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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내 가슴에] 08
S#1. 민의 아파트 (아침)
커튼이 쳐진 어두컴컴한 아파트 안. 현관벨이 요란하게 울린다.
거실 바닥엔 술병들이 널려 있고 재떨이엔 담배 꽁초가 쌓이다 못해 바닥으로 떨어져 있다.
민, 침대에 엎어져 자고 있다. 잠시 잠잠하던 현관벨 다시 울리기 시작하고 이번에는 문도 쾅콩 두드린다.
준희 : 민아, 문 열어! 나야, 준희.
민, 잠과 술에 취해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괴로워하다가 '준희'라는 말에 문쪽을 본다.
며칠째 면도도 안하고 제대로 먹지도 않아 초췌한 모습이다.
S#2. 문앞
준희 벨을 누르고 문도 두르리다가 안에서 아무 반응이 없자 포기하고 돌아가려는데
안에서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S#3. 아파트 안
민, 문을 열어주고 다시 비틀비틀 침대로 돌아가 푹 엎어진다.
준희, 민의 뒤를 따라 들어와 거실을 살펴보고 침실로 들어간다.
준희, 창의 커튼을 모두 열고 민을 깨우기 시작한다.
민, 햇빛에 눈이 부셔 이불을 끌어당겨 뒤집어 쓴다.
준희 : (이불을 확 제끼며) 야, 일어나
민 : 놔 둬.
준희 : 너 언제까지 이러구 있을래?
민 : 잔소리 할거면 가.
준희 : 일어나!
준희, 이불을 끌어당겨 덮으려는 민을 침대에서 일으키는데
민, 안일어나려 버티지만 아직 술이 덜 깨 준희에게 휘둘린다.
S#4. 욕실
민, 옷 입은채 욕조에 쪼그리고 앉아 머리를 무릎에 묻고 계속 자려 하는데
준희, 와이셔츠의 소래를 걷어부치고 샤워기로 찬 물을 민에게 끼얹는다.
민, 소스라치게 놀란다.
S#5. 거실
민,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고 준희, 마지막 소주병을 들어 어딘가에 치운다.
집안이 제법 깨끗해졌다.
준희 : (집안을 한번 둘러보고 민의 어깨를 툭 치며) 나가자, 아침 먹으러.
민 : .. 살아 계시대
준희 : 그럼 만나뵈러 가야지.
민 : ..여지껏 돌아가신 줄만 알았는데..
준희 : (민의 옆에 앉는다).. 어딘지 알아봤냐?
민 : (고개 젓는다)
준희 : 아버진?
민 : (고개 젓는다)
준희 : 살아 계신거 알았으니까 찾을 수 있을거야. 찾으려면 너부터 정신 차려야지, 임마.
민, 갑자기 설움이 복바쳐 신음처럼 울음을 토한다.
준희, 말없이 민을 보다가 어깨에 손을 올려 가볍게 토닥인다.
S#6. JS패션 현관
송여사, 당당한 걸음걸이로 안으로 들어온다.
송여사를 알아본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인사하면 송여사, 가볍게 목례하며 지나친다.
송여사 :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S#7. 엘리베이터 앞
송여사,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데 연이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가 송여사를 보고 마지못해 인사한다.
S#8. 엘리베이터 안
연이와 송여사만 타고 있다.
송여사, 곁눈으로 연이의 아래 위를 훑다가 손목에 찬 시계를 본다.
송여사 : (고개 돌린채) 돈을 마다해? 건방진 년!
연이 : 세상에 돈보다 더 중요한 거 많아요.
송여사 : (비웃음) 없이 사는 것들이 꼭 자존심 내세운다니까..
연이 : ...
송여사 : 처음부터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두 보는게 아냐. 어쩌면 에미나 딸년이나 하는 짓이 그렇게 똑같을까?
연이 : 우리 엄마 아세요?
송여사 : (약간 당황한다) 내가 어떻게 아니?
연이 : 그런데 말씀이 너무 지나치신 거 아녜요? 왜 돌아가신 분을 그렇게 자꾸 모욕하는 거에요?
송여사 : 그래서?
연이 : 그러시는 거 아녜요. 나이드신 분이.
송여사 : 뭐야? 뭐야, 이 년아...!
송여사, 팔을 휘두르는데 연이가 얼른 팔을 들어 막자 다른 쪽 팔을 휘두르지만 이번에도 연이가 막아낸다.
