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의 신작소설 '손님'을 3일 동안 읽은 끝에 어제 책장을 덮었습니다.
황석영의 '장길산' 10권을 하루에 한 권씩 읽으며 가슴 쿵쾅 거린 이래로 황석영의 소설들은 저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아래 김산님의 글을 읽어보시면 대충 내용은 짐작하실테고...
과거는 묻어두는는 것이 아니라 삭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특히, 아픈 과거, 참혹하여 생각하기도 싫은 과거일수록....
때론 과거를 치장하는 소설도 보게 됩니다. 한 때 소위 후일담 소설이라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지요. 우리는 한 때 펄펄 뛰던 고등어였다...운운하던...
'내가 왕년에 말이야...'하는 초로의 사내를 마주할 때가 가끔 있습니다. 연민을 느끼기도 하지만 구차해 보일 때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과거의 긍정적인 측면이 현재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변명이 되지는 못합니다. 아니, 변명으로 삼아서는 안됩니다. 그건 아픈 과거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과거에 대한 치장은 적극적인 '묻어둠'인 지도 모릅니다.
과거를 그냥 묻어두자, 덮어두자는 말도 많이 합니다. 자꾸 옛날 이야기만 하면 뭐 할겐가, 들춰내서 어쩌자는 겐가 다 지난 일인걸.... 합니다. 과거를 묻고 싶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현재도 역시 묻어 버리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현재의 본모습과도 직면하기 꺼려하는 사람들이 과거의 흠집을 덮어두려고 합니다.
현재를 직면하여 괴로움은 괴로움으로, 슬픔은 슬픔으로, 기쁨은 기쁨으로 느끼는 것이 진실된 삶이고 풍부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과거 또한 직면하여 마주 바라보는 것이 진실된 삶, 풍부한 삶의 거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계속 과거와만 만날 수는 없습니다. 과거와 직면하여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 속에 녹아들어가게 하는 것, 그것을 '삭임'이라고 부르겠습니다. 헛된 부풀림도 거짓된 왜곡도 없이 있는 그대로 삭여내는 것이 과거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합니다.
황석영의 '손님'을 6.25 전후의 우리 현대사에 대한 '삭임'으로 읽었습니다. 우리의 부끄럽고, 안타깝고, 처참한 과거에 대하여 삭여낼 때에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으며 통일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황석영의 '손님'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