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엄마’의 헌신[서광원의 자연과 삶]
출처 동아일보 :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0423/124622652/1
별의별 일이 많은 게 사람 사는 세상이지만 자연은 더하다. 워낙 다양한 생명체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살다 보니 상상 너머의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일본에 서식하는 노린재의 일종인 레드버그라는 곤충도 그중 하나다.
보통 곤충 어미는 알만 낳고 떠나기에 부모 자식 간이라 해도 서로 볼 일이 없다. 볼 일이 없으니 관계도 없다. 하지만 이들은 다른 곤충들과 달리 지극정성으로 새끼를 돌본다. 새끼들이 정해진 먹이만, 그것도 딱 입맛에 맞는 것만 먹는 탓에 그 먹이를 찾아 하루 종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노고 역시 마다하지 않는다.
문제는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없을 때다. 이제나저제나 배를 채워 줄 어미를 기다리던 새끼들은 어미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미를 찾아 나선다. 먹을 걸 찾으러 나간 엄마를 기다리다 허기에 지쳐 엄마를 찾아 나서는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이 이들에게도 벌어지나 싶은데, 이들이 가는 곳이 뜻밖이다. 친어미가 아니라 근처에 있는 다른 어미를 찾아간다. 동네 이웃집 찾아가듯 가서 ‘여기 괜찮은데? 이제부턴 여기 살래’ 하는 식으로 눌러앉는다. ‘이 엄마가 아니다’ 싶으면 자신들을 먹여 줄 ‘새엄마’를 직접 선택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그 어미 역시 이런 새끼들을 받아들여 자기 새끼들과 같이 키운다.
새끼들에게 먹일 걸 찾아 하루 종일 애쓰다 돌아와 보니 새끼들이 자기를 버리고 다 떠나버린 걸 안 어미는 어떨까? 이들에 대한 연구는 없어 모르겠지만 새끼들을 위해 지극정성을 들이는 걸 감안하면 ‘아니면 말고’ 식으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힘든 건 ‘새엄마’도 마찬가지다. 먹여야 할 입이 두 배로 늘었지 않은가. 더구나 이 ‘새로운 자식’들은 ‘새엄마’라고 달리 대하지 않는다. 친어미에게 했던 그대로 아주 ‘공평하게’ 배고프다고 끊임없이 보챈다. 이러니 날마다 ‘죽을 고생’은 당연지사다.
덕분에 새끼들은 잘 자라지만 어느 정도 성장할 때쯤 되면 죽을 고생을 한 어미들이 진짜 죽는다. 쉬지 못한 탓에 과로사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또한 헌신하는 어미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더 이상 먹이를 갖다 줄 수 없게 되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몸을 먹이는.
새끼들이 부모를 선택하는 건 특이한 일이지만 어미들이 새끼들에게 자신의 생을 바쳐 헌신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북태평양에 사는 대왕문어는 10만여 개나 되는 알을 낳은 후 새끼들이 나오는 6개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알을 보살핀다. 자리를 비우는 순간 알을 해치려는 존재들이 있어서다. 이럴 때마다 문어 어미는 무섭게 일전을 불사하지만, 평상시에는 살가운 어미의 모습 그대로다. 수시로 무더기로 있는 알들에 산소가 부족하지 않게끔 신선한 물을 흘려 보내준다. 6개월 동안이나 이러느라 기진맥진해진 어미는 새끼들이 나올 때쯤 고단한 생을 마감한다.
긴 생명의 역사에서 나타나는 공통점 중 하나는 후손을 잘 보살피는 생명체일수록 번성한다는 것이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살아가는 일은 어디서나 똑같다. 이런 헌신에 약간의 성의를 보이자는 5월이 다가와서 하는 말이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빛명상
있을 때 잘해
꽂은 피고 지면
또다시 피어나는데
이젠 영영 볼 수 없는
아부지, 엄마, 박신부님
그리고 바보 김수환 추기경님,
혜명스님, 수우씨도
그리움은 참꽃 되고
애절함은 소쩍새가 되어
있을 때 잘하라고
밤새도록 일깨운다.
