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6개월 간의 진행을 해온
cbs fm 의 <아름다운 당신에게>의 dj 김갑수님이
오늘로 방송을 그만 두셨습니다.
자의인지 타의인지.....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방송사 입장에선 청취율이 높은 대중성을 원하고
(같은 오전 9시~11시 사이의 타 방송들처럼)
dj 입장에선 차원 높은 문화의 소개와 음악을 들려주고팠을테니
알게 모르게 마찰이 있었을 겁니다.
(저 역시 누구나 입을 수 있는 대중적인 패키지를 해 달라는 건의를 종종 받습니다만
어느 브랜드이든 나름의 스타일이 고수되는 법이죠.
앙드레 김의 의상이 한결같은 것처럼.)
김갑수 님은 많은 분들이 아실 겁니다.
시인이며 문화평론가이며
광적인 클래식매니아시죠.
수만 장의 음반과 하루 한 권 씩 읽어대는 수 많은 책들이
그의 영혼을 얼마나 풍부하게 할런지 상상이 됩니다.
라디오를 진행하는 폼은 어느 dj에서 볼 수 없는 그 만의 내공이 그대로 드러났지요.
그가 떠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수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이별의 글을 올리고
몇몇은 오늘 아침 방송사로 꽃을 들고 찾아갔다네요.
침착하게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진행을 하나 싶더니
마지막 인사는 제대로 하지 못하고
목인 메인 소리로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로 끝을 맺더군요.
아마 울고 있었나봅니다.
제가 강남역에 도착하기 전 양재 꽃시장에 진입했을 때
가슴을 저미게 한 곡은 스메타나의 몰다우 부분이었습니다.
희끄므리 흐린 듯한 봄 햇살을 맞으며 그 음악을 듣는데
갑자기 울컥~ 눈물이 비칠까 눈을 크게 뜨고 창밖만 응시했었죠.
그와의 이별이, 제 풀의 감상이 그렇게 만들었나봅니다.
클래식이란 묘하답니다.
여느 장르에서 느끼지 못하는 이런 마음의 움직임이란......
오늘 들었던 모짜르트, 베토벤, 훔멜, 스메타나는
김갑수와 함께 한 페이지의 추억이 될 것 같군요.
아무 상관없는 방송 얘기, 썰렁하시겠지만 지나치게 감수성 풍부한(이래서 가끔 짜증스러운)
주인장 세라니트의 오늘 기분이라고 여겨주십사 바라겠습니다.
오늘은 수업도 하기 싫은 게 솔직한 기분입니다. 누구나 이럴 때 있으니까요.
저 그림은.....교실 벽에 제 크로키가 있죠? 그걸 그려주신 분이 그리신 겁니다.
제가 존경하는 분이죠. 김갑수 님에 버금가는 멋진 남자.
첫댓글 저는 이시간대에 김창완씨거 듣는데 전에 일주일에 한번씩 김갑수씨가 나오셔서 책소개를 참 재밌게 해주시던게 생각나네요.
후임은 바리톤 김동규씨(콧수염)가 맡아서 그나마 다행야. 근데 성악가라 그런지 선곡이 오페라 아리아 위주네.
교수님이신것 같던데. 수업은 쬐다 몰아 오후에 하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