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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
1
적초령(積草嶺) - 두보(杜甫)
적초령에서
連峯積長陰(연봉적장음) : 잇단 봉우리에 긴 그늘 쌓이고
白日遞隱見(백일체은견) : 밝은 해는 숨었다가 다시 나타난다.
颼颼林響交(수수림향교) : 숲속엔 바람소리 어울려 들리고
慘慘石狀變(참참석장변) : 을씨년스럽게 돌 모양도 변한다.
山分積草嶺(산분적초령) : 적초령에서 산이 나누어지고
路異鳴水縣(노리명수현) : 명수현에선 길이 달라지는구나.
旅泊吾道窮(려박오도궁) : 나그네 같은 삶, 나의 길은 궁하고
衰年歲時倦(쇠년세시권) : 늙은 나이에 계절마저 겨울이로다.
卜居尙百里(복거상백리) : 내 사는 곳은 아직 백리 먼 길
休駕投諸彦(휴가투제언) : 수레 멈추고 선비들 집에 투숙한다.
邑有佳主人(읍유가주인) : 고을에는 좋은 주인이 있다 하니
情如已會面(정여이회면) : 마음은 이미 서로 만난 것 같아라.
來書語絶妙(내서어절묘) : 보내온 편지 받아보니, 그 말이 절묘하여
遠客驚深眷(원객경심권) : 먼 길 떠난 나그네가 깊은 배려에 놀란다.
食蕨不願餘(식궐부원여) : 고사리를 먹어도 더 이상 바랄 것 없으니
茅茨眼中見(모자안중견) : 초가집이 눈 안에 어른거리는구나.
2
추적(秋笛) - 두보(杜甫)
가을 피리
淸商欲盡奏(청상욕진주) : 맑은 소리 연주가 끝나려는데
奏苦血霑衣(주고혈점의) : 연주의 고통에 피가 옷을 적신다네.
他日傷心極(타일상심극) : 지금까지 마음 상함이 심하리니
征人白骨歸(정인백골귀) : 원정 떠난 장정들은 백골 되어 돌아왔네.
相逢恐恨過(상봉공한과) : 서로 만나 한스럽게 지나칠까 두려워
故作發聲微(고작발성미) : 시작하는 소리를 작게도 만들었구나.
不見秋雲動(불현추운동) : 가을구름의 움직임 보이지 않는데
悲風稍稍飛(비풍초초비) : 서글픈 바람에 조금 씩 조금씩 날아오른다.
3
모추장귀진(暮秋將歸秦)/모추장귀진유별호남막부친우(暮秋將歸秦留別湖南幕府親友) - 두보(杜甫)
저무는 가을 진으로 돌아가며(저무는 가을에 진으로 돌아가고자 하여 호남의 막부 친구들과 이별하다)
水闊蒼梧野(수활창오야) : 강물 넓고 짙푸른 차오의 들판
天高白帝秋(천고백제추) : 백제의 하늘은 하늘이 높기도 하다.
途窮那免哭(도궁나면곡) : 길이 궁벽하니 어찌 통곡 하지 않겠으며
身老不禁愁(신노부금수) : 몸마저 늙어서 시름을 참기 어렵도다.
大府才能會(대부재능회) : 호남은 큰 고을이라 재주꾼 모여드니
諸公德業優(제공덕업우) : 그대들 모두가 덕업이 우수한 분들이도다.
北歸衝雨雪(배귀충우설) : 비와 눈을 무릅쓰고 북으로 돌아가니
誰憫敝貂裘(수민폐초구) : 누가 초라한 가죽옷을 불쌍히 여기리오.
4
만모(晩暮) - 두보(杜甫)
해질 무렵
耒陽馳尺素(뇌양치척소) : 뇌양 현령 섭씨 편지 보내와
見訪荒江渺(견방황강묘) : 거친 강물 아득한 곳을 찾아왔다.
義士烈女家(의사렬녀가) : 그대는 의사(義士)와 열녀의 집안
風流吾賢紹(풍류오현소) : 풍류를 내 어진 친구 그대이었소.
