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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최근 두산 계열사가 추진하는 인적분할합병과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인해, M&A에서 주주 보호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두산은 현행 자본시장법을 따라 시장주가에 의해 합병비율을 계산했다고 하지만, 계열사 간 합병시 10% 범위 내에서 증감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고 이러한 합병비율에 대한 이사회의 충분한 설명도 제공되지 않았다. 정부는 합병 절차에서 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해 합병비율 등의 적정성을 기재한 이사회 의견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올해 3월 입법예고 하였으나, 개정법이 시행되기 전에 이러한 M&A가 이루어진 것이다.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시행될 경우, 합병 관련 정보가 구체적으로 기재된 이사회 의견서 제출이 의무화되고 비계열사간 합병가액 산정이 자율화되어 이사의 책임이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장법인간 합병은 대부분 두산과 같은 계열사 간 합병이므로 계열사 간 합병가액과 주식매수청구권 산정방식도 자율화할 필요가 있다. 시장주가가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기는 하나 시장주가 외에도 다양한 기업가치가 반영되도록 하고, 합병가액의 적정성과 공정성에 대해 회사가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하여 시장에서 이해관계자들이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계열사 간 합병의 경우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들이 함께 도입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합병검사인제도의 도입과 이사의 책임 강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계열사 간 합병시 소수주주가 신청할 경우 법원이 선임한 합병검사인이 가격과 절차의 공정성을 판단하도록 하고, 합병의 구체적인 조건을 협상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사들의 책임을 강화해 주주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상장회사의 M&A 과정에서 주주 가치가 훼손되는 문제가 최근 자본시장의 주요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7월 11일 두산밥캣,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는 기업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제고하고자 한다고 밝히며, 인적분할합병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할 것임을 공시하였다. 그러나 합병 비율과 관련하여 소수주주들에게 불리한 합병이라는 문제가 제기되자, 국회에서는 ‘두산밥캣 방지법’이 발의되기도 하였고 금융감독원은 7월 24일 각 회사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였다. 두산은 현행 자본시장법을 따라 시장주가에 의해 합병비율을 계산했다고 하지만, 계열사 간 합병시 10%를 증감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고 이러한 합병비율에 대한 이사회의 충분한 설명도 제공되지 않았다. 이에 본 글에서는 두산 계열사 간 M&A의 주요내용과 쟁점을 살펴보고, 합병가액 산정방식의 문제점과 주식매수청구권을 포함해 주주 보호가 미흡한 현행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후, 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두산 계열사 간 M&A의 주요내용과 쟁점
두산 계열사가 추진하는 M&A는 먼저 두산에너빌리티를 인적분할하되, 분할되는 신설법인에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의 주식을 이전하고, 이후 두산로보틱스와 분할신설법인을 합병하겠다는 것이다. 그 다음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산밥캣의 주식 100%를 두산로보틱스에게 이전하도록 하고, 두산밥캣의 주주에게 두산로보틱스의 주식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 두산밥캣 모두 9월 25일에 개최되는 주주총회를 통해 해당 안건들을 동시에 처리하고,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구조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주주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율인데, 그 비율에 따라 M&A 이후 받게 되는 주식 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인적분할한 신설법인을 상장하지 않고 비상장한 상태에서 바로 합병을 진행하기로 결정하면서 자본시장법상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 산술평균한 금액(10,221원)과 두산로보틱스의 자본시장법상 시장 주가 기준의 합병금액(80,114원)에 따라 합병비율을 정하였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분할신설법인의 분할비율(1:02474030)에 분할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비율(1:0.1275856)을 곱하여 분할합병비율(1:03015651)이 산출되었고, 결과적으로 기존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는 자신의 1주 외에 두산로보틱스 0.03주를 추가로 보유하게 된다. 두산밥캣의 경우 자본시장법에서 정한 최근 1개월과 1주일 거래량 가중산술평균종가와 최근일(7.10) 종가를 산술평균한 결과, 두산로보틱스(80,114원)에 비해 두산밥캣(50,625원)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시장주가에 따라 합병비율은 1:0.6317462로 정해졌고, 결과적으로 두산밥캣 주주는 자신의 주식 1주 대신 두산로보틱스 주식 0.63주를 받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주식을 모두 가지고 있는 ㈜두산 입장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지분율은 변화 없고, 두산로보틱스에 대한 지분율은 42%로 감소하나 최대주주의 지위는 유지한다. 한편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간접지분은 현재 14%이지만, 인적분할합병과 포괄적 주식교환 이후 42%로 증가한다.
