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162 –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엔 가출을?>
“내가 없어도 너무 슬퍼하지 말고...”
“혹시 바람결이 얼굴을 쓰다듬으면 내 마음이 온줄 알고...”
“온갖 위험한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니 몸조심 문단속 잘하고...”
그렇게 말하고 몇 몇 말은 차마 못하고 가슴에 담은 채로 길을 나섰다.
병든 아내를 두고 헤어지는 마당에 미어지는 감정,
옛날 독립운동을 나가시던 선배님들의 마음이 이랬을거야 하며 동감했다.
어디를 가냐고요?
그냥 아침 밥 미루고 아이 학교 데려다주러 병원을 잠시 나가는 중... 흐흐
짐이 있다고 좀 태워달라는 딸아이 부탁에 출장 기사 노릇을 하러가며
잠시 잠자는 중인 아내와 이별하느라!
나중에, 언젠가는 아주 영원한 이별을 하겠지요?
내가 먼저거나 혹은 아내가 가는 역할이거나...
그때도 이렇게 가볍게 해야겠다 싶어서 리허설삼아 해보았지요. 혼자 속마음이.
아이를 학교 정문에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에 햇빛이 무지 반짝입니다.
‘햇빛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그 노래가 압축되어 느껴집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엔 우리 사랑을 그리워하자’ 가사가 절로 나옵니다.
...이런 좋은 날 아침에 다시 병원 건물로 들어가 병실에서 종일을 보내야하다니,
몇 날을 지겹게 내리던 비가 개인 하늘이 유난히 맑습니다.
흰색이 지나치면 약간 푸른빛이 돈다고 하던가요?
너무 맑은 날엔 공연히 이유 없는 서러움이 불쑥 느껴지는 것처럼,
차 문을 다 내리고도 매연이 별로 안 느껴지는 건 꼭 이른 아침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이런 날엔 그냥 차를 강변을 지나 산허리를 돌고 마침내 바다에라도 닿고 싶습니다.
‘가출’
그러고 싶어지는데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는건 혼자 못살아갈 아내가 떠올라서...
나의 가출이 다른 입장에서는 ‘배신’ 혹은 ‘버림’이 되는 건가요?
뭔 그런 이중적인 결과가 다 있는지요.
다만 한 가지로 표현되는 ‘귀환’을 택해서 병원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왔습니다.
내게는 ‘가출’도 호사이고 멀리 보이는 행운입니다.
“아침 밥 묵자! 색시야~”
첫댓글 아아, 슬프고도 너무 아릅답고...
걍 사모님 모시고 햇살 구경 나오세요.
햇살을 볼 수 없는 사람도 많으니 그것도 행복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