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22년 3월 22일 불날
날씨: 선선함
제목: 첫번째 교육모둠 회의와 코로나
첫번째 교육모둠 회의
오늘 첫번째 교육모둠 회의가 있었다. (이 문장을 쓰고 나니 한주엽 선생님은 하루생활글 첫문장 첫머리에 '오늘'이라는 말을 쓰면 무조건 수정하라고 돌려보낸다고 들었던 것 같기도... ㅋㅋ)
내가 회의를 소집하지 않고 있으니 한주엽 선생님이 먼저 텔레그램 대화방 만드시고 날짜를 잡으셨다...음...;;;
그러다보니 뭔가 한주엽선생님이 이끄는 분위기가 됐다. ㅋㅋ 전에 지수아버지한테 들은 법칙이 있는데, 오퍼-페이(offer-pay)의 법칙이라고 먼저 밥먹자고 제안한 사람이 밥 사는 게 원칙이라는 뜻이란다. 내가 한참 전에 들은 이 법칙이 새삼스레 생각났던 것은 한주엽 선생님이 "음..제가 이끌어야 하나요?"하셨을 때 "네! 당연하죠! 대화방도 만들고 줌 회의도 만드셨는데~"라고 반응했기 때문이다. ㅋㅋ
근데 뒤돌아 생각해보니 여태까지 한번도 교사가 모둠회의를 이끌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다음엔 제가 할게요 •◡•
오늘 논의할 주제는 한해 부모교육 날짜를 미리 잡아두고 교육할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었다.
날짜 잡는 건 간단한데 주제선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완전 순식간에 끝날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곰곰이 생각하고 검토할 것이 많은 일이었다.
맑은샘 부모들이 무엇을 배워야할까?
5번 중 처음 1,2회는 금방 정해졌다. 어린이들 글모음 읽기와 장애통합 교육.
항상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주제들이다.
나머지 세번의 교육이 문제였다. 지금까지 했던 주제들을 예로 제시해주셨는데 모두 너무나 필요한 것들이었지만 아무거나 적당히 고르고 싶지는 않았다.
그 여러가지들 중에서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우리 스스로도 별로 자각하지 못하고 지나갔지만 주제로 정해지면 '맞다, 이게 중요하지'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모둠원들께 모든 생각을 다 꺼내달라고 부탁드렸다.
이럴 때는 주머니 안에 손 집어 넣고 만져보다가 그럴듯한 것 한두개만 꺼내지 말고 별의별 잡동사니까지 다 꺼내놓고 그 중에 고르는게 낫다.
대안학교에서 이런 거 이야기 해도 돼? 이런 거 물어보면 너무 맑은샘 부모로서 소양이 없어 보이려나? 싶은 생각이 드는 바로 그 문제가 사실 우리에게는 가장 필요한 교육일 수 있다.
나왔던 의견들은 대체로 이렇다.
-맑은샘학교 영어 교육의 특징 및 장점, 향후 과제 등
-우리말살려쓰기: 세부 기준, 가정에서의 지도요령 등
-미디어: 영상물, 책, 전자통신 기기 등의 미디어 활용 기준, 방식, 가정에서의 지도 요령 등
-대안교육의 비전 (+강연자로 강수돌 교수 추천)
-맑은샘 부모약속 다시 읽기: 내용을 되새기고 오늘 우리의 실정이나 감각에 맞게 문구 수정하거나 추가하기
이것 말고도 많을텐데 교육모둠이 아닌 분들도 의견 주시면 감사히 받겠다.
교육주제를 선정하는데 좀 더 마음이 쓰였던 이유 중 하나는 학교 안에서 갈등이 일어났을 때 교육일꾼의 역할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교육일꾼에게 이런 임무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교육일꾼이 되고 나서 알았다 ㅋㅋㅋ
그런데 생각해보니 진짜 이거야말로 교육일꾼이 해야할 일이 맞는 거라.
교육모둠에서 학교 구성원들의 생각과 마음의 기반을 잘 다져주면 큰 문제로 확장되기 전에 해결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큰 문제는 사실 갑자기 터지는 게 아니라 작은 문제들을 누르거나 지나쳐버린 결과 한번에 뭉쳐져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서
되도록이면 작은 궁금증이나 서운함, 불만일 때 교육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예를 들면, 지수가 네살 때 겪은 일인데 공동육아 원내에 아동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CCTV를 설치하고 한글교육을 도입해야 한다고 확고하게 생각하시는 분이 있었다. 그런데 왜 이걸 우리가 하지 않는지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는 것이 생각보다 꽤 어려운 일이었다. 그냥 아니라고 딱 잘라서 거부하면 안 된다는 것은 우리도 알고 있고, 그분의 생각을 들어드린다고해서 온전히 동조(=공감)해드릴 수도 없고,.. 그러다보니 진척도 늦고 그 과정에서 피로감도 컸다.
