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정말 흉지인가? 유홍준 교수에게 묻다
2019년 새해 벽두부터 납득할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그것도 대한민국 최고 통수권자의 집무실이자 관저로 우리 나라의 상징이며 격(格)으로서 통치와 법집행의 최 중심지인 청와대 발!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광화문 집무실 이전이 사실상 무산되었다는 설명을 하면서 유홍준 광화문 시대 자문위원회 위원이 한 말 때문이었다.
네이버 캡처
'청와대 관저는 반드시 이전해야 한다'라고 전제하고, 그 원인과 이유가 '풍수상 불길하기 때문이다'란다.
모 기자가 '풍수상 불길하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물으니 웃으면서 '수많은 풍수상의 근거'라며 얼버무린다.
문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들의 불통을 해소하기 위해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겨 새 시대를 열겠다고 한 1호 공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었다며 국민들에게 발표하는 공적이며 매우 중요한 자리에서다.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된 여러 가지 설명과 잘잘못에 대해서는 정치인과 언론, 평론가들의 몫이므로 거론하지 않겠다.
청와대의 터가 풍수상 흉지, 즉 불길하다는 유홍준 교수의 발표에 대하여는 많은 의구심이 들고 왜 그러한 발언을 했는지 의도가 몹시 궁금하다.
청와대 터는 북악산을 병풍처럼 세운 장소로서 고려 때 남경의 이궁 터였으며, 조선시대는 어영청의 연무장으로 사용했고, 관리를 등용하기 위한 과거시험장으로도 사용한 곳이다.
일제강점기에 총독관저가 들어서 우리 국민들을 압제하는 상징의 장소였다가 해방이후에 조선 주둔군 사령관 하지(Hodge J.R) 중장의 관저로 사용했다.
이승만이 초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대통령 관저로 사용하고 경무대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후 윤보선 대통령 때 청와대로 이름을 고쳐서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대한민국 통치권의 상징이자 역사와 권력의 핵심인 장소이다.
청와대 전경
21세기 4차 산업시대에 접어들고 과학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 권력과 정치의 핵심인 청와대에서 그 터가 불길하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필자는 풍수지리에 대해서 전문적이며 깊이 있게 공부를 한 사람은 아니지만 많은 터를 보았고, 생활 풍수지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
특히 우리 선조들이 조성한 마을이나 집터를 살펴보면 자연재해, 특히 홍수나 가뭄을 슬기롭게 피한 그분들의 생활과 삶을 통해서 얻은 경험의 지혜에 대해 여러 번 감탄한 것도 사실이다.
풍수지리의 근간은 양택(산 사람의 주거)과 음택(망자의 터 흔히 묘 터)이 기본이다.
배산면수(背山面水 :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물이 있음) 좌북조남(坐北朝南 : 북쪽에 앉아서 남쪽을 바라봄 즉, 황제의 위치를 칭함) 전저후고(前低後高 : 앞은 낮고 뒤는 높아 조망이 좋다) 등을 좋은 양택 길지(吉地)라 부르는 것은 삶으로 빚어진 경험의 산물이다.
배산임수(背山臨水)를 기본으로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 금계포란(金鷄抱卵)이 최고의 묘 터라 널리 알려졌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검증되지 않은 속설이라 생각한다.
고려 때 최충헌의 노비 만적이 난을 일으키며 한 말이 '왕후(王候), 장상(將相)의 씨가 따로 있느냐?'였다.
씨와 땅에는 구분이나 구별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물론 풍수지리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주거지는 통풍이 잘 되는 남향받이가 좋다는 것은 굳이 전문가가 아니어도 살아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지금은 전 국토에 각종 택지조성사업 등의 시행으로 여러 가지 토목 장비를 동원하여 산을 깎고 강과 호수, 심지어 바다까지 매립하여 원주민조차 원형을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평평하게 만들어 공급을 한다.
이로인해 주거와 상업시설의 형태는 완벽하게 바뀐 상태에서 풍수지리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음택과 양택을 구분한다는 것이 무의미 할 정도로 모호해진지 오래되었다.
또한 장례의식도 매장에서 화장으로 문화 자체가 바뀌면서 명절 때 성묘를 가지 않고 여행을 떠나거나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도 흔히 볼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데 나라 권력의 최 중심인 청와대가 흉지이기 때문에 옮겨야 한다는 유홍준 교수의 말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전 국민들을 향하여 청와대가 불길한 터라고 자신 있게 발표한 근거가 도대체 무엇이며, 불길한 터와 정치는 어떤 상관관계가 형성되어 그런 비과학적인 말을 한 것인지를 묻게 된다.