두산로보틱스는 2023년 10월 5일에 상장한 회사로, 상장 이후 주가 변화만 보면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두 회사의 재무상황을 나타내는 주요지표인 매출액, 영업이익, 지배주주순이익, 자본총계(순자산) 등을 보면, 시장주가와는 달리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보다 높게 나타난다.
합병 과정에서 소멸회사 주주에게 정당한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소멸회사 가치의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두산밥캣의 경우 7월 10일 기준 시장가치가 순자산가치에 미달하므로(PBR=0.86배), 자본시장법을 따르더라도 청산가치의 보장이 어려운 시점일 수 있다. 이로 인해 자본시장법을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합병가액이 공정한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또한 인적분할 후 비상장상태에서 분할합병을 진행하여 자본시장법에 따른 비상장주식의 합병가액 산정방법을 따랐으나,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두산밥캣에 대한 간접지배력을 잃는 대신 얻게 되는 두산로보틱스 주식수도 0.03주에 불과하여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두산 각 계열사의 이사회는 이러한 합병비율의 적정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자본시장법에서 허용된 10% 이내 증감이나 외부평가기관의 평가를 거친 10% 초과 증감도 없이 시장주가만을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계산하였다.
합병가액 산정방식, 무엇이 문제인가?
합병비율은 합병계약을 체결하는 회사들의 이사회에서 결정되고, 주주는 이미 결정된 합병비율에 대하여 주주총회에서 찬성 혹은 반대의견을 낼 수 있을 뿐, 합병비율 결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이사회와 주주 간, 혹은 주주들 간의 이해관계가 다를 경우 일부 주주에게 불리한 합병비율로 합병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자본시장법에서는 공정한 합병비율을 보장하기 위한 합병가액 산정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시장주가를 기준으로 하는 산정방식은 신뢰할 수 있는 거래소 주가를 통해 평가자의 의문을 최소화하고 예측가능성을 제고하여 투자자 보호에 기여한다는 측면도 있으나, 주가에 의해 획일적으로 산정되는 합병가액이 주식가치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일본, 영국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합병가액 및 합병비율의 산정을 회사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고 있다. 황현영·정수민(2023)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상 합병가액으로 허용될 수 있는 가격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으로 합병이 성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1) 2019년 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미국의 상장법인간의 합병 총 333건을 분석한 결과, 미국 상장회사의 합병가액이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에 따른 기준시가 이상인 경우가 전체의 86.2%(287건)에 달했다. 기준시가를 10% 할증한 가격 이상으로 거래된 경우는 77.2%(257건), 기준시가를 30% 할증한 가격 이상 거래된 경우도 56.8%(189건)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기간 일본의 88건 합병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발표된 합병액이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에 따라 산출한 기준시가 이상인 경우는 전체의 90.9%(80건)에 해당했다. 기준시가의 10%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된 경우가 전체의 81.8%(72건), 30% 이상인 경우도 55.7%(49건)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즉 동일한 합병이 미국이나 일본에서 이루어졌다면, 두산밥캣과 같은 소멸회사의 주주들이 기준시가보다 높은 합병비율을 인정받고 더 많은 주식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시장주가를 해당 기업의 객관적 가치가 반영된 가격으로 신뢰할 수 있는 경우에도, 합병시점의 선택에 있어서는 소수주주보다 지배주주의 의견이 더 크게 반영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황현영·정수민(2023)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 12월말까지 발표된 모든 상장사간 합병(16건)의 주가 수익률을 살펴본 결과, 합병 발표 1년 전부터 누적 시장조정수익률은 –6.0%로 나타났다. 이는 합병시점이 소수주주에게 불리하게 선택되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대법원에서도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승인 이사회 직전 삼성물산 주가는 회사의 적정가치를 표시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면서, 주식매수가격의 기준시점을 합병일이 아닌 제일모직의 상장 전일로 하여 주가를 산정하도록 결정하였다(대법원 2022. 4. 14. 자 2016마5394 결정). 이러한 실제 사례들을 보면서 투자자들은 일정 시점의 주가를 신뢰하기 어렵게 되고, 합병가액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결국 시장주가가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기는 하나, 시장주가 외에도 다양한 기업가치를 반영해 적정한 합병가액을 산정해야 하는 책임이 각 회사의 이사회에 있다. 자본시장법에서도 시장주가를 기준으로 하되, 자산가치 등을 고려하여 증감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사회가 자본시장법에 의해 산정된 시장주가를 기준으로 합병 비율을 결정했다고 했을 때, 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으로 보호될 수 있는가?
