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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아찔하게
먼저 집에 도착해 씻고 나온 견우.
견우의 앞에 우뚝 서있는 강민의 얼굴이… 웃고있다.
예전의 개구진 웃음.
웃으며 견우에게 큰 쇼핑백 하나를 건내는 강민이었고, 얼떨결에 받은 견우는 고개만 갸웃거리고 있었다.
아무런 말 없이 견우를 밀쳐내고 화장실로 들어가버리는 강민.
결국 뭔지는 본인이 확인해야되는 꼴.
소파에 앉아 열어보니 자잘한 상자 몇 십 개는 족히 있어보였고, 눈만 껌벅이던 견우는 상자 하나를 집어올렸다.
선물인걸까.
선물이라 생각하니 또 갑자기 두근거리는 가슴을 어찌 할 줄 모르는 견우.
기쁨을 주체할 수 없는거겠지.
하지만, 뚜껑을 열자 견우의 표정이 묘해진다.
안의 내용물을 꺼내들어보니…….
사각팬티.
그것도 분홍색 땡땡이.
다른것도 다 꺼내 열어보니… 몽땅 다 팬티였다.
삼각이 껴있는 건 괜찮다 이거다.
하지만 문제는… 팬티들이 모두 다 캐릭터 아니면 특이한 것 들 뿐이라는거.
각가지 동물의 꼬리가 달린 사각팬티는 물론이요, 표범삼각팬티에, 초등학생 꼬마들이 입을법한 로봇그림의 팬티에….
이건 도대체 뭐란말인가.
"너한테 있는 팬티 다 버리고 그걸로 써"
"………… 엑?!"
"두번다시 그 스펀지밥팬티 입지마. 내가 준 것만 입어"
"……… 스펀지……… 아. 왜요?"
"두 번 말하게 하지마. 나 질투 많다고 했어"
"… 그 질투가…이 질투……… 였어요?"
"그럼 뭐겠어. 니 취향 찾느라 고생한거니까, 꼭 이것만 입어"
"제 취향이요?"
"캐릭터. 동물. 엽기"
"…………… 유강민씨!!!!!!"
어느새 이렇게 편해진걸까.
관계 이후 처음으로 말장난도 해보는 둘의 표정이 한껏 편해보였다.
이렇게밖에 표현 할 수 없었다.
아직 표현이 서툰 강민에게는… 질투를 내보이는 법 밖에는 몰랐다.
남이 준 팬티를 질투해 하루종일 팬티만 찾아돌아다니는 꼴이라니.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겠지.
그래도 신기하다며 좋아해주는 견우였으니… 잘 샀다고 생각하는 자신이었다.
"연말에 뭐할거냐"
"연말? 아……… 그 날 강민씨 생일이잖아요"
"……… 썩 좋은 날은 아닌데, 연말이니까"
"음. 연말이어도 일해야되니까 큰 일은 없겠죠. 그럼 강민씨는… 손님들이랑…… 있을거에요?"
"아니"
"…? 그럼요?"
"우리 집 놔두고 내가 어디서 보내. 너랑 보낼거야"
"……… 연말을요? 에밀레종 땡땡 치는 날 저랑 있겠다구요?"
"두 번 말하게 하지 말랬지. 어. 너랑 있겠다고"
"왜요?"
"……… 나 이 표현 세 번 말해야되는거냐. 아님 딱잘라 말해줘야되냐. 너 바보야?"
"…… 바보 아니에요"
"입 집어넣어. 오리같아"
"……!! 오리라뇨!! 실례에요 그건!!"
"안경 쓴 오리. 연말은 그렇다쳐도, 내일모레 크리스마스. 선물 받고싶은 거 있냐?"
"………… 히히. 선물 주시게요? 전요~ "
"안줄건데. 내 손님 중 한 명이 너랑 취향이 비슷해서. 참고 좀 하려구"
"……칫. 아무거나줘도 좋을거에요. 강민씨가 주는거니까"
그냥 툭- 내뱉은 말이었는데…
왠지 두근거리는 말.
강민씨가 주는거니까.
이게 무슨 뜻인지나 알고 한 말이었을까.
뾰루퉁해 있는 견우의 모습을 보면 아무생각없이 내뱉은 말이다.
