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
Symphony No.9 in d minor 'Choral' op.125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 작곡: 1822~1824년
♣ 초연: 1824년 5월 7일, 빈의 케른트너토어 극장에서 베토벤 자신의 지휘, 실질적인 지휘는 움라우프 ♣ 출판: 1826년
♣ 헌정: 프로이센 국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
♣ 편성: 피콜로, 플루트2, 오보에2, 클라리넷2, 파곳2, 콘트라파곳, 호른4, 트럼펫2, 트롬본3, 팀파니, 심벌즈, 트라이앵글, 현5부, 소프라노, 알토, 테너, 바리톤의 각 독창, 혼성 합창
♣ 연주시간: 약 70분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은 환희와 인류애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4악장에서 독일의 시인 실러의 시에 곡을 붙인 합창이 나오는 까닭에 ‘합창’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작품은 작곡가 베토벤이 완성해낸 마지막 교향곡이자 오랜 세월에 걸쳐 작곡된 역작이기도 하다. 베토벤이 ‘합창’ 교향곡을 완성해낸 것은 그의 나이 53세 때인 1824년 2월의 일이지만 이 교향곡은 이미 1812년경부터 구상되었고, 실러의 ‘환희에 붙여’의 송가에 곡을 붙이려 생각한 것은 그가 고향 본을 떠나 빈으로 가기 이전부터였으니 베토벤은 교향곡 제9번을 30년 이상이나 구상하고 있었던 셈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변화무쌍한 교향곡
1824년 5월 7일, 빈의 케른트너토르 극장에서 [합창 교향곡]이 초연되었을 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 변화무쌍한 교향곡에 청중들은 놀라움과 경외감을 느꼈다. 그러나 정작 베토벤은 자신이 만들어낸 이 위대한 교향곡이 초연되는 그 순간 단지 참관자의 역할만을 수행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날 음악회의 실질적인 지휘자는 미하일 움라우프(Michael Umlauf, 1781~1842)였고 악장을 맡은 바이올리니스트인 이그나츠 슈판치히(Ignaz Schuppanzigh, 1776~1830)도 지휘자로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베토벤은 지휘자 옆에 자리를 잡고 악보를 보면서 연주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중요한 부분에서 지시를 내리기도 했으나 불행히도 음악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었다.
당시 합창단의 소프라노 파트에서 노래한 그레브너 부인은 베토벤의 모습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연주에 맞추어 악보를 읽어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한 악장이 이미 끝났는데도 페이지를 계속 넘기곤 했다. 공연 때 한 악장이 끝날 때마다 한 남자가 그에게 다가가서 어깨를 건드리고 청중석 쪽을 가리켰다. 박수 치는 손 모습과 손수건이 휘날리는 광경을 보고 그는 머리를 숙였고, 그러면 더욱 큰 함성이 일었다.”
교향곡의 역사에 비추어볼 때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전통의 틀을 벗어나 있다. 교향곡에 사람의 목소리를 도입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통상적인 2, 3악장의 템포를 바꿔 2악장을 빠른 스케르초로, 3악장을 느리고 가요적인 악장으로 설정했다는 점도 특이하다. 또한 피날레 악장이 전통적인 음악 형식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 역시 베토벤 이전의 교향곡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합창 교향단]이 연주되고 있는 영화 [카핑 베토벤]의 한 장면
Orchestre Revolutionnaire et Romantique 혁명과 낭만의 오케스트라
19C 음악을 주로 다루는 원전악기 원전연주단체
John Eliot Gardiner 존 엘리엇 가디너 cond
제1악장 알레그로 논 트로포 운 포코 마에스토소
제2악장 몰토 비바체
제4악장 프레스토 알레그로 아싸이
1. Allegro ma non troppo, un poco maestoso 소나타 형식우주의 문이 열리는 듯한 1악장의 신비스러운 도입부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우리의 흥미를 끄는 것은 제1악장의 신비스러운 도입부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교향곡의 첫 도입부를 듣는 순간, 베토벤 교향곡이라면 으레 크고 웅장하게 시작되리라는 우리의 추측은 여지없이 무너져버린다. 언제 시작되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들릴 듯 말 듯한 호른의 지속음과 현악기의 살랑거리는 트레몰로가 슬그머니 교향곡의 시작을 알린다.
2. Molto vivacce 스케르초 악장 태초의 혼돈과 우주의 생성으로 시작해 비탄으로 끝난 1악장은, 이런 심각한 슬픔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활기찬 2악장으로 이어진다. 베토벤 연구가 솔로몬이 이 악장에서 비극은 갑자기 익살극으로 바뀐다고 말했듯이, 2악장의 기괴한 음악은 1악장의 고뇌를 한 순간에 하찮은 농담으로 전락시킨다. 그 농담은 유쾌하다기보다는 냉소적이며 지극히 악마적인 것이다. 여기서 팀파니는 2악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희극 배우로 활약한다. 보통 방식대로 완전 5도로 조율되지 않고 옥타브 음정으로 조율된 팀파니는 갑자기 큰 소리로 끼어들며 우리에게 섬뜩한 농담을 건넨다 3. Adagio molto e cantabile 자유로운 변주곡 2악장의 열광적인 무곡이 끝나면 사랑으로 넘치는 3악장 아다지오가 뒤따른다. 음악학자 조세프 커먼은 베토벤의 후기 기악곡에 ‘인간의 목소리’(voice)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베토벤 [합창 교향곡]의 아다지오야말로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 아다지오는 순수 기악곡이지만 여기에는 마치 성악곡과 같은 유려한 멜로디가 흐르며 천상의 분위기를 전해준다.
