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달러의 시대는 곧 끝날 것 (사트야지트 다스 <익스트림 머니(Extreme Money)> 저자)
O 자유무역의 후퇴는 다극화된 경제 질서(multipolar economic order)로의 전환을 시사함.
- 현재 국제 통화 시스템에 관한 논쟁은 탈달러화(de-dollarization)에 집중되어 있음. 달러화는 기존성(incumbency)과 무역 및 기축 통화에서 차지하는 높은 비중, 유동적인 자본 시장, 확실한 대체 통화의 부재로 여전히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음. 그러나 보편적인 무역 및 기축 통화는 기저에 존재하는 무역과 저축의 불균형 때문에 필요하다는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음.
- 흑자가 발생하는 국가의 높은 저축 비중도 무역 불균형에 일조하는 요인임. 이러한 현상은 완만한 내수 소비와 수출 규제, 낮은 신용 가용성(credit availability), 교육과 보건 등 국가 사회 기반시설이 제한된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례가 많음. 예컨대 산유국에서는 소수의 인구가 무역 흑자와 과잉 저축에 기여하고 있음. 자금이 현지 투자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유동성과 태환성(convertible)을 갖춘 화폐로 표시된 외국 자산 구매를 통해 국외로 이동하고 있음.
- 지속 불가능한 무역 적자는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가 주권과 안보 문제도 무역 불균형에 일조하고 있음. 보복성 무역 전쟁과 종종 보조금을 감추고 있는 산업 정책도 가속화되고 있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유럽연합의 수입산 전기차 규제가 이러한 추세를 나타내고 있음. 흑자 축소와 제재 및 자산 압류(asset seizure) 등 역외 투자 리스크는 물론 미국에서 제기된 외국인 투자(inbound investment) 세금 부과 가능성 등으로 글로벌 자금 흐름이 감소할 수 있음. 자유무역과 자본 흐름이 후퇴하면서 전 세계는 자급 경제(autarky), 즉 국제 무역이나 자본 흐름이 제한된 폐쇄 경제로 나아가고 있음.
- 미국과 EU, 중국 등 규모가 큰 국가나 국가 연합만이 자급을 추구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춘 한편, 무역 블록(trade bloc)이 주요 추세가 될 것으로 예상됨. 지리적인 조건보다는 중국과 러시아처럼 지정학적으로 뜻이 통하고 산업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교역 상대국들이 무역 블록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됨. 무역 블록에서는 개별 국가의 흑자나 적자가 상쇄될 수 있으므로 지배적인 기축 통화의 필요성이 감소하고 특정 무역 및 투자 흐름에 필요한 복수의 화폐로 수요가 분산될 수 있음.
- 이러한 글로벌 무역 및 화폐 시스템의 변화는 경제 성장과 생활 수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 경제 활동의 원동력으로서 수출의 역할이 약화되어 다수의 상품과 서비스 비용이 높아지고 접근성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됨. 또한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자본시장의 불안정성이 발생할 수 있음. 미국과 같은 채무국(debtor country)은 예산과 무역 적자를 충당할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것이며, 달러화 금리가 인상되어 전 세계에서 대출을 보유한 사람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음. 아시아의 정책 입안자들은 현재와 같은 달러화된(dollarized) 경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무역과 투자 관계의 신중한 재검토와 재편이 요구됨. 이 과정에는 더욱 균형 잡힌 무역 및 투자 흐름을 갖춘 새로운 다자 무역 블록의 형성이나 기존 무역 블록의 강화가 수반될 수 있음. 새로운 무역 및 투자 화폐를 고려해야 하며, 화폐 흐름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 은행들의 외환 스와프 약정도 필요할 수 있음.
-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지배하던 질서는 이제 더욱 가변적이고 불확실한 시대로 나아가고 있음. 이 과정에 존재하는 위험과 기회를 헤쳐 나가려면 노련한 정치와 유연한 경제 및 금융 정책이 반드시 필요함.
출처: 닛케이아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