송여사, 너무 화가 나 이성을 잃고 미친 듯이 달겨들어 연이의 머리채를 낚아채고 흔드는데 엘리베이터 문 열린다.
마침, 재봉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서 있다가 이 광경을 보고 얼른 달려들어 뜯어 말린다.
S#9. 개발실
송여사, 준희, 연이, 이화, 재봉, 광영, 그외 팀장, 실장 등이 둘러 앉아 있다.
송여사, 언제 싸웠냐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디자인들을 한장씩 넘기면서 보다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연이를 슬쩍 쳐다본다.
일동, 긴장하여 송여사를 본다.
준희 :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송여사 : 글쎄요..
준희 : 가급적 오리지날 디자인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했습니다.
송여사 : 애들은 쓰셨네요. (문득) 그런데 이건 연이가, 아니 이연이씨가 고쳤죠?
팀장 : (아부) 역시 예리하십니다. 어떻게 한 눈에 그걸,
송여사 : 역시 튀네요. 기본이 없으니까!
일동, 긴장하고 이화 신나는데 송여사, 디자인 스케치를 연이 앞으로 던진다.
송여사 : 이연이씨, 너 내 작품을 이렇게 망가뜨려두 되는거니?
연이 : (무안하다)
송여사 : (준희에게) 실장님, 이건 아니네요. 난 이런 디자인은 용납 못해요.
재봉 :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연이 앞에 던져진 스케치를 집어다 보며) 내가 보기엔 별 문제 없어 보이는데?
송여사 : (저건 또 뭐야 하는 표정으로 홱 노려보다가 준희에게) 실장님께서 하두 간곡하게 부탁을 하셔서
내가 어렵게 승낙은 했지만 이렇게 기본두 안돼 있는 디자이너가 내 작품에 손을 댈 줄은 정말 꿈에두 몰랐어요.
나 아주 불쾌해요.
준희 :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송여사 : 죄송하다면 다에요?
준희 : 처음부터 다시 해보겠습니다.
송여사 : 당연하죠! 그렇게 해야죠! 오늘은 이만 가겠어요.
송여사, 일어나 확 나가면 준희, 얼른 따라나간다.
연이, 꼼짝 않고 자리에 앉아 테이블만 내려다 보고 있는데 사람들 불쾌한 눈으로 연이를 한번씩 보고 투덜거리며 나간다.
실장 : 아, 또 날밤 까게 생겼네.
팀장 : 뭐야, 이거 잘 나가다가.
사람들, 다 나가면 재봉과 연이, 광영 남는다
광영 : (연이 대신 흥분한다) 너무 심한 거 아냐? 아니, 보면 모르나? 자기 디자인 안 다칠라구 우리 연이씨가 얼마나 애를 썼는지.
재봉 : (연이에게) 너무 신경쓰지 말아요, 연이씨.
재봉, 연이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미소짓는다.
S#10. 로비
송여사, 준희와 그외 사람들에게 배웅을 받고 돌아서 나간다.
송여사 : (혼잣말) 여우같은 년! 감히 내 작품에 손을 대? 흥!
송여사, 유리벽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걸어나가다가 부딪힌다.
준희와 그와 사람들 엘리베이터쪽으로 가다가 꽝 소리에 돌아본다.
송여사, 큰대자로 누워있다.
S#11. 민의 아파트
민, 거울 앞에서 외출 준비를 하고 있다. 면도도 한 말끔한 모습이다.
민, 나가려다가 전화 쪽으로 다가가 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한다.
S#12. 디자인실
이화, 전화 받고 있다.
디자인 실장의 책상에서 실장과 얘기하고 있는 연이, 보인다.
이화 : 어머, 오빠!.. 걔는 왜? (슬쩍 연이 쪽을 본다) .. 없어... 몰라. 참, 나 오빠한테 할 얘기 있는데.
하는데 벌써 끊겼다. 뚜뚜뚜뚜..
수화기 들여다보며 열받는 이화.
이때 연이, 실장 자리에서 돌아오다가 직감적으로 민의 전화임을 안다.
연이 : 내 전화야?
이화 : (수화기 거칠게 내려놓으며 째려보다가) 회사 전화야.
S#13. 민의 아파트
민, 수화기를 내려놓고 잠시 생각하다가 밖으로 나가면 전화벨 울린다.
S#14. 로비 공중전화
아무도 받지 않는다.
연이, 수화기를 내려놓고 다시 전화를 건다.
E : 죄송합니다. 연결이 안되고 있습니다.