그냥 내뱉은 말에 두근대는 꼴이라니.
떨릴 수 밖에 없다.
저 말은 즉, '강민씨가 좋으니까, 강민씨가 주는거면 다 좋아요' 란 표현과 다를 게 뭐 있단 말인가.
"…… 강민씨는 뭐 받고싶어요?"
"왜. 사주게?"
"제가 안줘도 손님들이 다 줄거아녜요. 전 그냥 밥이나 할래요"
"그럼 나 케익만들어줘"
"엑? 케익은 못만들어요. 밀가루 반죽해서 할 수 있는 건 수제비밖에 없는데…"
"할 줄 아는게 뭐냐? 그냥 잠이나 자. 나 먼저 잔다"
"아, 그거 제 베게잖아요!!!"
"뭐 어때. 니께 내꺼고 내께 내꺼지"
"……응? 제껀 제꺼죠!!!"
"그걸 또 한참 생각하냐. 너 아이큐 몇이야"
"아이큐가…… 이게 아니잖아요!! 이씨"
견우를 놀려먹는게 그렇게 재밌는지…
베게에 얼굴을 묻고는 큭큭 웃어대는 강민.
그런 강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베게를 뺏으려 악을 쓰고있는 견우였다.
*
크리스마스라고 가게마저도 치장하는 판국에…
Top 5 의 넘버원이란 작자는 뭘하고있는건지….
시내 한복판을 어슬렁어슬렁 거리며 시간을 낭비하고있었다.
뭘 찾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돌아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한숨을 푹- 내쉬던 강민의 눈에 띈 장갑들.
촌스러운 갈색장갑만 하고다니던 견우가 생각나 진열된 장갑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강민이었다.
견우를 닮은 새하얀 토끼장갑.
귀여우면서도 가끔은 새침한, 또 가끔은 섹시한… 바보같은 토끼.
피식 웃으며 장갑을 사버리는 강민의 표정은 아까보다 한결 가벼워보였다.
얼마나 돌아다녔다고 손에는 짐이 한가득.
그 많은 짐을 들고 출근했으니… 주목받는 건 당연했지만, '선물받았어' 란 말에 수긍하는 가족들은 뭐란말인가.
오픈 전에 딱 마친 크리스마스 준비와, 곧 시작될 쇼.
이번 쇼는 바텐더가 아닌 호스트들의 쇼였기 때문에, 조금은 색다른… 크리스마스 파티식의 쇼였다.
문제는, 그 쇼의 주인공 격 되는 케이가 늦었으니… 쇼 구성이 어떻게 된 건지 제대로 얘기하지도 못한 상황.
일하는 중간중간 다른사람들이 얘기해주고는 있지만, 과연 쇼 전까지 다 얘기할 수 있을지가 문제였다.
다 얘기못해도… 케이라면, 그 나름대로 애드리브로 넘겨버릴테지만 말이다.
"크리스마스 쇼 해보고싶어!!"
"참나. 크리스마스는 우리 쉬라고 있는거야. 바텐더만 쇼 하면 불공평하잖아"
"왜? 바텐더니까 쇼 하는거잖아"
"……… 이견우다운 대답이다. 다음엔 껴달라 그래 그럼"
"와, 낄 수 있어?!"
"응. 너도 하고싶다고 하면 해줘"
"우와우와. 그래도… 꼭 손님들한테 뽀뽀해줘야되는거야?"
"크리스마스니까. 스킨쉽 금지라는 규칙이 있어도 찾아주는 손님들한테 주는 작은 선물인거지"
"흐음…"
"니가 끼게되면, 넌 안해도 될걸? 바텐더니까"
"히히. 아 얼른가서 트리 마저 꾸며야겠다"
"………… 오늘이 크리스마슨데 오늘 꾸미냐?"
"응. 여태 못샀거든. 나 먼저 간다!!!"
싱글벙글 웃으며 집으로 향하는 견우.
깡총깡총 뛰는 폼이… 정말 토끼다.
흥얼거리며 카드를 꺼내들어 긁어내리고 문을 여는데… 자신을 반겨주는 건 어둠이 아니라 불이 반짝거리는 트리.
분명 창문 옆에 놔둔 트리가… 어째서 문 입구에 있는거지?