昨見狄相孫(작견적상손) : 어제는 적상공의 손자를 보았는데
許公人倫表(허공인륜표) : 공을 인륜의 사표라고 인정하였소.
前朝翰林後(전조한림후) : 전 왕조의 한림학자 자손인데
屈跡縣邑小(굴적현읍소) : 이 작은 고을에 몸을 굽히고 있소
知我礙湍濤(지아애단도) : 내가 큰 물살에 시달림을 알면서도
半旬獲浩溔(반순획호요) : 닷새 동안이나 홍수를 만났다오.
孤舟增鬱鬱(고주증울울) : 외로운 배에서 답답함은 더해가고
僻路殊悄悄(벽노수초초) : 궁벽한 길에서는 특별히 초초했다오.
側驚猿猱捷(측경원노첩) : 곁의 원수이들 날래게 돌아다니고
仰羨鸛鶴矯(앙선관학교) : 황새들이 높이 날아감을 선망 했었다오.
禮過宰肥羊(례과재비양) : 예우가 살찐 양을 대접하는 것보다 더했고
愁當置淸醥(수당치청표) : 근심을 당하여도 맑은 술을 차려주었소.
麾下殺元戎(휘하살원융) : 휘하에서는 장수를 죽이고
湖邊有飛旐(호변유비조) : 호숫가에는 죽은 최관의 명정이 날린다오.
方行郴岸靜(방항침안정) : 바야흐로 침주의 땅이 안전하여 가려하니
未話長沙擾(미화장사요) : 장사지방의 소란함은 말하지 않겠소.
人非西諭蜀(인비서유촉) : 서쪽으로 초나라 회유하지 못할 사람이니
興在北坑趙(흥재배갱조) : 생각에 북쪽 조를 구덩이에 넣어 있게 하오.
崔師乞已至(최사걸이지) : 최시어가 청한 구원군은 이미 와있고
澧卒用矜少(례졸용긍소) : 풍주의 병졸은 적지만 자랑할 만 하오.
問罪消息眞(문죄소식진) : 반군의 죄를 묻는 소식은 진실이니
開顔憩亭沼(개안게정소) : 얼굴 주름을 펴고 역마을 늪에서 쉬고 있소.
* 驛마을(亭마을) : 양강도 혜산시 검산동 소재지의 서쪽에 있는 마을.
5
한식(寒食) - 두보(杜甫)
한식
寒食江村路(한식강촌로) : 한식날 강마을 길에는
風花高下飛(풍화고하비) : 바람에 꽃이 위로 아래로 흩날리네.
汀煙輕冉冉(정연경염염) : 물가의 안개 가벼워 느리게 움직이고
竹日靜暉暉(죽일정휘휘) : 대나무 숲의 햇살은 맑고 빛나네.
田父要皆去(전부요개거) : 농부가 초대하여 모두 갔는데
鄰家鬧不違(인가료불위) : 이웃이 주는 선물을 거절치 못하네.
地偏相識盡(지편상식진) : 외진 시골이라 모두 서로 알고 지내기에
雞犬亦忘歸(계견역망귀) : 닭과 개들도 돌아가는 걸 잊고 있다네.
* 寒食(한식) : 절기명으로, 《荊楚歲時記(형초세시기)》에 “동지로부터 105일째인데, 이때는 바람이 거세고 비가 와서 한식이라고 한다.”라고 되어 있다. 또한 불에 타 죽은 진(晉)나라 개자추(介子推)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 불을 피우지 않고 찬 음식을 먹은 데서 유래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 汀煙(정연) : 물가의 안개.
* 冉冉(염염) : 천천히 움직이는 모양. 한들거리는 모양. 冉은 나아갈 ‘염’
* 暉暉(휘휘) : 빛나다. 밝다.
* 田父要皆去(전부요개거) : 농부가 초대하여 모두 가다. 要는 초대하다.
