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블 시절 진주애비라면 엠블에서 모르는 분들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분이 계십니다. 지금은 '다음'에서 풍류대장으로 블로그를 하고 계십니다. 풍류대장님은 논현동에서 '부케도르'라는 제과점을 하고 계십니다. 서울 갈때마다 한번 뵈야지 뵈야지 하면서 걍 부산으로 내려오곤 했는데 이번에 키다리아찌가 강남쪽에 볼일이 있어 따라 갔다가 거리도 가까운지라 풍류대장님이 계시는 논현동으로 갔습니다. 부케도르의 약도를 잘못 이해하여 1시간 30분여를 도산거리 일대를 방황하다 결국 114를 통해 부케도르에 전화하여 겨우 찾아갔답니다. 부케도르에 도착하니 풍류대장님은 안계시고 형수님이 맞아주셨습니다. 빵을 몇개 고른 후 풍류대장님 어디 가셨냐고 여쭙으니 놀라시며 인터넷 보고 오셨냐고 되물으십니다. 부산에서 호야 뭐하노로 블로그 하고 있다니 엄청나게 반겨주시더군요. 너무나 반겨 주셔서 감사한 마음 고마운 마음에 부끄럽기까지 했다죠..ㅎㅎㅎ 풍류대장님 모임에 가셨다며 전화하시려는걸 말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유진이와 효주 안부를 묻고 형수님이 챙겨주신 정이 가득한 빵을 한껏 들고 부케도르를 나섰습니다.
아~~ 저녁 시간은 훨씬 지나고 키다리아찌와 저는 배고파 형수님이 챙겨주신 빵을 먹으며 정처 없이 걸으며 풍류대장님과 저녁식사라도 같이 할까 했던 계획이 무산되니 저도 낮선 도산거리에서 어찌할바를 모르겠더이다. 대로에는 저희가 갈만한 곳은 없고 골목으로 들어가 또다시 한참을 걸은 후 아스라이 눈에 뛰인 집이 있었습니다. 골목 안쪽에 있는 작은마한 설렁탕 집인데 들어 갈까 말까 망설이다 고민하면 술 고파진다는 생각에 걍 들어가 봅니다.
막 마지막 손님이 나가고 주인아주머니 혼자서 테이블을 치우고 계시더군요. 메뉴판을 보니 강남 시내의 소고기가격 치고는 무지하게 싸길래 별 기대없이 식사겸 소주도 한잔 할려고 수육을 주문하였습니다.
요렇게 한상 차려주십니다.
따뜻하고 진한 사골국물도 내어주시구요.
스지(도가니) 반 고기 반이 담아져 나옵니다.
별 생각없이 입에 넣었던 괴기 한점.. 씹을려고 이빨을 부딛히니.. 어라~ 입안에 고기가 없네요. '내가 안 넣었나??'
이번엔 스지를 한점 넣어 봅니다. 소주 한잔에 느긋하게 씹는 재미를 느껴 보려는데.. 어라~ 또 없네요~ 번뜩!!! 정신이 들더이다. 허겁지겁 먹어보아도 제가 먹어 본 수육 중 단연 으뜸이었습니다. 설거지 하고 계신 주인아주머니께 바로 들이대 봅니다. "어머니 스지 어떻게 삶으셨길래 이래 입안에서 녹아버리예?????" 어머니 저를 한번 보시더니 살짝 미소 지으시며 "똑같지 삶지 뭐.." 그러시며 설거지에 열중하시더군요. 비법이 있구나란 직감이 팍팍 오더군요. 비법은 물어 보는게 아니니 이내 단념하고 키다리 아찌와 이후 계획을 의논하며 이리저리 한잔하고 있으니 어머니 아드님이 퇴근한듯 양복을 입고 가게로 들어서며 어머니께 인사합니다. 그리곤 넥타이를 풀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드니 바로 어머니와 함께 가게 정리를 합니다. 설거지도 거들고 그릇도 정리하고 청소도 하고 저와 연배가 비슷해 보이던데 웬지 제가 부끄러워 지더군요..크~ 어머니께서 뒷정리는 아드님에게 맡기고 저희들 옆테이블에 앉아서 함께 이야기 꽃을 피워 나갑니다.
수육이 거의 비워질쯤 키다리아찌가 밥먹자고 하여 나눠 먹을 겸 특설렁탕 한그릇 추가했습니다.
안주겸 해서 먹으라며 어머니께서 고기를 듬뿍 넣어 주시네요..^0^
고기는 덜어서 저의 안주로..
한잔한잔 기울이며 어머니 얘기를 듣습니다. 가격이 싸다고 물으니 이 건물이 어머니꺼라 집세가 안나가니 비싸게 받을 필요가 없다시며 살아오신 이야기 고생하신 이야기 식당의 사연 등등.. 사연속에 정은 깊어가고 자연스럽게 스지 삶는 법도 가르쳐 주시고..(요건 어머니와의 약속이라 밝히지 못함.. 다른 비법 찾아 보시길) 서울에서 걷고 걸으며 집 나가면 개고생이지 한 하루였는데 부케도르의 형수님 장수설렁탕의 어머니 덕분에 너무나 많은 정을 느낀 저녁이었습니다. 잘 곳을 정하지 못했다니 건물에 빈방 있다며 자고 가라고까지 하시는데 감동이 감동이 밀려오더이다..ㅠㅠ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제 핸폰이 낮선 번호를 찍으며 휘파람을 부네요.. 조심스레 통화버튼을 누르니.. 아이구 풍류대장님이십니다. 모임에 다녀 오셔서 바로 전화를 주셨습니다. 못뵙는줄 알았는데 늦은 시간임에도 전화를 주시며 만나자 하니 아니 갈 수 있나요.
어머니께 몇번이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장수설렁탕을 나오는데 골목까지 나오셔서 배웅해 주십니다. 너무나 맛있게 먹었던 쇠고기수육 그리고 그 맛 이상으로 정을 많이 주셨던 어머니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꾸~~~벅 ^^*
이제 풍류대장님 만나러 갑니다. 내일은 풍류대장님과 한잔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신사역 1번 출구 도산거리 영동호텔 뒤 골목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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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도문대작(屠門大嚼) 원문보기 글쓴이: 호야 뭐하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