고개를 갸웃- 거리더니 트리를 옮기려 안아들 찰나…
집안의 불이 켜지고, 온통 붉은색과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진 실내.
굽혔던 무릎을 피고 주위를 둘러보니… 빙긋 웃고있는 강민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선물"
"……… 언제… 다 꾸민거에요?"
"나 일찍 조퇴한 거 몰랐냐?"
"… 데이트……… 간 줄 알았는데…"
"나 잘 때 너 혼자 낑낑대더라고. 그래서 내가 인심 좀 썼어"
"와……. 난… 트리만 할 생각이었는데…"
"그러니까, 트리 꾸며준 건 덤이고. 집 꾸민 건 선물이라고"
"……… 고마워요"
"어?"
"나… 크리스마스 때 이렇게 꾸민거… 처음이에요. 고마워요"
"…… 뭐…. 나도 이런 거 해보고싶었을 뿐이야"
"………나… 강민씨한테 줄 거 있어요. 싸구려라고 놀리기 없기에요!!"
"뭔데?"
"빨리요! 놀리기 없기!!!"
"…… 놀릴라그랬는데. 알았다. 안놀려"
"………………"
최고의 선물에 대한 보답.
그 보답은… 다름아닌 견우의 마음이었다.
선물을 주는 척 하면서, 짧게 입을 맞추는 견우의 행동에 놀란 강민.
자신의 앞에 볼을 붉게 물들이고 서있는 사람이 이견우가 맞단 말인가.
지금 한 뽀뽀가… 정말 이견우가 한 짓이 맞단 말인가.
"왜…. 다른사람말고… 강민씨 보라고 했잖아요. 잘 생각해봤는데요… 그거……… 저 좋아한다는 거죠?"
"……… 이제 알았냐"
"…… 그러니까… 저도 좋아한다구요"
"뭐?"
"방금 한 것도… 제 진심이라구요. 많이… 좋아하고 있었다구요"
"………… 한 번 더 해줘 그럼"
"에?"
"한 번 더. 뽀뽀말고"
"윽. 그… 그게 뭐에요!! 싫어요"
"뭐가 싫어. 이제 사귀는건데. 애인사이에 키스가 뭐가 대수냐"
"무슨 애인이에요!!!! 아무 말도 안했어요 저…… 우억!!"
"다시말해봐. 애인이야 아니야"
"………… 부끄럽잖아요…"
부끄럽다더니…
고개를 들어 살며시 입을 맞추는 견우의 두 볼이 여전히 붉었다.
두근대는 가슴도… 혀가 맞물리고 있는 지금 이 상황도…
전혀 더럽지 않았고, 싫지않았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아주 달콤한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 견우가 고백해버렸네요 ㅋㅋㅋㅋㅋ 원래 집을 꾸며놓은 이유는, 강민이 고백하기 위함인데 ..... 새치기 해버린거죠 뭐 ㅋㅋㅋ
주말은 평소보다 늦게 올릴 듯 싶어요ㅜㅜ 아무래도 동생이 놀토낀 날엔 집에서 쉬니까...... 그래도 빠지는 날은 없을테니 매일 지켜봐주세요^^*
이젠 이 둘의 알콩달콩 러브스토리를 그려야겠어요 둘이 사귀면서 성격도 좀 바꿔놓고 ........ 견우 눈치도 좀 키워줘야겠어요-_- 한 번 더 둔하게 그렸다간 .... 전 폭발해버릴거에요 ㅜㅠ
댓글은 작가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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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ㅅ ,꺄악!! 제가 일빠에요 ~~!! 흐흐 너무 좋아요~ 소설 너무 재미있게 잘 읽구있어요 ㅋㅋ 가면 갈수록 견우와 케이 둘다 너무 귀여워지는 듯 !! 그리구 너무 열심히 성실연재 해주셔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계속 성실연재 부탁드릴께요~ 잘봤습니다~
#:) 와우 일빠시군요 !! ㅋㅋㅋ 나중엔 둘 다 귀여움의 절정으로 갈지도 몰라요 ㅋㅋ 아님 .... 둘의 성격이 바뀌.... 는 건 볼 수가 없네요 ㅜㅠ 호호*
히히. 둘이 드디어 사귀네요. 제 속이 다 뻥~ 뚤린 느낌이에요. 작가님의 성실연재 덕분에 매일 볼거리가 있어서 되게 좋네요.
