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8개월째가 되었습니다.
30평 아담한 가게를 얻고
인테리어는 어떻게 할까?
그릇은 어떤걸 쓸까?
어떻게 하면 이곳에서 재미난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나름대로 연구하다 탄생한 곳이 지금의 콩지 팥찌입니다.
손님들이 오셔서 멋있다고 탄성하시고
맛있다고 고마워 하시고
테이블밑에 깔아둔 무릎담요에
겨울 추위를 녹이며 향수에 젖어
시간 가는 줄 모르시고 옛이야기를 나누실때
전 음식을 만들며 고맙고 또 감사했습니다.
그동안 5개월 함께 일했던 언니를 보냈습니다.
한동안 생각이 날것이고 가게를 위해 고생많이 하셨는데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이 언니 없는 3일째..
괜히 마음이 우울하고 다운돼 있나 봅니다.
전 늘 사람들에게 마음을 주면 몸땅 주는 습관이 있답니다.
계산 못하고 머리 쓰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마음을 다 주곤 하다가 가끔 큰 상처를 입고 아파하기도 합니다.
어제도 일당 언니는 오셨는데 하루종일 손님이 별로 없으셨어요.
문인화를 시작해서 난을 치기도 하고
피아노를 치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다가 저녁일찍 일당 아주머니는 보내드리고
혼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대학교수님들 5분이 들어 오셨습니다.
회식끝나고 2차로 오신셈이죠.
우선 마른안주를 드리고 낚지소면을 준비해 드렸는데
교수님 한분께서 피아노치며 노래해달라고 하시지 뭡니까?
노래를 아주 좋아하시는 선생님이 계셨고
피아노 앞에 앉아서 동무생각을 연주하는데 교수님께서 노래를 하시더라구요.
정말 깜짝 놀랬습니다..테너처럼 노래를 잘하셔서
저도 따라 불렀습니다.
1.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청라언덕위에 백합필적에
나는 흰나리꽃 향기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으 내맘에 백합같은 내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적에 모든슬픔이 사라진다.
2.더운백사장에 밀려들오는 저녁조수위에 흰새필적에
나는 멀리산천 바라보면서 너를위해 노래 노래부른다.
3.서릿바람부는 낙엽동산속 꽃진연당에서 금새뛸적에
나는 깊이 물속 굽어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부른다.
4.소리없이 오는 눈발사이로 밤의 장안에서 가등빛날때
나는 높이 성국 쳐다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부른다.
생각해 보십시오.
저녁 10시 넘은 시간에 가게가 떠나갈듯이
다섯분 모두 노래를 부르시는데 전 너무나 큰 감동이 왔답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이곳에서 옛생각이 나고 옛동무가 생각나서
웃으며 이야기하며 노래하며
이런곳을 만들고 싶었던 제 마음이 어제 이루어 졌지요.
가고파도 부르고 노사연의 만남도 부르고
한쪽에선 교수님께서 난 한촉 그려서 선물로 주셨습니다.
또 한 교수님은 산사베리아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마음을 나누고 계셨습니다.
하여 심을려고 준비해 놓은 나팔꽃씨를 나누어 드렸지요.
열시 반이 넘어 퇴근하는 발걸음이 너무 가벼웠습니다.
피아노를 가져다 놓은 후
연인이 오셔서 여친은 앉아 있고 오리백숙 주문한후 한시간 동안 여친을 위해
연주해 주던 멋진 청년도 있었답니다.
어느 날 저녁
문을 닫지 말아달라고 전화주신후
닭 백숙 주문후
50송이 하트모양장미꽃 상자를 들고 오셔서 사랑을 얘기하시던
멋진 신사도 계셨고
팥죽 한그릇에 최고의 음식이었다고 찬사를 보내주시던
흰머리 지긋한 어르신도 계셨고
인원은 많은데 형편이 여의치 않으셔서
주문을 적게 하셨던 손님께는
계산후 가실때 미리 죽 서너그릇 끊여 놓았다가 드렸더니 감동하시던
손님도 계셨고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답니다.
봄비 오는 날..
주말을 위해 준비하면서
오늘 잠깐의 휴식을 취하며
잃어 버리지 않기 위하여
기억들을 잠시 적어 봅니다.
봄비 그치면 곧 개나리 진달래 피는 아름다운 꽃동산이 펼져지겠죠?
어제는 최선을 다한 오늘이었고
내일 또한 최선을 다한 오늘이겠죠.
삶은 참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