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페우스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많이 제작되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1959년 칸느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인 프랑스의 마르셀 감독의 「흑인 오르페」이다.
무대는 광란의 카니발로 유명한 브라질의 리우. 약혼녀와 결혼을 앞둔 전차 운전수 오르페는 카니발을 구경 온 시골처녀 유리디스를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유리디스도 기타를 연주하며 부르는 오르페의 노래에 마음을 열었다. 두 사람은 광란의 삼바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며 사랑을 키워 갔다.
그러는 동안 유리디스에게 복면을 한 정체불명의 스토커가 따라 붙었다. 유리디스는 카니발의 절정에서 스토커를 피해 달아나다가 실수로 전기에 감전되어 죽고 말았다. 오르페가 약속장소에서 유리디스를 기다렸지만 이미 죽은 그녀가 올 리 없었다. 오르페는 불안한 마음에 심령술사를 찾아갔다.
심령술사는 오르페에게 유리디스를 만나게 해줄 테니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경고했다. 심령술사가 시킨 대로 오르페가 눈을 감고 기도하자 갑자기 뒤에서 유리디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오르페는 심령술사의 경고를 잊은 채 그만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그러나 뒤에서는 유리디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늙은 심령술사가 유리디스의 목소리로 흐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오르페는 실망하여 심령술사의 집을 뛰쳐나와 거리를 헤맸다. 그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우연히 시체 안치소에 들렸다가 유리디스의 시신을 찾아냈다. 그는 비통한 마음이 되어 그녀의 시신을 안고 리우의 언덕을 올랐다. 바로 그때 격분한 오르페의 약혼녀 일행이 언덕 꼭대기에서 달려 내려오며 오르페를 향해 돌팔매질을 했다. 오르페는 돌 세례를 받고 유리디스의 시신을 안은 채 절벽 밑으로 떨어졌다.
이 영화는 그리스 신화 「오르페우스와 에우뤼디케」의 변주다. 신화에서 어떻게 변주되어 영화가 만들어졌는지를 확인해 보시라는 의미에서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게재한다.
천재 음악가 오르페우스는 아폴론과 무사이 음악의 여신 가운데 하나인 칼리오페의 아들이었다. 오르페우스는 아버지 아폴론으로부터 수금 한 대와 연주하는 기술을 전수받았는데, 그 켜는 솜씨가 어찌나 훌륭했던지 그의 음악에는 매혹당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인간뿐만이 아니었다. 짐승까지도 오르페우스가 고르는 가락을 들으면 그 거친 성질을 눅이고 다가와 귀를 기울이곤 했고, 나무와 바위도 그 가락의 매력에 감응했으니 나무는 그가 있는 쪽으로 가지를 휘었고 바위는 그 단단한 성질을 잠시 누그러뜨리고 가락을 듣는 동안만은 부드러운 상태로 있었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뤼디케의 결혼식에는 휘메나이오스(결혼이라는 뜻, 결혼의 신)도 하객으로 초대받았다. 그러나 휘메나이오스는 결혼식장에 나타나긴 했지만 신랑과 신부가 행복하게 잘살 것이라는 전조는 하나도 보여주지 않았다. 아니, 행복의 전조는커녕 그가 든 횃불(결혼의 신 휘메나이오스는 늘 횃불과 너울을 가지고 다닌다)에서 연기만 나는 바람에 신랑 신부는 눈물까지 흘려야 했다.
결혼식장에서 나타났던 이같이 불길한 징조는 우연한 것이 아니었다. 신부 에우뤼디케는 결혼 직후에 동무들인 요정들과 산보 나갔다가 양치기 아리스타이오스의 눈에 들고 말았다.
양치기는 에우뤼디케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말을 붙여보려 했다. 에우뤼디케는 몹시 놀라 달아나다가 그만 풀 섶의 독사를 밟고는 독사에게 발을 물려 죽고 말았다.
오르페우스는 아내 잃은 슬픔을 신들이나 인간들은 물론, 지상에서 공기로 숨 쉬는 모든 것을 상대로 호소했다. 그러나 아무런 보람이 없었다.
오르페우스는 저승인 명계(冥界)로 내려가 아내를 찾기로 마음먹었다. 오르페우스는 엘레우시 땅으로 갔다. 데메테르 여신의 신전이 있는 엘레우시스에서 오르페우스는 신관의 안내를 받아 라코니아 땅 타이나론 동굴을 통하여 저승으로 내려갔다.