* 鬧不違(료불위) : 선물을 거절하지 못하다. 鬧(료,요)는 問으로 되어 있는 판본도 있으며 선물하다는 뜻으로 보았다. 한식날이라 음식을 서로 주고받는 풍습으로 보인다.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당(唐) 숙종(肅宗) 상원(上元) 2년(761) 봄 두보의 나이 50세 때 성도(成都) 완화계(浣花渓)의 초당(草堂)에서 지은 시이다. 완화계로 돌아온 지 1년 되던 해 한식이 되어 봄날의 농촌 풍경을 묘사하고 완화계에서 이웃 간 정다운 모습을 읊은 시이다.
6
소한식주중작(小寒食舟中作) - 두보(杜甫)
소 한식날 배 안에서 짓다
佳辰强飮食猶寒(가진강음식유한) : 명절이라 억지로 먹으니 음식이 차고
隱几蕭條戴鶡冠(은궤소조대할관) : 할관(鶡冠) 쓰고 쓸쓸히 안석(案席)에 기대있네.
春水船如天上坐(춘수선여천상좌) : 봄 강물위의 배는 하늘 위에 앉은 듯한데
老年花似霧中看(노년화사무중간) : 늙은이 눈에는 꽃이 안개 속에 보이는 듯하다.
娟娟戲蝶過閒幔(연연희접과한만) : 곱게도 노는 나비 한적한 휘장을 지나가고
片片輕鷗下急湍(편편경구하급단) : 여기저기 무리지은 갈매기들 급한 여울 내려간다.
雲白山靑萬餘里(운백산청만여리) : 청산에는 흰 구름 만 여리나 멀리 떠가니
愁看直北是長安(수간직배시장안) : 수심 젖어 북쪽 바라보니 그곳이 장안이로다.
* 小寒食(소한식): 한식 다음 날이며 한식 전후 3일간은 불을 사용하여 음식을 만드는 것을 금지하여 찬 음식을 먹는다.
* 寒食(한식): 《荊楚歲時記(형초세시기)》에 “동지로부터 105일째인데, 이때는 바람이 거세고 비가 와서 한식이라고 한다.”라고 되어 있다. 또 불에 타 죽은 진(晉)나라 개자추(介子推)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 불을 피우지 않고 찬 음식을 먹은 데서 유래한 것이라고도 한다.
* 佳辰(가신) : 좋은 날. 길일. 여기서는 소한식을 말한다.
* 強飯(강반) : 무리하여 먹다
* 隱几(은궤) : 사방침(四方枕); 궤상(几床). 배 안에서 몸을 기대는 방석.
* 蕭條(소조) : 적막하고 쓸쓸하다.
* 鶡冠(갈관·할관): 鶡(할)은 꿩처럼 생긴 산새의 일종으로 그 꼬리 깃을 관(冠)의 양쪽에꽂아 장식한 것이다. 은사(隱士)가 쓰는 관. 호분우림지사(虎賁羽林之士)의 관.
* 老年花似霧中看(노년화사무중간) : 늙어서 눈이 침침하여 물가의 꽃이 안개 속에 있는 것 같다는 뜻이다.
* 娟娟(연연) : 빛이 산뜻하게 아름답고 고움. 나비가 나풀거리다.
* 幔(만): 휘장. 장막, 배 안의 장막
* 片片(편편) : 조각조각. 점점이
* 急湍(급단) : 물결이 빠르게 흐르는 여울. 물살이 센 여울
숙종의 미움을 사 파직당한 두보는 중앙 정부에서 벼슬하리라는 희망을 끝내 놓을 수 없었기에, 768년에 협곡을 빠져 나가 강릉(江陵)을 거쳐 악양(岳陽)에 이르렀다. 이후 그의 생활은 주로 선상에서 이루어졌고 건강이 악화되고 경제적으로 궁핍한 가운데, 악양과 담주(潭州)사이를 전전하다 뱃길에서 770년 58세로 일생을 마쳤다.
7
증고식안(贈高式顔) - 두보(杜甫)
고식안에게 주다
惜別是何處(석별시하처) : 우리가 석별한 곳이 어디였던가?