합병비율에 불만이 있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니 주주 보호가 충분하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주식매수청구권제도는 회사에 남지 않겠다는 주주들의 주식을 회사가 매수해 주는 제도일 뿐 회사에 계속 머물면서 정당한 주식가치를 보장받기 원하는 주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는 아니다. 또한 실무에서는 자본시장법에서 정한 산식에 따라 산정된 가액을 회사가 제시하고 이를 주주들이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합병가액처럼 시장주가만을 반영하게 된다. 만약 주주 입장에서 회사가 제시한 금액을 수용하지 않고 더 공정한 금액을 요구하려면 법원에 주식매수가격의 결정을 청구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그 기간이 무한정 길어질 수 있다. 법원에 주식매수가격결정을 신청하는 사건은 많지 않고 대법원까지 간 사건은 더 소수이지만, 대법원 판결을 받기까지 걸린 시간을 분석해 보면 최소 537일에서 최대 3925일까지 소요된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삼성물산2)의 경우 주주들은 주주총회일로부터 2463일이 경과한 이후, 즉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이후에 주식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주주는 그 기간 동안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어 현금 활용을 못할 뿐 아니라 새로운 투자 기회를 놓칠 수도 있게 된다.
합병으로 손해를 입은 주주에 대한 구제수단이 있는가?
최근 진행되고 있는 두산 계열사 간 M&A의 경우 금융감독원에서 증권신고서를 정정 제출하도록 요구하였으나, 그러함에도 두산에서 법에서 정한 산식을 그대로 지키겠다고 할 경우 두산밥캣의 주주들이 자신의 손해를 주장하며 구제받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수단을 찾기 어렵다. 합병비율이 불공정해도 법에서 정한 산식대로 했다면 주주들은 합병 무효의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고 실질적으로 구제를 받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합병의 무효는 실제 사건화된 경우가 매우 적어 합병무효에 관한 대법원 판결은 3건3)에 불과하고, 법에서 정한 합병가액 산정방식을 따른 이상 합병비율의 현저한 불공정으로 인한 합병무효는 인정되지 않았다. 법에서 합병가액의 산식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원은 합병비율이 공정한지에 대해 면밀히 판단하지 않으며, 불공정의 입증책임도 오로지 주주의 부담으로 작용한다.4)
만약 합병비율의 불공정으로 소수주주에게 명백하게 손해가 되는 합병이 미국이나 일본에서 있었다면, 주주들은 합병유지청구권을 행사하여 사전에 합병을 중지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독일에서는 소멸회사의 경영진에게 합병비율을 결정할 때 주주가 손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소멸회사의 주주가 손해를 입으면 주주는 이사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조직재편법 제25조).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합병비율의 불공정으로 인해 손해를 입은 주주가 구제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찾기 어렵다.
주주 보호를 위한 향후 과제
M&A가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가지는 긍정적 효과가 있으나, 주주 입장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종목과 보유주식 수가 달라질 수 있는 중요한 의사결정이다. 두산 M&A의 경우에도 두산밥캣의 주주들은 더 이상 두산밥캣의 주주가 아닌 두산로보틱스의 주주가 되고, 보유 주식 수도 1주에서 0.63주로 변경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사회는 주주들에게 합병의 필요성을 충분히 제시하고 적정한 합병비율을 통해 주식가치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상당수의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서는 주식매수대금으로 거액의 현금을 지급해야 하므로 합병 자체가 좌절될 수 있다.