출처 : 향기와 빛(VIIT)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P. 45
개울가 맹금쟁이
엊그제 내린 단비로 산청 본원 산사 뒤뜰 개울가에 맑은 물이 소리를 내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모처럼 들어보는 개울물 소리가 정겨워 그쪽으로 발길을 옮기는데 창동이와 윤정이, 종성이가 따라왔다. 얕은 물 위에 오랫동안 안 본 적이 없었던 ‘맹금쟁이’ 열댓 마리가 모여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같이 갔던 어른들도 그놈들이 얼마나 반갑고 정다운지 한동안 쳐다보고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논둑 언저리나 비온 후 팬 작은 웅덩이에서 그 놈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는데 어느 사이엔가 아무 곳에서나 잘 볼 수 없게 돼버렸다. 이젠 기억 속에 하나의 물벌레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맹금쟁이란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그놈이 신기하게 생겼는지 호기심에 부풀어 잠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그 놈들은 계속 쉼없이 물 위를 떠다니며 돌고 있는데 어지럽지도 않은가보다.
어린 시절 고모댁에 갔을 때 들었던 부친의 이야기가 생각나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다.
부친께서는 할머니가 오랫동안 병으로 누워 계셨는데 약 3년을 조석 문안이 아닌 무려 하루에 여섯 번씩이나 문안을 드렸다고 한다.
잠에서 깨면 큰댁으로 가서 기침인사를 드리고, 시장에 나가시면서 문안 올리고, 아침 드시기 전에 들러 조찬문안 올리고, 점심 식사 전에 그 사이 안부 물으시고, 저녁식사 문안과 잠들기 전에 편히 주무시라는 절을 올린 후에야 잠자리에 드렸다고 한다.
그것도 부족하여 하루는 할머니께서 어지럽다고 하시자 효성이 지극한 부친께서는 ‘맹금쟁이’를 잡아서 먹으면 어지럼증이 없어진다는 동네 어른들의 말을 듣고 한겨울에 그놈들을 잡으려고 얼어붙은 마을 논둑의 얼음을 깨면서 마을을 다 휘젓고 다니셨다고 한다. 그렇게 얼음 밑 볏집 사이에 붙어 겨울잠을 자던 놈들을 몇 마리 잡았다고 한다.
요즈음 우리들은 부모님께 하루 한 번은커녕 한 달에 한 번 전화로 문안드리는 것조차 어렵게 생각한다. 시간이 없어서도 아니고 또 거리가 멀어서도, 전화가 없어서도 아니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다 같은 부모요 자식이건만 무엇이 이토록 우리들의 삶과 인정을 각박하게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본다. 맹금쟁이가 잃어버린 효(孝)를 새삼스레 일깨워 준다.
내일 귀가 길에는 어머니께 문안부터 올려야겠다.
출처 : 빛(VIIT)의 책 3권
‘초광력超光力’ 빛(VIIT)으로 오는 우주의 힘
1999년 03월 08일 초판 1쇄 p. 239~241
홍시가 될 즈음이면
감꽃이 피어나서
감나무에 감이 붉게 물들어
홍시가 될 즈음
동에 아이들이 새총으로
홍시를 맞춘다.
떨어진 감은 하필이면
머리 위에 개똥위에 떨어진다.
한 번은 새총의 총알이 빗나가
장독대를 맞추었다.
간장이 쏟아져 내린다.
이놈 아야!
와서 감나무에 올라가서
묵고 싶은 대로 따 먹거라
장독 깨진 건 또 사면 되지만
몇 년 먹을 간장은
우짜면 좋노
그 시절의 울 엄마 모습이
감꽃 목걸이와
홍시에서 되살아난다.
울 엄마가 보고 싶다.
있을 때 잘해.
홍시가 될 즈음이면
출처 : 빛(VIIT)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2021년 1월 18일 초판 1쇄 P. 32-33
귀한 글 감사합니다.
부모님이 보고 싶습니다.
귀한 글 감사합니다
부모님의 희생과 자녀의 효에 대한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세월이 흘려 이 내용들이 머리 속에서 점점 흐려지는 시대가 되넜지만
이타심과 효는 우주마음의 근본적 가르침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귀한 빛 의 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가슴이 먹먹해 귀한 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_^
감사합니다.
있을 때 잘해ㆍ
함께 함이 소중한 것을 일깨워주시는
아름다운 시
마음에 새깁니다
감사합니다 ㆍ
감사합니다.
있을때 잘해 후회되지 않도록 주변을 둘러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학회장님의 글을 읽으니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있을 때 잘해... 함께 하는 소중한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올립니다.
빛의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