相逢皆老夫(상봉개로부) : 서로 만나니 다 늙은이로세
故人還寂寞(고인환적막) : 친구들은 아직도 적막하고
削迹共艱虞(삭적공간우) : 고생하는 것까지 꼭 같네 그려
自失論文友(자실론문우) : 문학을 논하던 친구 헤어지고
空知賣酒壚(공지매주로) : 술사서 권하던 주막 공연히 생각나네.
平生飛動意(평생비동의) : 평생을 바삐 떠도는 마음
見爾不能無(견이불능무) : 그대를 보니 없앨 수가 없네그려.
* 削迹(삭적) : 수레의 바퀴자국을 없애버리는 것을 가리킨다. 임용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 艱虞(간우) : 간난(艱難)과 우환(憂患), 즉 고생과 근심 또는 그러한 때를 가리킨다. 두보(杜甫)는 「北征」이란 시에서 ‘維時遭艱虞, 朝野少暇日(어렵고 근심스러운 때를 만나서 / 조정이 안팎으로 한가한 날 없구나)’이라고 읊었다.
* 論文(논문) : 문인 또는 문장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가리킨다. ‘論文友’는 당시 회남절도사(淮南節度使)로 있다가 태자첨사(太子詹事)로 좌천된 고적(高適), 즉 고식안의 숙부를 가리킨다. 두보는 한 해 뒤에 진주(秦州)에서 쓴 「遣懷」란 시에서도 ‘昔與高李輩, 論文入酒壚(지난날 고적과 이백 같은 친구들 / 시를 논하며 술집에서 함께 술을 마셨네)’라고 하면서 고적(高適)이 함께 있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다.
* 賣酒壚(매주로) : 《세설신어世說新語ㆍ상서傷逝》에서
‘王濬冲經黃公酒壚下過, 顧謂後車客, 吾昔與嵇叔夜, 阮嗣宗共酣飮於此壚. 竹林之游, 亦預其末. 自嵇生夭, 阮公亡以來, 便爲時所羈紲. 今日視此雖近, 邈若山河
(왕준충-왕융王戎-이 황공주로를 지나가다가 뒤에 수레를 타고 오는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지난날 혜강, 완적 등과 함께 이 술집에서 술을 마셨고, 죽림 속에서 놀 때도 말석에 끼어 즐거움을 함께 나눴다. 혜강이 일찍 죽고 완적도 세상을 떠난 뒤로 나는 세상일에 묶여 지냈다. 오늘 이곳을 보니 거리는 가까우나 산과 강이 가로놓인 듯 아득하기만 하다.”).’라고 했다. 이후 시문에서는 ‘黃公酒壚’를 벗들이 모여 술을 마시는 곳을 뜻하는 말로 쓰기 시작했다.
* 飛動(비동) : 분발하다. 진작하다. 고무하다. 생동감 있게 흩날리다.
이 시는 건원乾元 원년(758) 6월, 두보가 화주사공참군華州司功參軍으로 좌천되어 가던 도중에 쓴 것이다. 고적(高適)의 조카이자 그 자신도 시인이었던 고식안(高式顔)은 안사의 난(安史之亂) 초기 반군들에게 두보와 함께 포로로 연금되어 있을 때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다.
두보는 화주에서 벼슬을 내려놓고 진주秦州로 떠나기까지 자신의 대표적인 영사시詠史詩라 할 수 있는 <三吏와 三別>을 포함한 30여 수의 시를 남겼다.
8
추수고고촉주인일견기(追酬故高蜀州人日見寄) - 두보(杜甫)
죽은 고촉주의 인일견고를 추모하여 수창하다
其1.
開文書帙中(개문서질중) : 문갑을 열고
檢所遺忘(검소유망) : 잊었던 글을 뒤적여
因得故高常侍(인득고고상시) : 죽은 고상시의 것을 얻었다.
人日相憶見寄詩(인일상억견기시) : 인일에 그리워 보내온 시를 보니
淚灑行間(누쇄항간) : 눈물이 시 행간에 뿌려진다.
讀終篇末(독종편말) : 편의 끝가지 다 읽었다.
