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문제 제기, 연방정부 조사 요구 목소리 확대
캐나다 금융권 미 이민단속국 협력사 대규모 투자
캐나다의 주요 시중 은행과 공적 연금기관들이 미국 이민관세집행국(ICE)의 주요 계약업체들에 약 35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캐나다인의 저축과 연금이 미국 내 이민자 강제 추방과 인권 논란이 있는 작전에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며 비판이 일고 있다.
환경단체 '스탠드어스(Stand.earth)'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금융 데이터 기업 LSEG의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금융기관들은 투자를 비롯해 대출, 채권 인수 등의 방식으로 ICE와 계약을 맺은 기업들에 총 350억 달러를 지원했다. 자금 지원을 받은 기업에는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 방산 업체 제너럴 다이내믹와 L3해리스, 정보기술 기업 CACI, 통신사 AT&T 등이 포함되었다. 구금 시설을 건설하고 관리하는 코어시빅과 지오 그룹도 지원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공격적 이민 단속 지원하는 캐나다 자본
공화당의 주요 기부자인 피터 틸 씨가 소유한 팔란티어는 ICE에 추적 및 추방 대상자를 식별하는 기술을 공급한다. 스탠드어스는 ICE의 인권 기록을 비판하며 캐나다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리처드 브룩스 스탠드어스 금융 담당 이사는 캐나다인이 맡긴 예금과 연금이 미국 내 폭력적인 이민 단속과 대량 추방 캠페인을 지원하는 데 쓰이고 있다는 점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인들은 자신의 자산이 안정적인 미래를 건설하는 데 쓰이기를 바라지 아이들을 부모에게서 떼어내 구금 시설로 보내는 등의 감시 활동에 쓰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CPP)과 5대 은행 대거 참여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CPP)을 포함한 10개의 공적 연금과 캐나다의 모든 주요 은행이 ICE와 수백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은 기업에 투자했다. 대부분의 계약은 2025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체결되었다. TD, 로얄뱅크(RBC), 스코샤뱅크, CIBC, BMO 등 5대 은행은 2020년 이후 이들 기업에 230억 달러 이상의 대출과 채권을 제공했다. 데자르댕을 포함한 금융사들은 최소 98억 달러를 주식 형태로 투자했다.
공적 연금의 경우 25억 달러 이상을 관련 기업에 투자했으며, CPP가 16억 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같은 투자 규모는 미국 최대 연금 펀드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과 맞먹는 수준이다. 리처드 브룩스 이사는 캐나다의 가치가 반영되어야 할 공적 연금이 미국 연금과 다를 바 없는 투자 행태를 보이는 점이 놀랍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책임론과 정부의 원칙적 대응
ICE는 공격적인 단속 방식과 인권 침해 논란으로 여러 차례 법적 분쟁에 휘말려 왔다. 2025년 1월 이후 구금 중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으며, 여기에는 캐나다인 사망자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 중이다. 제니 관 신민주당(NDP) 하원의원은 공공 기금이 인권 침해와 연관된 기업에 투자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투명성과 책임성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연방 정부는 금융기관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프랑수아 필립 샴페인 연방 재무부 장관실은 연금 펀드와 은행이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상업적 기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장관실 대변인은 투자 전략은 해당 기관의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며 개별 거래에 대한 질문은 각 기관에 문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캐나다 연방 정부 또한 과거 팔란티어와 소프트웨어 계약을 체결하거나 관련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