이 있단 말인가.
참 지지리 복도 많다!!
로얄석에 앉아 느긋이 공연을 기다린다.
참 시끄러운 중국인들.
성격들이 다 밝아서 그런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공연의 배경과 내용을 알리는 화면에 한글이 뜬다.
우리가 오는 것을 알았나..?
일본 글자가 없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다만 번역이 조금 잘못 된게 옥의 티다.
웅장한 도입부,조명, 의상등 무대 미술이 환상이다.
매 장면 마다 수십의 배우들이 넓은 무대에서 펼치는 화려한 군무.
무대 뒤 대형화면의 영상과 실제 배우들의 움직임이 똑 같이 맞아 떨어지면서 마치 수백의 실물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착시 효과를 일으키게 한다.
객석 코 앞에서 올라오는 입체적인 무대, 쏱아지는 물, 무대를 뛰어 다니는 십여필의 실제의 말들, 객석 천정에서 내려 오는 홍등, 그리고 로얄석 답게 갑자기 조명이 머리위로 비춰지면 화려한 전통 의상을 입은 미녀가 어느새 내 좌석 옆 통로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무대를 향해 내려 갈때는 아연 황홀이다.
특히,서역을 표현하려 했나..아님 신장 위구르 쪽이었을까.. 민속 의상을 입은 수십명의 미녀들이 보여주던 춤은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어디서 그만그만한 배우들을 구해 왔는지.
어느 순간 아리랑이 흘러 깜짝 놀라 무대를 바라보니 우리 장구 춤이다.
감동!!
그런데 곡조도 빠르고 배우들 의상을 보니 소매끝이 짧고 긴치마가 꽉 조이는 것이 북한 배우들의 그 모습이다.
그렇게도 소란스럽던 객석이 우리음악이 나오니 생소해서 그런지 모두 조용하다 수천명 대 몇십명,
우리들만이 박자에 맞추어 있는 힘것 손뼉을친다 음악이 빠른관계로 손바닥이 얼얼하다
그래도 기분이 너무좋다.
기왕이면 남쪽 관광객이 많다니 이쪽 것으로 좀 하지..
그럼 템포 자체가 좀 느려 질라나?
그나저나 남자 배우들의 멋진 상모 돌리기는 누구한테 배웠을까.
단막극의 특성상 스토리 구성은 그저 그런것 같았는데 매 장면의 멋진 공연 모습은 이번여행 수확중 하나이다.
한시간의 짧은 관람..밖에 나오니 수십대의 대형 버스가 사람들을 기다린다.
저렇게 관객층이 두터우니 규모가 큰 공연도 가능 하겠지.
물론 거의가 관광객들 이겠지만.
부럽다.
호텔에 도착하니 제일 깨끗한 숙소가 나를 반긴다.
어째 시간이 갈수록 점점 좋아지네! 집에 가지 말란 얘긴가..?
샤워 후 일층 노래방에 들리니 요금이 술을 많이 마시든 안마시든 무조건 일인당 중국돈 백원이란다.
술 좋아 하는 나는 속으로 굿 이다.
그런데 술을 몇잔 마셨는데도 저녁 먹을때의 맥주 맛이 안나서 직원에게 물어 보니 도데체 못 알아 듣는다.
가게에 있는 맥주 종류를 다 가져 왔는데도 없네?
에이..공자의 나라까지 와서 내가 술 가지고 시비를 걸면 되나..
근데 다음날 얘길 들어보니 알콜 도수가 없는 아니, 2% 밖에 안 된다는 저알콜 탄산음료란다.
꼭 사기당한 것 같다.
-마지막날-
전날과 비슷한 아침 식사 후 시내 관광이다.
날씨는 개었으나 습도가 많은 탓인지 아침부터 엄청 찐다.
여기가 공산국가 중국이 맞나..
시내의 고층 건물들,세계 자동차 전시장 같은 각종 외제차량들,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우월함을 안 그들이 선택한 제도 덕분이다.
정부 체제는 사회주의고 경제는 자본주의 이고..참 회한한 동거이다.
그래도 잘 돌아가는것 같으니 지하에 있는 독일 출신의 두 천재 사회주의 창시자가 통곡을 할 일이다.
초미니 핫팬츠를 입은 아가씨가 자전거를 타고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내가 탄 버스옆을 스쳐간다.
한 이십분을 갔을까..그 유명한 서호다.
실제 거주 인구는 150여만명 밖에 안되는데 일년 내방객이 삼천 오백만이란다.
다시 말해서, 한달에 삼백만명 정도가 이 항주라는 도시를 찾는다는 얘기다.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가 아닐수 없다.
물론 나도 그 숫자에 일조를 하고 있긴 하지만.