自枉詩(자왕시) : 시를 보내 온지
已十餘年(이십여년) : 이미 십년이 지났다.
莫記存沒(막기존몰) : 존몰의 연대를 기록하지 않은 채로
又六七年矣(우륙칠년의) : 또 육칠년이 되었다.
老病懷舊(노병회구) : 늙고 병들어 옛날을 생각하니
生意可知(생의가지) : 삶의 뜻을 짐작할 수 있다.
今海內(금해내) : 이제 세상에서
忘形故人(망형고인) : 몸을 잊을 정도로 친한 친구는
獨漢中王瑀(독한중왕우) : 오직 한중왕 이우
與昭州敬使(여소주경사) : 그리고 소주의 군수인
君超先在(군초선재) : 경초선만 있을 뿐이다.
愛而不見(애이불견) : 좋아하기는 하지만 볼 수가 없어
情見乎辭(정견호사) : 그리워하는 정을 글에 나타내었다.
大曆五年(대력오년) : 대력 5년
正月二十一日(정월이십일일) : 1월 21일에
卻追酬高公(각추수고공) : 돌이켜 고적의 작품에 따라 글을 지어
因寄王及敬弟(인기왕급경제) : 인하여 한중왕과 초선에게 보낸다.
其2.
自蒙蜀州人日作(자몽촉주인일작) : 촉주자사 고적의 시를 인일에 내가 받고
不意淸詩久零落(불의청시구령락) : 청신한 시가 오래 알려지지 않았음을 몰랐도다.
今晨散帙眼忽開(금신산질안홀개) : 오늘 새벽 서랍을 들추다가 눈에 번쩍 띄어
迸淚幽吟事如昨(병루유음사여작) : 눈물을 머금으며 그윽이 읊어보니 어제일 같아라.
嗚呼壯士多慷慨(오호장사다강개) : 아, 장사는 의분이 많은 법이라
合沓高名動寥廓(합답고명동요곽) : 높은 이름 맞추어서 온 세상에 떨치었도다.
嘆我悽悽求友篇(탄아처처구우편) : 내가 처량하구나, 친구 시를 이제야 찾는다니
感時鬱鬱匡君略(감시울울광군략) : 시대를 생각하니 답답하도다. 임금을 바로잡을 책락이여
錦里春光空爛熳(금리춘광공란만) : 금리의 봄 경치는 찬란하고
瑤墀侍臣已冥寞(요지시신이명막) : 대궐에서 임금 모시던 신하인 그대는 이미 죽어 적막하고
瀟湘水國旁黿鼉(소상수국방원타) : 소상강은 물의고장, 악어 떼가 득실거리는데
鄠杜秋天失鵰鶚(호두추천실조악) : 두릉의 가을 독수리, 그대는 어디 갔소.
東西南北更堪論(동서남북갱감론) : 동서남북 떠돌아도 다시 누구와 의논하며
白首扁舟病獨存(백수편주병독존) : 조각배에 머리 센 늙은이 병만이 남은 신세로다.
遙拱北辰纏寇盜(요공북진전구도) : 멀리 서울에는 침입한 도적이 득실거리니
欲傾東海洗乾坤(욕경동해세건곤) : 동해의 물을 기울여 천하를 맑게 씻고 싶도다.
邊塞西蕃最充斥(변새서번최충척) : 변방의 오랑캐 토번이 가장 날뛰는지라
衣冠南渡多崩奔(의관남도다붕분) : 선비네는 남으로 피난한 자가 많았도다.
鼓瑟至今悲帝子(고슬지금비제자) : 거문고 타면서 지금은 황제의 자식을 슬퍼하여
曳裾何處覓王門(예거하처멱왕문) : 옷자락 끌고 어느 곳에서 왕문을 찾는단 말인가?
文章曹植波瀾闊(문장조식파란활) : 한중왕 문장은 위나라 조식처럼 물결 이는 것 같고
服食劉安德業尊(복식류안덕업존) : 선약을 먹어 한나라 우안처럼 덕성도 훌륭하도다.