4. Presto4악장 ‘환희의 송가’를 통해 모든 인간은 하나가 된다!
4악장이 시작되면 오케스트라의 서주를 지나 베이스 독창자가 일어나 “오, 벗이여! 이런 곡조는 아니오! 더 즐겁고 환희에 찬 곡조를 노래합시다!”라 말한다. 그러면 지극히 단순하지만 강한 설득력을 지닌 환희의 선율이 시작된다. 그 뒤를 이어 터키풍의 행진곡과 느리고 장중한 음악, 환희의 멜로디를 기반으로 한 변주, 소나타와 협주곡 형식 등이 합쳐지면서 거대한 음악적 통일이 성취된다. ‘모든 인간은 한 형제’라는 환희의 송가를 통해 청중은 모두 하나가 된다.
5. Presto -'O Freunde nicht diese Tone' 기악을 마치 성악처럼 다루는 방식은 4악장에서 더욱 돋보인다. 9마디 상박부터 시작되는 첼로의 기악 레치타티보는 그 대적인 예로, 이 멜로디는 후에 나타날 ‘오, 친구여’로 시작되는 베이스의 레치타티보에 해당된다. 4악장은 기악곡을 성악곡처럼 쓴 곡일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람의 목소리가 들어간 성악곡이기도 하다. 베토벤의 시대에는 교향곡에 성악을 사용하는 예가 거의 없었다. 그것은 너무나 혁명적인 시도여서 당시의 몇몇 평론가들은 교향곡에 사람의 목소리를 넣은 것은 큰 실수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베토벤은 애초의 계획을 그대로 고수하여 그의 마지막 교향곡을 기악과 성악을 혼합한 장엄한 대서사시로 만들어 후대의 교향곡 작곡가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베토벤 [합창 교향곡]의 자필 악보로 악보 중간에 'seid umschlungen, Millionen(백만인이여, 서로 껴안으라)'라고 씌어진 베토벤의 육필이 보인다.
O Freunde, nicht diese Toene! Sondern lasst uns angenehmere anstimmen, und freudenvollere 오, 벗들이여! 이 선율이 아니고 더욱 기쁨에 찬 노래를 부르지 않겠는가!
Freude, schoener Goetterfunken 환희여, 아름다운 신들의 찬란함이여
Tochter aus Elysium, 낙원의 여인들이여
Wir betreten feuertrunken, 우리 모두 황홀감에 취해
Himmlische, dein Heilitum! 빛이 가득한 성소로 돌아가자
Deine Zauber binden wieder, 엄한 현실이 갈라놓았던 자들을
Was die Mode streng geteilt; 신비로운 그대의 힘은 다시 결합시킨다.
Alle Menscen werden Brueder, 그대의 고요한 나래가 멈추는 곳
Wo dein saufter Fuegel weilt,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Wem der grosse Wurf gelungen, 위대한 하늘의 선물을 받은 자여
Eines Freundes Freund zu sein, 진실된 우정을 얻은 자여
Wer ein boldes Weib errungen, 여성의 따뜻한 사랑을 얻은 자여
Mische seinen Jubel ein! 다 함께 환희의 노래를 부르자
Ja, wer auch nur eine Seele 그렇다, 비록 한 사람의 정이라도
Sein nennt auf dem Erdenrund! 땅 위에 그를 가진 사람은 모두
Und wer's nie gekonnt, der steble 그러나 그 조차 가지지 못한 자는
Weinend sich aus diesem Bund. 눈물 흘리며 조용히 떠나 가라
Freude trinken alle Wesen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An den Bruesten der Natur; 자연의 가슴으로 횐희를 마치고
Alle Guten, alle Boesen 모든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나
Folgen ihrer Rosenspur, 환희의 장미핀 오솔길을 간다.
Kuesse gab sie uns und Reben, 환희는 우리들의 입맞춤과 포도주
Einen Freund, geprueft im Tod; 그리고 죽음조차 빼앗아 갈수 없는 친구를 주고
Wollust ward dem Wurm gegeben, 땅을 기는 벌레조차도 쾌락은 있어
Und der Cherub steht vor Gott! 천사 케루브는 신앞에 선다
Frob, wie seine Sonner fliegen 환희여, 수많은 태양들이
Dureb des Himmels praechtgen Plan, 무한한 하늘의 궤도를 즐겁게 나르듯
Laufet, Brueder eure Bahn, 형제여, 그대들의 길을 달려라
Freudig, wie ein Held zum Siegen, 영웅이 승리의 길을 달리듯
Seid umsclungen, Millionen! 백만인이여, 서로 껴안으라
Diesen Kuss der ganzen Welt! 전세계의 입맞춤을 받으라
Brueder! Ueber'm Sternenzelt 형제여! 별의 저편에는 사랑하는 주님이 계시는 곳이다
Muss ein lieber Vater wornen. 억만의 인민이여
Ihr stuerzt nieder, Millionen? 엎드려 빌겠느뇨?
Abnest du den Schoepfer, Welt? 세계의 만민이여, 조물주를 믿겠느뇨?
Such' ihn ueber'm Sternenzelt! 별의 저편에서 사랑하는 주님을 찾으라1
Ueber Sternen muss er ihronen. 별들이 지는 곳에 주님은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