S#15. 민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
민, 차를 몰고 밖으로 나간다.
S#16. 송부틱
송여사, 전화하고 있다.
송여사 : 저, 송인데요.. 네?.. 아니, 먹는 송이가 아니구 송부틱요. 네. 애가 여간내기가 아니라서요..
전 걔한테 두손 두발 다 들었어요. 계속 만나겠다 그거겠죠 뭐.. 네, 따끔하게 한번 혼을 내주시는 것두.. 네.. 네..
송여사, 전화 끊으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데 민이 찾아온다.
송여사, 민을 보자 깜짝 놀란다.
송여사 : (찔리지만 당당하게) 어머, 민이가 웬일이니?
민 : 여쭤볼게 있어서 왔습니다.
송여사 : 앉어
민 : (앉는다)
송여사 : 미스정! 미스정!
미스정 다가온다.
송여사 : 여기 차 좀!
미스정 : 네. (간다)
송여사 : 무슨 일이니?
민 : ... 아주머니는 알구 계시죠?
송여사 : 뭘?
민 : 제 어머니 계신데요.
송여사 : (연이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안도한다) 아, 그거? 그거 나두 신문 보구 알았잖니, 며칠전에.
강장군님이 말씀 안해 주시니?
민 : 부탁드립니다. 제발 말씀해 주십시오.
송여사 : (싸늘하게) 잘못 찾아왔다, 난 모른다.
이때 손님이 들어오자 송여사, 자리에서 일어나 손님에게 가며
송여사 : 어떡하지? 나 좀 바쁜데?
민, 대답없이 테이블만 내려다 보다가 벌떡 일어나 나간다.
S#17. 녹음실
기타, 드럼 등등... 민의 콘서트 반주를 맡은 연주자들이 모여 연습하고 있고
승욱, 한쪽 구석에 앉아 악보를 보고있고 순애의 코러스를 맡은 여자가수 몇명이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민, 들어온다.
연주자들, 민에 대한 환영의 표시로 각자의 악기를 가볍게 울린다.
순애, 혼자 괜히 주눅 들어 있다가 민을 보자 반갑게 웃는데
민은 순애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승욱 : 야, 강민! (활짝 웃는 얼굴로 다가가 어깨를 두드린다)
민 : (모두에게) 미안합니다, 연습 시작하죠.
힘차게 드럼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고 기타가 합세하면서 활기를 찾는 연습실.
민, 겉옷을 의자에 걸쳐놓고 노래 시작한다.
잠시후 민의 겉옷 주머니 안에 있는 핸드폰에서 벨이 울리지만 음악소리에 묻혀 아무도 듣지 못한다.
S#18. 순애집 세면실 (밤)
바닥엔 깨진 타일이 그대로 깔려 있고 낮게 달려 있는 수도꼭지 하나.
비누, 샴푸 등등이 한쪽 구석에 가지런히 놓인 좁은 세면실.
연이, 발 닦고 세수하고 있다.
S#19. 순애방 (밤)
순애, 흥얼흥얼 거리며 설거지를 하고 있다.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순애 : 누구세요?
순애, 문을 열면 휘광이 서있다.
휘광 : 이연이씨댁 맞죠?
순애 : ... 네.. 맞는데요.
휘광 : (안주머니에서 돈봉투를 꺼내 순애에게 준다)
순애 : (얼떨결에 받으며) 이게 뭐예요?
휘광 : 강민씨 아시죠?
순애 : (반갑게) 네.
휘광 : 전해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럼.
휘광, 돈만 전하고 바람같이 사라진다.
순애 : (밖을 내다보며) 여보세요, 잠깐만요. 여보세요...
순애, 안으로 들어와 봉투를 슬쩍 열어본다.
순애, 입이 딱 벌어지는데 연이,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들어온다.
순애 : (계속 놀란 얼굴로) 연이야, 이거. (봉투를 내민다.)
연이, 봉투를 보고 기분이 나빠진다.
연이 : 이거 누가 갖구 왔어?
순애 : 어, 지금 방금
연이, 봉투를 움켜쥐고 슬리퍼를 끌고 밖으로 뛰쳐 나간다.
순애 : 연이야, 연이야......
S#20. 순애집 앞 (밤)
연이, 슬리퍼도 짝짝이로 신고 다급하게 달려 나오다 그나마 한짝이 벗겨진다.
저만치 서있던 승용차가 부웅 떠나버린다.
S#21. 녹음실 (밤)
민, 헤드폰을 끼고 두눈을 지그시 감고 의자에 기대어 앉아있다.