長笛誰能亂愁思(장적수능란수사) : 긴 피리소리에 누가 어지러이 시름을 자아내나
昭州詞翰與招魂(소주사한여초혼) : 소주의 태수여, 글로 고적의 혼을 불러주려무나
* 人日(인일) : 사람의 날 곧 음력 정월 초이렛날(음력 1월 7일). 영신(靈辰).
이 날 문사(文士)들은 명일(名日)처럼 시를 주고받았음.
동방삭 점서(東方朔占書)에 ‘정월 초하루를 닭[계鷄]의 날, 이틀을 개[구狗]의 날, 사흘을 돼지[시豕]의 날, 나흘을 양(羊)의 날, 닷새를 소[우牛]의 날, 엿새를 말[마馬]의 날, 이레를 사람[인人]의 날, 여드레를 곡식[곡穀]의 날이라 하는 바, 그 날이 맑으면 생육(生育)에 좋고 흐리면 재앙(災殃)이 든다.’ 했음.
乙丙朝天錄의 人日(인일)
人日晴明占是祥(인일청명점시상) : 인일의 날씨 맑음 이 해 상서 점괘이니
家家釀酒賞年光(가가양주상년광) : 집집이 술을 빚어 풍년을 즐기네.
題詩欲寄杜陵老(제시욕기두릉노) : 시를 지어 당의 시성 두소릉에 보내곺네.
滿樹梅花空斷腸(만수매화공단장) : 일만 그루 매화만이 남의 애를 끊고 있네.
* 蜀州詩는 人日에 벗에게 보내는 시를 말한다.
* 蜀州(촉주)는 당나라 때 촉주자사(蜀州刺史)를 지낸 高適을 가리킨다.
9
인일기두이습유(人日寄杜二拾遺) - 고적(高適)
인일에 습유 두보에게 부치며
人日題詩寄草堂(인일제시기초당) : 인일이라 시를 써 초당에 부치며
遙憐故人思故鄕(요련고인사고향) : 고향 그리워하는 친구를 멀리 가련해하노라.
柳條弄色不忍見(유조롱색불인견) : 버들가지 빛을 희롱하니 차마 볼 수 없고
梅花滿枝空斷腸(매화만지공단장) : 매화는 가지마다 만발하여 공연히 애만 태우네.
身在南蕃無所預(신재남피무소예) : 몸은 남쪽 고을에 있어 소관은 아니나
心懷百憂復千慮(심회백우부천려) : 마음은 백가지 근심에 다시 천 가지 생각을 더하네.
今年人日空相憶(금년인일공상억) : 금년 인일엔 이렇게 쓸쓸히 서로를 추억하지만
明年人日知何處(명년인일지하처) : 내년 인일에는 가 있을 곳을 어찌 알까?
一臥東山三十春(일와동산삼십춘) : 한 번 동산에 누워 삼십년을 보내니
豈知書劒老風塵(기지서검로풍진) : 어찌 글 읽고 검술 한 선비 풍진 속에 노인이 될 줄이야
龍鍾還忝二千石(용종환첨이천석) : 노쇠한 이 몸 이천석의 녹을 받으니
愧爾東西南北人(괴이동서남북인) : 떠도는 자네에게 부끄럽다네.
고적(高適)이 촉주자사로 있을 때 杜甫에게 인일기두이습유(人日寄杜二拾遺)라는 시를 지어 보냈는데 그 시에 “인일에 시를 써서 초당에 부치어, 고향 그리워하는 친구를 멀리 가련해하노라<人日題詩寄草堂 遙撛故人思故鄕>“ 라고 하였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대력(大曆) 5년(770) 1월에 杜甫가 문자를 모아둔 보따리를 정리하다가 고적이 보내준 시를 발견하고는, 눈물을 흘리며 소급하녀 수답시(酬答詩)인 추수고고촉주인일견기(追酬故高蜀州人日見寄)를 지은 일이 있다.