내가 교육일꾼으로서 목표하는 것이 있다면 교육모둠이 이런 일에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 것이다.
나는 사실 궁극적으로는 맑은샘이 가진 교육 가치들과 우리의 생활 수칙들을 매칭하는 작업이 한번쯤은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법의 예를 든다면, 음주소란이나 허위광고 같은 경범죄가 그 상위 법체계들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헌법의 몇조 몇항에 근거해서 이게 안되는 건지 아마 설명이 있을 것이다.
내가 아직 완전 바쁠 때가 아니라 이렇게 큰 그림을 그리고 앉아 있다.
말만 이래놓고 제대로 못할 수 있다. 그냥 그러려니 하시길~
코로나 시대의 공동체 생활
오늘 우리 모임은 줌으로 했는데, 모둠원 중에는 일터에서 확진자가 워낙 많이 나와 pcr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 중인 사람도 있었다.
곳곳에 코로나 걸린 사람이 워낙 많아져 일이 잘 안 될 정도다.
어릴 때 옆집 살던 언니는 두 아들 중 초등생인 큰 아이가 코로나에 걸렸는데 아이를 격리시킬 수 없어 그냥 다 포기하고 다같이 집에서만 지냈다고 한다.
반면에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딸이 코로나에 걸린 것도 아니고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었는데 딸에게 집을 내주고 호텔에서 생활하시면서 수업준비를 하신 교수님도 있었다.
그 교수님이 코로나 걸리시면 당장 우리 수업 못받고, 학교 업무에도 차질이 생기고,.. 외부 프로젝트 등등 한두가지가 아니다보니 여러가지에 관여하시는 분일수록 조심에 조심을 거듭한다.
그렇게 조심을 해도 걸릴 수 있는지라, 코로나에 걸려 일을 못하게 되면 다들 너나없이 발벗고 나서주시는 마음이 힘이 된다.
지수아버지는 지인이 코로나에 걸려 발표를 못하게 되셔서 대신 맡게 된 적도 있었고, 맑은샘에서도 이런 종류의 도움은 당연히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누군가 코로나에 걸렸을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입장이 되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자가격리로 앓고 있는 확진자가 도움을 받을 때 느끼는 그 감사만큼 큰 기쁨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모둠원은 다행히 밤에 교육모둠 대화방에 음성이라는 결과를 받았다는 소식을 알려오셨다.
우리 모두 얼마나 기쁘던지!
소식을 알려주셔서 고마웠고, 음성이라 우리 모두 마음을 놓았다.
코로나 시국에 오프라인으로 만나고 교류할 기회는 줄어들었지만 그 와중에도 소소하게 인간적인 교류가 계속된다.
아무리 요즘 오미크론이 힘들지 않게 지나간다 해도 당연히 어려움이 많을텐데 확진되신 분들과 완치되신 분들, 주변의 가족분들께 위로를 전한다.
이렇게 어려운 시국에도 공동체의 가치와 온정이 담긴 만남이 가능하도록 애쓰는 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일 맡은지 한달도 안된) 교육일꾼으로서의 소회
교육모둠 실무를 직접 경험해보니 생각보다 고민할 부분들이 구체로 더 많이 다가오는 느낌이 있다.
한편으로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시설과 살림일꾼들의 업무방식을 다시한번 돌아보게도 된다.
'아니, 대체 이분들이 이렇게 엄청난 일을 하고 계셨던거야??'
시설과 살림은 비교적 사소해보이고 규모가 작지만 바로 처리하지 않으면 아주 표가 크게 나는 일이라
항상 긴장 늦추지 않고 신경을 쓰는 것이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 매우 다양한 역량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게다가 내가 어려워하는 일 부탁하기 같은 걸 이 일꾼들은 아주 상시로 해야 한다.
이 모둠들의 활동에 더 관심 가지고 큰 일 있을 때 지원해드릴 수 있도록 애써야겠다.
교육모둠 일을 하면서 나와 전혀 다른 성격의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의 존재를 생각해보는 것이 의외로 큰 힘이 된다.
학교의 한 구성원들 중 한명으로서, 한 역할을 맡아 학교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릴 수 있어 기쁘다.
그리고 나의 이 마음이 혹시나 어긋나거나, 치우치거나,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도록 신중하고 사려깊은 마음으로 도와주시는 모둠원들이 있어서 마음이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