정부는 합병 절차에서 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여 올해 3월 입법예고 하였고,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시행될 경우 합병의 목적과 합병비율 및 합병가액의 적정성, 반대하는 이사의 이름과 이유까지 공시되어 이사의 책임이 강화될 것이다. 또한 비계열사간 합병의 경우 합병가액이 자율화되어 시장주가 외에 기업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되도록 이사회가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장법인간 합병은 대부분 두산과 같은 계열사 간 합병이므로, 계열사 간 합병가액과 주식매수청구권 산정방식도 자율화할 필요가 있다. 시장주가가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기는 하나, 시장주가 외에도 다양한 기업가치가 반영되도록 하고 합병가액의 적정성과 공정성에 대해 회사가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하여 시장에서 이해관계자들이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계열사 간 합병의 경우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들이 함께 도입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합병검사인제도의 도입과 이사의 책임 강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독일에서는 완전모자회사간 합병이 아닌 이상, 합병계약에 합병검사인의 선임을 의무화하고 있다(조직재편법 제9조 및 제10조). 합병검사인은 법원에 의하여 선출되고 임명되며, 합병비율의 산정방법 및 그 적정성, 복수의 평가방법이 사용되었다면 평가방법별로 어떠한 합병비율이 산정되었고 어떤 가중치를 부여하였는지 등을 평가하고 서면으로 보고서를 작성하여 주주총회 전에 제출한다(조직재편법 제12조). 독일의 합병검사인과 유사한 제도가 우리나라에도 있는데, 현행 상법에서는 법원이 선임하는 총회 검사인이나 현물출자 검사인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검사인 제도를 합병에도 도입하여, 계열사 간 합병시 공정성 담보를 위해 일정 지분율 이상의 소수주주가 신청할 경우 합병검사인을 법원이 선임하도록 할 것을 제안한다.5) 즉 비계열사간 합병은 대등한 당사자가 선임한 외부평가기관이, 계열사 간 합병은 법원이 선임한 합병검사인이 가격과 절차의 공정성을 판단하도록 한다면 합병 가액 산정방식이 자율화되어도 주주 보호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합병의 구체적인 조건을 협상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사들의 책임을 강화하여 주주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M&A에서 이사들은 주주를 위해 충실히 합병 조건을 검토하고, 주주들에게 최선이 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합병가액의 적정성과 산정방식의 타당성에 대해 합병을 추진하는 회사의 이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입증하도록 하고, 주식매수청구권 역시 시장주가 기준이 아닌 공정한 주식가치를 회사가 제시하도록 하여야 한다.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명문의 규정이 없다고 해도 이사의 충실의무는 인정될 수 있으나,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선언적 규정을 두는 것도 이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6) 다만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규정한다고 하여도 이를 위반할 경우 주주가 이사를 상대로 책임을 추궁하기 어려운데, 현행 상법에서는 이사의 행위로 인해 회사에 손해가 있을 때 배상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제399조). 한편 상법 제401조에 의해 주주의 직접손해에 대한 이사의 손해배상책임도 인정이 되지만, 법원에서는 주주의 손해를 제한적으로 인정한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불공정한 합병시 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구제수단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미국, 일본에서 인정되는 합병유지청구권을 도입해 주주들이 불공정한 합병의 중단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독일에서 인정되는 합병관계자의 손해배상책임을 도입해 주주들의 손해에 대해 이사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1) 황현영ㆍ정수민, 2023, 『상장법인 합병가액 산정기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3-15.
2) 구 삼성물산의 보통주식을 소유하고 있던 주주들은 회사가 제시한 매수가격(1주당 57,234원)에 반대하며 법원에 주식매수가격결정을 청구하였고, 대법원은 1주당 6,602원으로 결정하였다.
3)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8다37193 판결(이랜드·이랜드월드 분할합병 사건),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5다22701,22718 판결(국민은행·한국주택은행 합병 사건), 대법원 2008. 1. 10. 선고 2007다64136 판결(남한제지·풍만제지 합병 사건)
4) 김지환, 2017, 주식매수청구권에 대한 재검토, 『상사법연구』 36(2). 335; 최민용, 2017, 계열사 간의 합병과 회사법적 규제, 『상사판례연구』 30(3), 146.
5) 노혁준, 2016, 합병비율의 불공정성과 소수주주 보호- 유기적 제도설계를 향하여 -, 『경영법률』26(2), 107.
6)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명문화하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처음에는 충실의무의 대상을 ‘회사와 주주’로 열거하는 방식이 논의되었으나, 회사와 이사의 계약관계를 전제로 하는 현행 법체계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배임죄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이사는 회사를 위해 충실히 직무를 수행하되 직무수행 과정에서 주주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대안들도 주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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