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신을 올리고 벌써 3주가 지났네요.
저도 이제는 제법 칭따오통이 되 가고 있습니다. 지난주 일요일엔 이 곳에서 제일 오래되고
제일 크다는 리춘큰장엘 다녀 왔습니다. 과연 대륙의 장답게 규모도 엄청나고 특히
엄청난 인파속을 헤집고 다니며 이것 저것 재미난 구경에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몇장되지않는 사진이지만 살짝 맛보시기 바랍니다.
장터로 내려 서기전에 좌우를 둘러 보았습니다.
이 장터는 개천변에 약2키로에 걸쳐 쭈욱 이어져 있는데 천변 버드나무가지가제대로 물이 올랐네요.
이것은 철물을 나열해 놓고 팔고 있더군요. 우리나라엔 안 보이는 모습이라서 한장.
어떤 인자한 주인을 만날지 따스한 봄볕에 단꿈에 젖어 있는 애기들. 귀엽죠?강쥐 좋아하는 우리 집사람이 넋을 놓고 보더군요.
참깨를 껍질채 갈아 만드는 참기름장. 한병사다 먹어 봤는데 엄청 꼬시고 맛있더만요.
한참을 돌아 다니다 보니 춫출해서 다리밑 판디엔에서 한잔 하며 배를 채우고 있는 중입니다.
대체로 이렇게 센불에 볶아주는 동북의 유가네 집에서 한끼 신세졌습니다.
이 지역에서 아주 유명한 먹거리입니다. 우리네 바지락을 볶아 내더군요.
두툼하게 썬 돼지고기를 저렇게 조리해 놓으니 정말 맛있습니다. 그 바람에 빠이주도 한병 커~어~
이 아래는 지난 번에 예고해 드린 칭따오 피주이야기입니다. 잘 아시는 분들은 대수롭지않은 얘기지만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지난번에 말씀드린 바 와같이 오늘은 청도맥주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 짧은 지식입니다만 그래도 모르는 분들에겐 약간은 도움이 되리라 믿어 주절거려 봅니다.
제가 처음 이 곳에 와서 재청도 산악회분들과 라오산등반을 마치고 내려 와서 하도 이들이
신고식을 하라기에 산아래 주막에 들렀는데 회원 중 한분이 식당종업원에게 칭따오맥주를
주문하더군요. 종업원은 당연히 없다고 하고 이 때 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이 곳에 온지 짧으면 3~4년 혹은 7~8년씩 칭따오에서 살았다는 사람들이
이 정도도 모르나 싶어 종업원에게 “니 요메요 우창 라오피?” “당란 요” “니 콰이따이 라이아”
일행 모두 멍하니 쳐다 보더군요. 한국인들끼리 모여 살다보니 당연한 일입니다.
중국어를 사용할 필요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중국인들의 사회정서나 문화에 대해서도
크게 알려고 하지 않은 결과입니다.
위의 중국어는 제가 종업원에게 “너희집에 5공장 라오산맥주 있어?” “당연히 있어요”
“빨리 가져 와” 대개 이런 뜻입니다. 이후 함께 한 일행들에게 아래에 같이 쭈~욱
설명하고 나니 이 사람들이 깜짝 놀라더군요. 청도사람들에게 있어 청도맥주는
자부심이기도 하고 큰 자랑거리이기도 합니다. 라오산의 맑은 광천수를 사용하고
처음엔 호프등 원재료도 독일에서 가져다 만들었지만 중국정부에서 운영하면서
비옥한 산동성내에서 생산되는 재료로 완전히 독자적인 기술로 생산되는 칭따오맥주,
그러나 수요가 딸리면서 중국내 오십여 군데의 공장에서 생산하다보니 모두
같은 맛을 내긴 어려운 가봅니다. 우리도 그렇지만 술은 역시 물맛이거든요.
그래서 청도사람들은 같은 라오산 광천수를 쓰는 1공장 청도맥주 그리고
5공장 노산맥주를 찾아 마시고 있습니다. 칭하여 “一廠靑啤 5廠嶗啤” 이걸 몰랐으니...
짧은 시간안에 이들에게 확실하게 저란 사람을 알린 소소한 사건이었습니다.
이지역 사람들의 말로는 칭따오맥주와 라오산맥주는 같은 청도맥주회사에서 생산되고 있답니다.
맥주와 더불어 노산도 청도인들에겐 큰 자랑거리라서 산 아래에선 노산맥주만 판다네요.
칭따오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아마 모르긴 해도 우리 한국분들도 대개
“청도맥주“하고 생각할 겁니다. 이 정도 되면 이 도시 칭따오가 먼저인지 아니면
칭따오맥주가 먼저인지 고개가 갸우뚱해 지겠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둘은 뗄려야 뗄 수 없는 공생의 관계라고 생각해도 될 것입니다.
