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느리게, 좀 더 작게, 좀 더 부드럽게, 증도에서 놀았다. <짱뚱어다리 -갯벌생태전시관>
이란과 이스라엘 갈등으로 인하여 중동 긴장이 고조 된지 4주차 두 번째 달로 들어섰다. 세계의 뉴스거리는 온통 전쟁이야기와 기름값 상승으로 인한 경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가 하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 빠르게 움직이는 지역 후보자들로 하여금 지역 정서는 더없이 소란스럽다. 이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날짜 속에 우리는 얼마나 중요한 것들을 얼마나 많이 놓치고 사는 것일까? 소란 속으로 함께 들어가지 않고 맑은 공기, 깨끗한 바다, 빛과 소음 그리고 공해가 없는 밤과 같은 것들 말이다. 잃어버린 적 없지만 찾아야 할 그것들을 찾아 나서면서 “조금은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살아도 괜찮다”며 또 다시 새벽길을 나선다. 한편 오늘 찾고자 하는 곳은 슬로 시티 증도이다. 느리게 가며 우리가 놓친 것들을 착실히 지키고 있는 섬이다. 소금처럼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가치 그 느린 시간의 힘을 느껴보기 위하여 혼자서도 감사가 되는 하루를 출발한다.
물론 증도 역시 오래전에 다녀온 곳이다. 그러나 여행의 진미를 알고 떠나는 요즘과는 달리 그때는 직장에서 직원들과 찾았던 터라 어쩌면 일의 연속이라는 마음으로 다녀왔었다. 직장에서 연수 목적의 여행은 직장인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짱뚱어 다리를 건너면서 그냥 보편적인 바다 위의 목교를 지나는 마음이었고 앞서고 뒷서는 동료들을 더 의식하면서 그 또한 고생이라 여겼던 기억이다. 퇴직하였으니 직장도 없고 동료도 없으니 이러한 자유함은 혼자서도 충분히 찾은 곳의 매력에 흠씬 젖어 올만한 기회인 것이다. 요즘처럼 AI가 보편화된 시절에 서해안을 중심으로 특히 신안에 해안둘레길의 안내를 묻고 AI의 도움으로 말미암아 찾아 나선 것이다. 물론 예전에 증도를 찾았던 코스와는 전혀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많은 기대를 안고 출발한다. 섬이라 하면 어디든 가볍게 한 바퀴 휘 돌아 원점회기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곳 증도 또한 두 번째 찾아왔지만 감을 잡을 수가 없이 낯설다. 우선 짱뚱어다리를 건너 증도 '모실길' 걷기 코스(제3코스: 천년의 숲길)을 향해 걷는다. 마치 썰물 때라서 갯벌의 속살을 그대로 내려다볼 수 있었다. 갯벌위로 드러나는 바닷길과 그 위에서 뛰노는 짱뚱어는 물론 농게거나 칠게 등의 흔적은 참으로 귀한 풍경이며 감상의 대상이다. 증도의 명물 짱뚱어 다리는 갯벌 위에 떠 있는 470m의 목교로 갯벌 생물을 관찰 할 수 있도록 조성되었다. 짱뚱어는 청정 갯벌에서만 살 수 있는데 이곳의 짱뚱어가 가장 많이 살고 있으며 다리의 교각을 짱뚱어가 뛰어가는 영상으로 만들어서 짱뚱어다리 라고 이름을 지었단다. 짱뚱어다리가 있는 증도는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섬이다. 2007년 국제슬로시티연맹은 증도의 아름다운 낙조와 숲 그리고 깨끗한 해변 등에 치타슬로 (Chittaslow 슬로시티)라는 공식 이름으로 문패를 달아줬다 좀 더 느리게 좀 더 작게 좀 더 부드럽게를 모토로 환경을 보존하며 힐링 삶을 추구하는 연맹의 가치가 증도에 각인되어 있단다. 여전히 아침 일찍이라서인지 짱뚱어다리 주차장에는 휑하다. 거치대를 챙겨 들고 혼자서 인증 샷을 남겨 가면서 짱뚱어다리에 진입한다. 짱뚱어다리를 통과하니 방풍울타리와 오른쪽으로는 거대한 주차장이 있어 이곳이 짱뚱어 광장이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갯벌의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일뿐더러 갯벌 생물 탐방을 넘어선 완벽한 힐링 산책 코스이기도 하다. 하얀 백사장이 펼쳐져 있는 우전 해변을 옆으로 끼고 소나무 그늘로 접어 들었다. 이곳에서 출발하여 갯벌체험장까지 다녀올 생각이다. 느리게 걸어서 행복해지는 솔밭 길은 낮은 경계를 그림처럼 설치해 두었는가 하면 경사가 전혀 없이 평길 만으로 갯벌체험장까지 다녀올 수 있었다. 이처럼 아름답고 편안한 산책로를 걷는 내내 남편과 함께 올 수 없었음에 아쉽다. 어디를 가나 내가 염려하는 것과 달리 훨씬 지치지 않고 싸목싸목 잘 걷는 남편과 다시 한 번 찾아와야 할 일이다. 걷는 내내 솔방울이 마치 소품처럼 지천으로 뒹굴고 솔잎이 두텁게 떨어져 다시 건장한 나무의 밑거름이 되고 있는 풍경은 많은 생각을 끄집어낸다. 누구나 여행의 목적과 즐기는 동안 의미가 다르듯이 오늘처럼 솔 길을 걷자니 참으로 고급진 땔감이 되었던 솔방울이나 솔잎을 보면 늘 옛 생각에 머물게 된다. 추억 속에서 머무는 순간만큼 차분하고 행복한 순간이 또 있으랴. 누구나 지금이 아무리 행복하고 풍요롭더라도 과거를 생각하면 늘 “그 때가 좋았다”고 회상한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지인이 죽고 나면 “마치 살만하니 갔다”는 표현을 한다. 즉 오늘만큼 좋은 날은 없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게 좋은 오늘, 일상의 번잡함까지 잊게 해주는 해송 숲은 혼자 만끽하자니 한 줌 햇살이거나 멀리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까지 가슴으로 밀고 들어오는 최고의 힐링의 시간이다. 이처럼 혼자 하는 여행은 타인의 의견이나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다. 때로는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노선을 정하여 갔다가도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딪히거나 길을 잃기도 할뿐더러 혹은 다녀와서 돌아보면 더 훌륭한 곳을 지척에 두고도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도 없지 않다. 그러나 순간마다 스스로 해법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신뢰와 자존감을 회복하게 된다. 이는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소소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되어주더라는 것이다 .한편 발길 닿는 대로 걷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생각하면서 새로운 지역을 지나치다보면 그곳의 풍경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문화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렇듯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그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양쪽에 바다와 숲길이 어우러지는 편안한 산책로를 걸어 약 3km거리의 갯벌생태전시관에서 다시 되돌아 원점회기하지만 다시 새로운 풍경처럼 느껴진다. 해수욕장의 모래밭과 솔숲으로 들락거리기에 좋은 이곳을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로 기록해두고 증도면소재지에 들러 짱뚱어탕을 먹어보기로 한다. 4인석을 혼자 차지하고 늦은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휴일에 근무하는 남편 몫으로 한 그릇을 포장하여 마치 옆자리에 남편이 앉아 있는 냥 포장된 짱뚱어탕이 기울어 흘리지나 않을지 노심초사 귀가를 서두른다.
* 증도 짱뚱어다리 -전남 신안군 증도면 증동리 160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