#:) 정말 둘을 엮고나서 ... 저도 얼마나 시원하던지ㅜㅠ 쓰는 내내 답답했던 게 겨우겨우 풀린 기분이에요 ㅋㅋㅋㅋ 제 성실연재로 좋으시다면, 다행이에요 ^^*
드디어 둘이 사귀는군요 !! ㅎㅎㅎ 케이가 고백 할 줄 알았는데 예상밖에 견우가 고백을 했네요 ㅎㅎㅎ 다음편은 둘에 이쁜 사랑을 볼 수 있겠군요 ㅎㅎ!! 다음편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ㅎㅎㅎ
#:) 네 드디어 !! 사귀게 됐습니다 ㅜㅠ 원래는 케이가 고백하려고 집을 꾸며놓은 거였는데 ... 새치기 한거죠 ㅋㅋㅋㅋ 네, 기대해주세요 ~ ^^*
잘봐어요 좋은 주말되세요
#:) 아하하 네 감사합니다 ^^* 무무묘님도 좋은 주말 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제알았냐의 앞공백,,,ㅋㅋㅋ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 어이가 없는거죠 ....... 여태 몰랐을 줄은 몰랐을테니까요 ㅋㅋㅋㅋㅋ
드디어!!두둥♡!!견우랑 케이 너무 잘 어울려요~꺄♥
#:) 둘의 다른것 같으면서도 비슷한 점 많은 성격 때문이 아닐까요 ㅋㅋㅋ
★뭐,누가고백했든잘됬으니까요!(히히)꺅너무보기좋은거같아요! 재밌게읽었어요! 다음편기대할게요!
#:) 나중에는 케이가 다시 고백하는 걸로 해버릴까봐요 ... 호호호호* 감사합니다 ^^*
흐흐 흐뭇해요~ㅋㅋ 나이가 먹어갈수록 견우&민 처럼 이쁜커플보면 절로 미소가ㅋㅋㅋ
#:) 흐뭇하신가요 ㅋㅋㅋ (처음 '민'이 누군지 한참 고민한 팔구....) 저도 이상적인 커플을 써내려가는중이라 ... 참 이 외로운 겨울이 힘겹네요 ㅜㅠㅋㅋ
오우.. 둘이드디어 러브 러브~ 후후.. 다음편 기대할게요~ 너무 잘되면 문제도 일어나는법 +_+... 꺄햐햐.. 건필하세요!
#:) 러브러브~ 아하하* 이 둘에게는 너무 잘 될 수가 없는 장애물이 여러개 있죠 ㅋㅋㅋㅋㅋㅋ
일편부터봤어용! 아하하 재밌어용~ 다음편 기대하께용ㅎㅎ
#:) 일편부터 보셨다니 ... 감사합니다 ><
알콩달콩 러브모드 ㅋㅋ 기대 함돠..!!
#:) 이제 제 주특기(?)인 알콩달콩 깨소금을 뿌릴 차례인거죠 ㅋㅋㅋㅋ
ㅋㅋㅋㅋ우와드디어사귀네용. 알콩달콩 ㅋㅋㅋㅋㅋ좋아요!
#:) 모든 독자분들의 독촉(?)에 의해 사귀게 되었어요 ㅋㅋㅋ 사실 제가 답답했던거죠 ㅜㅠ
드디어 이어지는 건가요 후훗 너무 잘됐어요~!! 이제 견우x강민의 러브 스토리만 남은거가요? 기대하겠습니다!!!
#:) 저도 이어져서 얼마나 다행인지 ..... ㅋㅋㅋ 이제 남은건 러브스토리와 중간중간의 트러블들 정도 .....? 하하하* 네 기대해주셔요 ~
고백고백!! 이히히히,맞아용~ 견우눈치 좀 더 키워주세요~ 잘보고갑니다^^
#:) 견우가 고백도 했으니 ... 이젠 눈치도 키워줘야죠 ㅋㅋㅋㅋ
아웅13편도잘봤어요!ㅋㅋ
#:) 아하하, 감사합니다 ~ ^^*
잘되서 다행이네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