지난 1신에서 알려 드렸던 바 와같이 1898년에 이 곳을 점령했었던 독일군대와
함께 시작된 칭따오맥주의 역사, 도시의 성장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명성을 높이고
있는 칭따오맥주에 대해서 지금부터 하나씩 알아 볼까요?
맥주의 생산량이나 판매량으로만 본다면 청도맥주는 설화맥주에 이어 중국2위의
맥주회사일 뿐입니다. 그러나 순익으로 보면 설화맥주의 거의 3배에 가까운
이익을 내고 있고 브랜드가치에서도 중국내 기업중 1~2위를 다툴 정도의 높은 지명도를
갖고 있는 세계 6위의 명품으로 하얼빈맥주에 이어 중국내 두번째 오래 된 맥주회사입니다.
뒤늦게 식민지 확보에 열 올리던 독일제국 비스마르크군대의 많은 군인들을 위해
지금 맥주박물관이 있는 등주로 병영앞에 1903년 홍콩에 진출해 있던 독일맥주회사가
공장을 건립하며 칭따오맥주가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당시에 설치한 맥주생산기계는
지금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의 지멘스란 기계회사에서 1893년에 제작한 기계랍니다.
공장설립 100주년이 되는 2003년 이전에 독일의 기술진들을 초청해서 정밀검사를
거친 결과 여전히 아무 문제없이 생산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하니
독일인들의 기계제작기술에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청도에 오시면 맥주를 좋아하는 분들은 제일 먼저 이 청도맥주를
찾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지역분들은 오히려 앞에서 언급한 5창 노산맥주를 더
선호하더라구요, 같은 물 같은 기술로 생산되는데 노산맥주에 비해 청도맥주가
가격이 조금 비싼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실제 1창 청도맥주의 공급이 딸리다 보니
시내에서도 지정된 곳에서만 구하자니 귀찮기도 하겠지요. 시내 곳곳을 다니다 보면
아래 그림의 표지를 보실 수가 있을 겁니다.
"일창직공" 공장에서 직접 받는 다는 곳이죠.이 곳이라면 안심하고 1창칭피를
사 드실 수가 있겠죠. 청도맥주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만 이 지역 사람들이
최고로 치는 건 청도에서만 마실 수있는 原漿(위앤좡)이라는 생맥주입니다.
효모를 거르지 않은 상태에서 출하하기 때문에 출하후 24시간 이내에 마셔야 만
그 진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처음 보는 분들은 뭔가 깨끗하게 보이지 않아서
의아해 하시겠지만 막걸리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셔보면 아마 그 깊은 맛에
쉽게 빠지리라고 생각합니다.여성분들과 같이 깔끔한 맛을 원하는 분들은
純生(춘셩)을 드시면 상큼한 맛에 매료될 수도 있는데 값이 좀 비쌉니다.
그 외에 흑맥주도 요즘 들어 명성을 얻고 있는데 제가 아직 마셔 보질 못했네요.
병이나 캔으로 출하되는 맥주도 그 종류가 가히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북경올림픽을 기념해서 만든 진피는 좀 비싸긴 해도 정말 맛있습니다.
맥주 별로 좋아 하지 않는 제 안식구도 이 진피와 일본맥주는 꼭 챙겨 마실 정도니까요.
너무 얘기가 길어 져서 지루하실텐데 이런 청도사람들의 습관을 알게 된 계기는
술 못하는 제 사돈이 술 좋아하는 친구를 통해 저를 당나귀 요리집으로 초청해서
그 들과 함께 식사하며 중국사람들 특히 산동사람들의 호방한 성정을 맛보면서
모처럼 중국에서 정말 통쾌하게 먹고 마시고 그 넓은 식당 한가운데에서
울고 넘는 박달재도 한곡 신나게 뽑아 제꼈으니 저를 아는 분들은 아마 안 봐도
비디오라고 하실겁니다. 그 때 이들과 함께 한 방법이 먼저 위엔좡으로 한잔하고
노산맥주를 박스로 가져다 놓고 마셔가며 얻어 들은 풍월입니다.
마무리가 또 삼천포로 빠지네요. 그 날 집사람이 함께 한고로 2차로 자리를 옮기자는
제의를 정중히 사양한 덕에 더 이상의 추태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취중에 꽤 얻어 들었지요?
도시의 역사와 함께 하는 칭따오맥주를 제 상식으로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오늘 못 다한 얘기보따리를 풀어 볼까 합니다.
글이 길어져서 오늘은 이만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엔 18세기 독일 건축물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이만 총총...
"추신"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서 이 곳에 관해 알고 싶은 문제가 있으면
꼬리글로 달아 주십시오. 서로 공부해 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2013년 4월13일 칭따오에서 碧紅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