옛날 부터 시인묵객들의 작품의 주 무대였던 서호에서 유람선을 타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선착장까지 가는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유람선 승선.
출발을 하는데 호수 규모는 내고향 예당 저수지 보다도 작아 보인다.
그냥 내가 볼때는 그리 특별날거 없는 평범한 호수처럼 보이는데 왜 중국인들과, 중국을 아는 모든 사람들이 이곳을 그리 보고 싶어 하는 것일까.
집에 돌아와 홍보 책자를 보니 가이드가 얘기하고 어제 공연 관람중에 잠깐 묘사 되었던 중국 <백사전>이라는 민간전설에 나오는 남녀 사랑.이별의 유명한 내용이 그들의 가슴속에 박혀 있어 이곳을 찾게 되는 것은 아닐까..
호수안에 섬이 있고 섬안에 호수가 있는, 눈길 가는 곳 마다 전설이 서려있다는 중국 최고 명승지중의 하나라는 서호,이곳의 사연을 모르는 이방인 에게도 이십여분의 유람선 관광길은 허전하기만하다
언젠가 시절인연이 닿아서 다시 방문한다면 그때는 지금보다는 여유롭길 바랄뿐이다.
다음 방문지 영은사로 향한다.
가는 도중 가이드가 이곳의 유명한 특산물인 녹차, 용정차를 자랑하기에 바쁘다.
아닌게 아니라 도심임에도 곳곳에 차 재배지가 눈에 띈다.
영은사 도착.
천년된 탑 , 조각. 수 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올라간 웅장한 대웅전 앞에서 한주먹씩의 향을 들고 열심히 기도를 드리는 중국인들 틈에 끼어 부처님을 바라 본다.
밖에서 본 건물의 높이는 우리 보통건물들의 사오층쯤 되어 보이는데 부처상이 모셔진 내부는 원통형으로 되어 있어 그 규모가 대단하다.
그런데, 이 사찰이 중국의 10대 사찰 중의 하나라는데 그 건물의 역사가 160년 밖에 안된다고 해서 깜짝놀라 물어보니 화재를 입어 소실된 것을 다시 복원 하였단다.
좀 허전하다..그리고 유명 사찰에 샘이 하나도 없는것 이것도 우리와 비교된다.
강변에 위치한 한국식당 으로 가 삼겹살과 이곳에서는 너무 귀해 한병에 8천원씩이나 하는 소주를 곁들여 점심을 하고 차맛을 보기 위해 다원으로 향한다.
중국을 처음온 내 욕심 같아서는 전통 재래시장을 가보고 싶지만 40여명이 넘는 단체에 몸담고 있는 처지에 감히 그런 내색을 하기조차 부담스럽다.
다원에 도착해서 차맛을 보는데 현지 관리인의 능숙한 말솜씨와 차맛이 어우러져 구매를 안할수 없게 만든다.
공항에 도착
저녁 비행기를 타고 인천을 향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영파시내 야경,
의외로 컴컴하다 다만 구불한 도로를따라 훤하게 비친가로등만이 그곳이 도심임을 말해준다
어째 그 도로의 모습이 그들이 좋아하는 용의 모습 같아 한참을 바라본다.
아직 다시올 약속없는 중국, 그래도 안녕이다.
기내식으로 나온 메뉴는 출발할때와 비슷한 스튜 류인데 요리 재료가 쇠고기 대신
닭고기로 바뀌었고, 맛은 간이 싱거운 관계로 무덤덤 했다.
우리나라 영공, 발아래 나타난 도심의 아름다운 야경이 한참을 비행함에도 착륙할때까지 끝없이
이어진다 저쪽과 달리 보기 좋기는한데 어째 자꾸만 도시국가가 되어 가는것만 같아 안타깝다.
집에 오니 시간이 벌써 새벽이다.
넉넉치 않은 예산으로 여행경비를 마추려고 애쓰신 임원진에 감사드리고, 수년만에 나온 관계로 면이 있는 분들이 몇분 안됨에도 불구하고 잘 대해 주셔서 고마웠다.
後記
한참전에 어느 유명인의 동구 여행기 중,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 역 광장에서 부슬비 오던날 한 집시가 들려주던 바이올린 소리가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다고 했는데, 그런 감동은 아닐 지라도 나도 짧은 여행이지만 특별한 추억거리라도 만들고자 노력했고 그래도 다행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수 있어 감사하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예그린 가족 모두에게 건강과 행운이 깃들기를 바란다.
첫댓글 아리랑에 장구춤을 중국에서 가슴뭉클함을 안고 관람하셨을 느낌이 전해집니다....잘 읽거 갑니다...
가신 기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