이화, 그 옆에서 그런 민을 지켜보고 앉아있는데 승욱, 커피 두잔을 손에 들고 안으로 들어온다.
승욱 : (한잔을 이화에게 건네며) 드세요.
이화 : 고맙습니다.
승욱 : (민의 어깨를 가볍게 흔든다. 민이 눈을 뜨고 돌아보면 커피 건네며) 오늘은 나 먼저 들어간다. 내일보자.
민 : (헤드폰 때문에 못알아 듣는다) 응? 뭐라구, 형?
승욱, 두사람에게 손들어 보이고 밖으로 나가면 민, 이화를 보고 귀찮은 표정으로 헤드폰을 벗는다.
민 : 너 아직 안갔냐?
이화 : (상냥하게 웃으면서) 일 해, 나 신경쓰지 말구. (커피를 들어 마신다)
민 : (혼잣말처럼) 아, 정말 미치겠네. (이화에게) 신경 쓰여, 제발 좀 가주라, 응?
이화 : 잠깐만 있다 갈께, 응?
이화, 민의 어깨에 기대며 애교를 부리는데 민, 무심코 피하다가 이화의 커피잔을 건드려 이화의 앞가슴에 커피가 쏟아진다.
이화 : 어머, 악- 뜨거 뜨거
이화, 뜨거운 커피가 쏟아지자 호들갑을 떨며 펄쩍펄쩍 뛴다.
민, 잽싸게 휴지를 꺼내 이화의 옷에 묻은 커피를 닦아준다.
민 : (웃을을 참으며) 어떡하냐? 옷 다 버렸네, 뜨겁겠다.
이화 : 몰라, 오빠가 책임져. 어떡해...
민, 이화의 앞가슴 부분을 닦아주고 있는데 그 모습을 연이, 문가에 서서 보고 있다.
연이는 집에서 달려 나올때의 그 차림 그대로이다.
민, 실실 웃다가 문가에 서있는 연이와 눈이 마주친다.
민, 연이를 보자 반가운 마음에 활짝 웃으며 다가간다.
민 : 어, 연이씨!
이화도 연이를 돌아본다.
연이, 이화를 한번 보고 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다가 느닷없이 민의 뺨을 한대 갈기로
손에 꽉 쥐고 있던 봉투를 민의 얼굴에 집어던지고 돌아 나간다.
이화 : (너무 놀라) 어머머머머머머머.
민, 어이가 없어 하다가 연이의 뒤를 따라 나간다.
이화 : 오빠, 오빠...
S#22. 녹음실 앞 (밤)
연이, 씩씩대며 밖으로 나오는데 뒤에서 따라나온 민, 연이의 팔을 잡는다.
연이, 거칠게 뿌리치며 그냥 간다.
민, 다시 잡는다.
민 : (기분 나쁘다) 왜 이래요?
연이 : (확 뿌리치며) 이거 놔요!
민 : 못놔요, 왜 이래요?
연이 : (멈춰서서 민을 똑바로 보다가) 그래요, 나 없이 살아서 남은건 자존심 밖에 없어요. 사람 갖구 놀지 말아요.
민 : 뭐?
연이, 다시 돌아서서 가려는데
민 : 대체 내가 뭘 어떻게 했다구 그러는 거야?
연이 : ..
민 : 이화 옷에 묻은 커피 좀 닦아 줬다구? 차, 그게 그렇게 자존심 상할 일이야?
연이 : 차, 놔요. 더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민, 연이의 팔을 밀치듯이 탁 놓는다.
연이, 거의 쓰러질듯 비틀한다.
민 : 그래, 알았어. 가.
민, 미련없이 돌아서 간다.
연이, 기가 막힌 얼굴로 돌아서 뛰듯이 걸어가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민, 가다가 너무 속이 상해 돌아보는데 슬리퍼를 끌고 뛰듯이 걸어가는 연이의 뒷모습에 가슴이 미어져
앞에 있던 쓰레기통을 걷어찬다.
이때 이화, 녹음실에서 나오다가 민을 본다.
이화 : 걔 갔어? 왜 왔대?
민 : (눈길도 주지 않고) 꺼져.
민, 녹음실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간다.
S#23. 녹음실 안 (밤)
민, 찜찜한 기분으로 들어선다.
연이가 던지고 간 봉투는 콘솔 밑에 살짝 가려 보이지 않는다.
민,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의자에 깊숙이 앉는다.
