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미인도’ 뜯어보니…“평양=최지우形, 장성=송혜교形”
★...“조선시대 평양 미인과 닮은 현대 여성은 탤런트 최지우, 전남 장성 미인과 닮은 여성은 송혜교를 꼽을 수 있다.” “병풍 속의 조선 미인 8명 가운데 최고 미인은 경남 진주 미인이다.”
조선시대 팔도 미인의 구체적인 얼굴형과 특징이 사실상 처음으로 규명됐다. 미술학자 겸 얼굴 전문가인 조용진 한서대 교수는 19세기 말∼20세기 초 실존 여인들의 모습을 그린 병풍 ‘팔도미인도’에 대해 정밀 분석한 결과를 21일 내놓았다. 그동안 일반적인 미인도나 사료를 참고해 막연하게 조선시대 미인의 얼굴형을 추론한 적은 있지만 사실적인 얼굴 그림을 토대로 각 지역 미인 얼굴의 특징을 생생하게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대 최고의 인물화가였던 채용신(1850∼1941)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팔도미인도’에는 서울, 평양, 경남 진주, 전남 장성, 강원 강릉, 충북 청주, 전북 고창 등 8개(한 작품은 판독 불능) 지역 미인과 기생 등 8명의 전신상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의 존재는 알려져 있었으나 지금까지 인물의 특징에 대한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전통 미술과 해부학 지식을 바탕으로 30년 동안 한국인의 얼굴을 연구하고 복원해 온 조 교수는 “병풍에는 미인상이 실명으로 그려져 있는 데다 그동안 각 지역 미인의 얼굴 특징을 축적해 놓은 데이터베이스와도 잘 부합한다”면서 “기방을 찾는 손님에게 보여 줄 목적으로 이 병풍을 그렸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병풍 속의 미인 8명 가운데 지역적 특성을 두드러지게 보여 주는 미인으로 평양(평양 기생 계월향·桂月香), 장성(장성 관기 지선·芝仙), 진주(진주 관기 산홍·山紅), 강릉(강릉 미인 일선·一善), 서울(한성 관기 낭랑·浪낭)을 꼽고 특히 진주 미인이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그림 속의 진주 미인은 이마가 낮고 가로로 넓으며 눈썹이 높게 붙어 눈두덩이 넓고, 눈 사이도 넓은 편이다. 조 교수는 “미인의 기준이 주관적이긴 하지만 진주 미인은 중안(눈썹에서 코끝 사이)이 길어 기품 있는 인상을 준다. 또 턱 부분이 작고 인중(코와 윗입술 사이에 오목하게 골이 진 부분)이 짧아서 젊은 인상을 주는 등 현대적인 미인의 관점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양 미인의 경우 고구마형 두상, 앞으로 튀어나온 광대뼈, 뾰족한 턱 등 조선시대 평양 여성의 일반적인 특징을 잘 보여 주고 있으며 강릉 미인은 긴 얼굴과 높은 이마 덕분에 서글서글한 인상을 준다. 조 교수는 “조선시대에는 평양과 진주 여성을 미인으로 꼽았는데 이 그림을 통해 정확한 근거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평양 미인은 탤런트 최지우와, 장성 미인은 송혜교와 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원복(한국회화사 전공) 국립전주박물관장은 “이번 분석을 통해 조선시대 미인 얼굴형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 자료를 확보하게 됐으며 조선시대 여성 초상화뿐만 아니라 생활문화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번 분석을 토대로 팔도 미인의 얼굴을 입체적으로 복원해 조선시대 미인 연구 자료 및 전통 문화 콘텐츠로 제공할 계획이다.이광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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