오르페우스는 망령 무리들을 지나 저승 왕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왕비의 왕좌 앞으로 나아가 수금을 반주로 다음과 같은 사연을 노래했다.
“하계의 신들이시여! 산 것들은 어차피 오게 되어 있는 하계의 신들이시여, 진실로 드리는 말씀이오니 저의 사연을 들으소서. 제가 여기에 온 것은 타르타로스의 비밀을 염탐하고자 해서도 아니요, 입구를 지키는 뱀 갈기의 삼두구(三頭拘, 머리가 셋인 개, 케르베로스는 저승 입구를 지키는 지킴이다. 헤라클레스는 케르베로스와의 힘겨루기에서 이겨, 이 개를 이승으로 끌고 나온 일이 있다)와 힘을 겨루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저는 제 아내를 찾으러 왔습니다. 꽃다운 나이에 독사의 독니에 빼앗긴 제 아내를 아시지요. 에로스 신이 저를 이곳으로 인도했습니다. 에로스 신은 지상에 사는 저희들에게는 전능한 신입니다. 옛말이 그르지 않다면 이 하계에서도 그럴 것입니다. 이 공포로 가득 찬 곳, 아직 창조되지 않은 모든 것의 나라에 바라오니 에우뤼디케의 생명줄을 다시 이어 주십시오. 저희는 조만간 모두 이 나라로 오게 되어 있습니다. 빨리 오느냐 늦게 오느냐가 문제지, 오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제 아내도 천수를 다하면 당연히 이곳으로 올 것입니다. 바라오니, 제 아내를 돌려주십시오. 돌려주지 않으면 저도 지상으로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아내를 돌려주지 않으시려거든 차라리 저희 부부가 나란히 죽은 걸 보시면서 승리를 기뻐하소서.”
오르페우스가 이같이 애달픈 사연을 노래하자 망령들도 모두 눈물을 흘렸다. 탄탈로스는 목이 몹시 말랐을 터인데도 한동안 물을 마셔야 한다는 걸 잊었고, 익시온의 불바퀴도 잠시 멎었다. 독수리는 거인의 살을 파먹다 말고 넋을 잃고 바라보았고(제우스는 티튀오스가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어머니인 레토를 능욕하려던 죗값을 물어 독수리로 하여금 티튀오스의 살을 파먹게 했다), 다나오스의 딸들은 체로 물 푸던 손길을 멈추었으며(아르고스 왕 다나오스의 딸 마흔아홉 자매는 혼인 첫날밤에 신랑을 모두 죽인 죗값으로 영원히 밑 빠진 독에다 채로 물을 퍼 담는 형벌을 받고 있다), 시쉬포스도 저 바위에 걸터앉아 귀를 기울였다.
전해지기로는 복수의 여신들이 눈물을 흘린 것도 이때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페르세포네도 오르페우스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서 들어 주기로 마음먹었다.
이윽고 에우뤼디케가 불려 나왔다. 에우뤼디케는 갓 저승에 붙잡혀 온 망령들 사이에서 독사에 물린 상처 때문에 절뚝거리며 걸어 나왔다.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데리고 돌아오려 했으나 하데스가 조건을 제시했다. 곧 두 사람이 지상에 도달할 때까지 오르페우스가 고개를 돌려 아내 에우뤼디케를 보면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었다. 오르페우스는 이 조건을 수락했다.
오르페우스가 앞서고 에우뤼디케는 뒤를 따르면서 두 사람은 어둡고 물매가 급한 길을 말없이 올라왔다. 지상의 나라로 나오는 출구에 거의 다가왔을 때 오르페우스는 그만 하데스가 내건 조건을 잊고 아내가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려고 뒤를 돌아다보았다. 바로 그 순간 에우뤼디케는 다시 하계로 끌려들어갔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더듬었으나 손끝에 닿는 것은 싸늘한 바람뿐이었다. 다시 죽음의 여로로 끌려들어가게 되었지만 에우뤼디케는 지아비를 원망할 수 없었다. 하기야 아내를 보고 싶어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고개를 돌린 지아비를 어떻게 원망할 수 있었으랴. 에우뤼디케는 소리쳤다.
“안녕! 마지막 이별이로군요!”
그러나 에우뤼디케는 이미 저만치 끌려가 있어서 지아비의 귀에는 이 소리조차 제대로 들려오지 않았다.