10
잠곡행(蠶穀行) - 두보(杜甫)
누에와 곡식의 노래
天下郡國向萬城(천하군국향만성) : 나라 안에 고을이 헤아릴 수 없이 많고
無有一城無甲兵(무유일성무갑병) : 고을마다 갑옷과 무기가 없는 곳이 없는데
焉得鑄甲作農器(언득주갑작농기) : 어째서 무기를 녹여 농기구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가?
一寸荒田牛得耕(일촌황전우득경) : 그렇게 하면 한 뙈기 땅도 놀리는 일 없고
牛盡耕(우진경) : 소들도 모두 밭갈이에 쓸 수 있으며
蠶亦成(잠역성) : 뽕과 누에를 키울 수도 있을 것인데
不勞烈士淚滂沱(불로열사누방타) : 그뿐인가 싸움에 나갔던 이들이 술 마시고 울 일도 없고
南穀女絲行復歌(남곡여사행부가) : 남녀가 함께 밭 갈고 베 짜며 노래를 부를 수도 있을 것인데!
* 郡國(군국) : 군과 나라의 병칭. 한漢나라 초기에는 군은 중앙에 직속되고, 나라는 여러 제후들에게 분봉하는 봉건제와 군현제가 병행되었다. 여기서는 지방행정구역의 의미로 새겨 읽었다. ‘向’은 ‘~에 가깝다(= 差不多)’는 뜻으로 읽었다.
* 甲兵(갑병) : 갑옷과 병장기를 가리킨다.
* 盡(진) : ‘得’으로 쓴 자료도 있다.
* 烈士(열사) : 여기서는 ‘戰士’의 뜻으로 새겨 읽었다.
* 滂沱(방타) : 비가 많이 내리는 모습을 가리킨다. ‘沱’는 ‘沲’와 같다. 《시경詩經ㆍ진풍陳風ㆍ택피澤陂》에서 ‘寤寐無爲, 涕泗滂沱(자나깨나 하염없이 / 눈물콧물만 흘리누나)’라고 했다.
* 男穀女絲(남곡여사): 남자는 밭을 갈고 여자는 베를 짜는 것을 가리킨다.
* 行復歌(행부가) : 길을 가면서 노래를 부르다.
11
원유(遠遊) - 두보(杜甫)
멀리 가서 놀다
江闊浮高棟(강활부고동) : 강이 넓어 높은 용마루 그림자 물에 뜨고
雲長出斷山(운장출단산) : 구름이 길어지니 허리 잘린 산이 드러난다.
塵沙連越嶲(진사련월수) : 티끌과 모래바람은 월수 땅에 이어지고
風雨暗荊蠻(풍우암형만) : 바람 불고 비가 내려 형만 땅이 어득하다.
雁矯銜蘆內(안교함노내) : 갈대를 물고 나는 기러기 조심스럽게 날고
猿啼失木間(원제실목간) : 나무 잃은 원숭이들 애절하게 우는구나.
敝裘蘇季子(폐구소계자) : 헐어진 가죽옷 입은 소진 같은 사람
歷國未知還(력국미지환) : 여러 지방 다니면서 돌아올 줄을 모른다.
12
발담주(發潭州) - 두보(杜甫)
담주를 떠나며
夜醉長沙酒(야취장사주) : 밤에 장사의 술에 취하고
曉行湘水春(효항상수춘) : 새벽에 봄날이 화사한 상수로 간다.
岸花飛送客(안화비송객) : 언덕의 꽃잎도 날아 나그네를 보내고
檣燕語留人(장연어류인) : 돛대의 제비는 나를 가지 말라 말한다.
賈傅才未有(가부재미유) : 가부(賈傅)의 재주는 흔하지 않고
褚公書絶倫(저공서절륜) : 저수량의 글씨는 뛰어나도다.
名高前後事(명고전후사) : 명성이 높으니 앞뒤의 일들을
回首一傷神(회수일상신) : 돌이켜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아프다.
* 潭州(담주) : 지명. 수대隋代부터 명대明代까지 유지된 장사長沙의 옛 명칭.
* 曉行(효행) : 새벽녘에 길을 나서다(재촉하다).