청와대가 흔히 풍수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이 흉지라고 한 내용이나 언론에서 보도한 것들을 살펴보았지만 어디에도 과학적 근거는 없었다.
필자는 유홍준 교수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1982년 미국 아카소주 법원의 월리엄 오버튼(William overton) 판사가 제시한 '과학적 성립조건'을 유홍준교수가 말한 청와대가 과연 '불길한 터' 인지를 대입시켜 보았다.
~ 과학적으로 성립해야 할 조건 ~
1. 자연법칙에 따라야 한다.
2. 자연법칙에 따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3. 실제 세계에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4. 연구결과는 언제나 잠정적이어야 한다.
5.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
1982년 미국 아카소주 법원
월리엄 오버튼(William overton) 판사
위의 조건을 풍수지리에 따른 청와대 터가 불길하다 주장하는 내용을 대입했다.
1. 자연법칙은 언제나 같은 현상이 발생해야 하나 특정 사건 일부를 일반화, 보편화하여 상시적 판단을 했다.
2. 동일한 조건에서 주기적, 반복적으로 발생하지 않으므로 언제나 동일한 값이 도출되지 않아 전혀 설명할 근거가 없다
3. 실제 세계에서 검증할 수는 더더욱 없다
4. 불길한 터라는 것을 입증할만한 과학적, 학술적 연구도 없고, 잠정적이지도 않다.
5. 어디에도 입증할만한 반박할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즉, 유홍준 교수의 독단적 맹신을 확신으로 발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뜻으로 해석된다.
일부 풍수지리 전문가라 자처하는 사람들은 통계이며 과학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특별한 사건이나 사례를 가지고 평균을 내거나 보편화하 하는 것은 매우 큰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나 사건을 만나기도 하고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을 기이하고 특이한 사건 혹은 기적이라 부르지 일상이며 평범한 일이라 하지는 않는다.
특별한 경험을 보편화하여 정책을 입안하거나 국책사업을 시행한다면, 그것도 과학적으로 검증하지도, 할 수도 없는 것을 근거로 하여 정책을 시행하거나 정무적 판단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다.
샤머니즘적 사고나 의식을 가진 위정자가 나라를 운영하고 경영한다면 국민이 위임한 권력의 왜곡이며 낭비이고 무능이니 이 나라의 국민들은 또다시 불행에 빠질 수밖에 없다.
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국민의 소리를 열린 마음으로 듣고, 그들의 아픔에 다가서서 감싸안아 위로할 수있을 것인가이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사적 용도로 사용했고, 정도를 걷지 않고 자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던 전직 대통령들의 퇴임 전, 후의 불행은 터로 인한 것이 아니고 사람으로부터 비롯된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한 불행을 터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해석하고, 궁극적으로 청와대를 이전하여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면 본질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이야기가 된다.
국민들의 수준을 얼마나 낮고 우습게 알았으면 청와대에서 대놓고 풍수지리가 어떻니, 풍수상 불길 운운한다는 것은 우리의 정서와 의식수준을 100년, 200년 전으로 회귀시키려는 어리석음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경망함과 엄청난 우를 범한 유홍준 교수는 마땅히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유 교수의 유명한 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지만 풍수지리를 근거로 접근하여 쓴 글이란 생각이 드니 내용의 진솔함을 떠나 대단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유홍준 교수는 이번 일을 단순히 해프닝에 의한 실언이라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여러 가지 구설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것은 자기가 알고 있다는 지식의 오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사회의 지도층에 있거나 위정자들은 국정을 홍보할 때 단어의 선택과 언어의 사용에 있어서 매우 신중해야 한다.
어떤 특별한 계층을 대상으로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고 보편적인 일반 국민들을 향하여 자기만의 편중된 지식을 당연한 것처럼 발표한 것은 경망의 극치를 범한 것이다.
그만큼 사회적 파급력과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자기의 신념이나 이념, 혹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당연화 하거나 절대화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상식을 벗어나선 안되고, 듣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고,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보다 이 정부의 성공을 지원하고 기원했던 사람이지만 여러 곳에서 미숙함을 드러낼 때마다 실망감이 깊어진다.
유홍준 교수가 의도적으로 그런 발언을 했다면 그 이유를 반드시 밝혀야 하고, 만약 실언을 한 것이라면 깊이 반성하고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서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널리 펼치길 기대해 본다.
[출처] 청와대는 정말 흉지인가? 유홍준 교수에게 묻다|작성자 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