오르페우스는 에우뤼디케를 뒤쫓아 다시 한 번 하계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스튁스 강의 뱃사공에 탄원했다. 그러나 무정한 뱃사공 카론은 들은 척도 않고 오르페우스를 떠밀었다. 오르페우스는 먹지도 자지도 않고 이레 동안이나 그 강둑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 암흑계 신들의 잔인함을 통렬하게 원망하면서 바위와 신들에게 노래로 호소했다. 이 노래는 호랑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고, 참나무 둥치를 흔들게 했다.
그로부터 오르페우스는 에우뤼디케와의 슬픈 추억에 잠겨 여자라면 거들떠보지도 않고 살았다(일설에서는 저승에서 알게 된 비밀을 바탕으로 오르페우스교를 창시했다고도 한다). 트라케 처녀들이 오르페우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갖은 수를 다 썼으나 오르페우스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처녀들은 오르페우스의 도도한 태도에 화가 났지만 때가 무르익기까지 기다렸다. 그러나 그때가 도무지 무르익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안 처녀 하나가 디오뉘소스 축제에서 잔뜩 흥분했던 나머지 “저기 우리를 모욕한 사내가 있다!” 하고 소리치면서 오르페우스를 향해 돌을 던졌다. 하지만 돌은 오르페우스의 수금 소리가 들려오는 거리까지 날아갔다가는 그만 그 소리에 기가 꺾여 그의 발치에 떨어지고 말았다.
다른 처녀들이 던진 돌도 마찬가지였다. 처녀들은 소리를 질러 오르페우스의 수금 소리가 들리지 못하게 한 뒤에 창을 던졌다.
창에 맞은 오르페우스의 몸은 금방 피로 물들었다. 발광한 처녀들은 오르페우스의 몸을 갈가리 찢고 머리와 수금은 헤브로스 강에다 처넣었다. 이는 자신에 대한 숭배를 게을리 한 그에게 화가 난 디오니소스가 벌을 내린 것이라고도 한다.
오르페우스의 머리와 수금이 슬픈 노래를 부르며 떠내려가자 강의 양 둑도 노래로 화답했다.
무사들은 갈가리 찢긴 그의 몸을 수습하여 레이베트라에다 장사지냈다. 그래서 오르페우스의 무덤 위에서 우는 이 지방 꾀꼬리들의 울음소리는 그리스의 다른 지방 꾀꼬리들 울음소리보다 더 이름답다고 전해진다.
제우스는 그의 수금을 거두어 별자리(거문고자리)로 박아 주었다.
오르페우스는 망령이 되어 다시 타르타로스의 나라로 내려가 에우뤼디케를 만나고는 꿈에 그리던 아내를 껴안았다. 둘은 지금도 행복의 들(엘뤼시온)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걷고 있다. 오르페우스는 앞서가면서 더러 뒤를 돌아보기도 한다. 더 이상은 슬픈 일이 일어날 리 없으니까.
일설에 의하면 이윽고 오르페우스의 사체는 에게 해로 흘러들었고, 머리와 수금은 레스보스 섬에 닿았다. 그의 머리는 떠내려가면서도 계속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고 한다. 레스보스 섬 사람들은 그의 머리를 묻고 그 위에 제단을 세웠다. 그 후 오르페우스의 영혼은 영원한 안식처 엘리시온에서 에우뤼디케를 다시 만났다고 한다.
첫댓글 2016 하계올림픽이 열렸던 곳, 아름다운 항구 도시 리우 데 자네이루와 열광적인 사육제를 배경으로 고대 희랍 신화를 비극적인 남녀 간의 사랑으로 현실감 있게 그려낸 영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이영화 한 번 꼭 보고싶네요.
우리 카폐에 있나요 ?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한번 보고싶네요
이 카페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르페우스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대학1년때 대학로 소극장에서 생애 처음으로 본 연극이었어요.
미팅해서 처음 만난 이대 서양학과 이♥♥ 그녀
1년을 채우지도 못하고 제 잘못으로 헤어졋던 그녀...
잊고 있엇는데 이글 보고 갑자기 생각이 나네요
그 친구도 아직까지 절 기억 할까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첫 미팅을 가슴 설레며 기다리던 그 추억이 불현듯 생각납니다.
요즈음 영화에 빠져있는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정곡님의 글 찾아보고 있네요~~
감사합니다. 제 블로그에 가면 많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