* 湘水(상수) : 강 이름(= 상강湘江). 노신魯迅은 「상령가湘靈歌」에서 ‘昔聞湘水碧如染, 今聞湘水胭脂痕(옛날에는 상강의 물 푸른 비단 같다 들었는데 / 오늘날 상강의 물 붉게 물들었다 하네).’이라고 읊었다.
* 檣燕(장연) : 배의 돛 위에 앉은 제비를 가리킨다.
* 賈傅(가부) : 한(漢)나라 때 장사왕태부(長沙王太傅)를 지낸 가의賈誼를 가리킨다.
* 褚公(저공) : 당조(唐朝) 때의 서법가 저수량(楮遂良)을 가리킨다.
* 絶倫(절륜) : 비할 바 없이 뛰어나다.
13
효발공안(曉發公安) - 두보(杜甫)
새벽에 공안을 떠나며
北城擊柝復欲罷(배성격탁복욕파) : 북성 순라군(巡邏軍) 딱딱이 소리 다시 잦아들고
東方明星亦不遲(동방명성역부지) : 동쪽 하늘에 샛별도 머지않아 곧 지리라
鄰雞野哭如昨日(인계야곡여작일) : 이웃 닭 들판에서 우는 소리 어제와 같은데
物色生態能幾時(물색생태능기시) : 만물의 물색과 생태는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舟楫眇然自此去(주즙묘연자차거) : 배 타고 아득히 이곳을 떠나가
江湖遠適無前期(강호원적무전기) : 강호로 멀리 가서 앞날의 기약이 없도다.
出門轉眄已陳跡(출문전면이진적) : 문을 나와 돌아보니 이미 옛 자취 없고
藥餌扶吾隨所之(약이부오수소지) : 약물로 살아가는 나 가는대로 가보자구나.
14
이거공안산관(移居公安山館) - 두보(杜甫)
공안산관으로 옮겨 살다
南國晝多霧(남국주다무) : 남쪽 고장에는 낮에도 안개가 자욱하고
北風可正寒(배풍가정한) : 북풍은 가히 이제 막 모질고 차가워진다.
路危行木杪(노위항목초) : 길은 가팔라서 나무 끝을 걸어가는 듯
身逈宿雲端(신형숙운단) : 몸은 멀리 하늘 끝에서 묵는구나.
山鬼吹燈滅(산귀취등멸) : 산의 귀신 등불을 불어 끄고
廚人語夜闌(주인어야란) : 부엌에는 사람의 말소리 밤늦도록 들린다.
雞鳴問前館(계명문전관) : 닭이 울어 앞의 역사를 묻는 것은
世亂敢求安(세난감구안) : 세상이 어지러운데 감히 편안함을 구하리오.
15
항차고성점범강작(行次古城店汎江作) - 두보(杜甫)
고성점 범강에 행차하여 짓다
老年常道路(노년상도노) : 노년에 항상 길에서 헤매는 신세
遲日復山川(지일복산천) : 낮은 길어지는데 다시 산천을 떠돈다.
白屋花開裏(백옥화개리) : 꽃 활짝 핀 곳에 초라한 초가집
孤城麥秀邊(고성맥수변) : 보리 팬 곳에 외로운 성만 서있구나.
濟江元自闊(제강원자활) : 건너 편 강은 원래부터 넓은데
下水不勞牽(하수부노견) : 내려가는 강물에 끄는 수고 필요 없도다.
風蝶勤依槳(풍접근의장) : 바람에 나는 나비 부지런히 상앗대(삿대)에 붙고
春鷗懶避船(춘구나피선) : 봄 갈매기는 권태로워 배를 피해가는구나
王門高德業(왕문고덕업) : 양성군왕 위백업의 문은 덕이 높아
幕府盛才賢(막부성재현) : 그 막부에는 어진이가 무수히 많았다.
行色兼多病(항색겸다병) : 떠나는 행색 쓸쓸하고 병도 많으니
蒼茫汎愛前(창망범애전) : 널리 자선하는 앞에 서니 정신이 창망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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