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명
길든 짧든 사람은 한 시대를 살다 가게 되어있습니다. 그 파란만장한 일생이 몇 줄로 묘비명에 함축적으로 기록됩니다. 묘비명은 대부분 남에 의하여 쓰이지만, 자신이 쓰는 때도 있습니다.
조선시대 학자 퇴계 이황은 묘비명을 이렇게 남깁니다. "도산에서 물러나 만년을 숨어 산 진보 이씨의 묘" 퇴계가 죽기 전에 직접 정한 묘비명이라고 하는데 퇴계는 조정에서 벼슬을 했음에도 벼슬 명을 다 빼고 숨어 산 사람이라고 표현합니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묘비명은 이러하지요. "자신보다 현명한 사람들을 주위에 모으는 방법을 알던 사람, 여기에 잠들다." 시인 조병화는 자신의 묘비명에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담았습니다. "어머님 심부름으로 이 세상 나왔다가, 이제 어머님 심부름 다 마치고, 어머님께 돌아왔습니다."
영국의 극작가이자 비평가, 소설가인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은 익살스럽습니다. "내 언젠가 이 꼴 날 줄 알았지." 아직 생전이지만 희극인 김미화는 "웃기고 자빠졌네."라는 미래의 묘비명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희극인으로서 살아서 남을 웃기다가 죽어서 누워 있다는 뜻이니 자신의 생애를 잘 함축했다고 볼 수 있지요.
묘비명은 삶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나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어쩌면 삶의 과정을 압축시켜 표현하는 것이니 과정의 순수함이 담보되어야 마땅합니다.
이순을 지내고 나니 퇴임과 퇴임 후의 삶을 생각하게 됩니다. 또한 평생을 교직에 몸담고 살아온 나의 묘비명에 어떤 문구를 남길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묘비명은 죽음을 염두에 두기에 자신의 참모습을 담게 마련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무덤을 지키는 묘비에 무엇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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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 님의 글입니다.
이 사람도, 한문과목, 컴퓨터과목, 그러다 윤리과목을 가르쳤던가요? 이제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네요. 난 수학 한 과목만을 가르쳤었는데, 이 사람은 교육과정 개편, 시대의 흐름이 변함에 따라 여러 과목을 맡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각설하고, 묘비명은 생각 안 해 봤지만, 지방은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보통 顯考學生府君神位라고 쓰는데, 교장은 顯考校長神爲라고 쓰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다 부질없는 일이죠. 조용히 사라져 가는게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
첫댓글 바라과 함께 사라져 가는 것...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뭔가를 남기려 하지. 그게 문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