S#24. JS패션 외경
S#25. 개발실
준희, 밀라노와 통화하고 있고 재봉과 광영은 재단대 앞에서 뭔가를 서로 얘기하고 있다.
준희 : (영어) 밤늦게까지 수고가 많다. 현지 반응은 어떤가.. 초대손님 명단과 패션쇼 당일의 세부 스케쥴은
나한테 최종 컨폼을 받고 진행해 달라. 우리쪽 스케쥴은 잡히는 대로 알려 주겠다. 수고, 안녕.
준희, 전화 끊고 재봉, 광영이 있는 재단대 옆으로 간다.
재봉 지난번 회의 때 송여사가 내던졌던 연이의 디자인과 송여사의 디자인을 들고 재단한 원단과 비교하면서 설명한다.
재봉 : 원단로스올이나 생산코스트 모두 비교가 안됩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송여사 디자인의 경향이 스노브라면
이연이씨는 심플리시티한 쪽이고 바이어가 원하는 방향도 그쪽에 가깝습니다.
광영 : 이연이씨가 기본이 없다고들 하는데 제가 보기엔 말이죠 그래서 더 파격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개발팀이라구 편드는 거 아녜요.
준희 : (씩 웃는데)
재봉 : 걱정되시죠?
준희 : 예?
재봉 : 처음으로 시도하는 해외 지산데 부담이 좀 될겁니다.
준희 : 요번에 같이 가셔서 많이 도와 주십시오.
재봉 : 전 이번에 안가겠습니다.
준희 : ?
재봉 : 제가 가는게 당장은 도움이 되겠지만 말이죠, 길게 볼 때 회사에 큰 보탬이 안됩니다. 가서 보고 듣는게 하나하나가
산 공분데 아깝잖습니까? 미래에 투자를 하시죠.
이때 연이 들어온다.
세사람, 연이를 의미심장하게 본다.
연이 : ???
S#26. 구내식당
이화, 디자인, MD들 모여 밥 먹고 있다.
이화 : (재훈에게) 그럼 밀라노 출장, 누가 가요?
재훈 : 몰라.
재룡 : 신입사원 중에 한 명 보낸다던데?
이화 : (재훈에게) 정말이요?
재훈 : 몰라.
실장 : (이화를 견제하며) 그래두 뭘 좀 아는 사람이 가야되지 않겠어?
이화 : (기분 나쁘다)
재룡 : 아, 그나저나 이연이씨는 누구빽으루 들어왔대요?
재훈 : 몰라.
이때 준희와 연이 들어와 배식구 쪽으로간다.
이화와 디자인 실장, 연이를 째려본다.
연이와 준희, 식탁에 자리잡고 앉는다.
준희 : 여권 있어요?
연이 : 네?
S#27. 녹음실
연주자, 코러스와 함께 연습을 하는 민.
민, 노래를 하다가 짜증을 낸다.
민 : (순애에게) 거기, 혼자 음정이 튀잖아요. 좀 들으면서 해요! 다시!
평소답지 않은 민의 거친 말투와 태도에 모두 놀란다.
순애, 얼어서 더 틀린다.
민, 인상을 팍 쓰면서 갑자기 밖으로 나가버린다.
순애, 그 자리에 주저 앉아울고 승욱이 와서 달래준다.
S#28. 녹음실 비상구 계단
민, 계단에 걸터 앉아 담배를 피고 있다.
승욱, 다가와 옆에 앉는다.
승욱 : 니 기분 알지만 콘서트 며칠 안남았어. 조금만 참자.
민 : ...
승욱 : 그리구 니가 데리구 온 애, 지금 가겠다구 난린데 니가 좀 달래 봐.
민 : 가라 그래!
승욱, 기가 막혀 민을 본다.
S#29. 송여사 집 거실 (밤)
쇼 프로를 보고 있는 송여사, 이화, 이반, 민이 TV에 나왔다.
이화 : 엄마, 엄머, 민이 오빠야.
이반 : (딴짓하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 두리번 거린다)
송여사 : 어쩐지. 연이년하구 놀아날때부터 알아봤어야 됐어. 천박해.. 태생이 그러니 어쩔수 없겠지.
이화 : 엄만! 그게 뭐 민이 오빠 잘못인가?
송여사 : 쯧쯧쯧.. 너희 회사 기획실장.. 어떠니?
이화 : ?
송여사 : 능력 있어 보이던데.
이화 : 괜찮긴한데, 너무 찬바람이 쌩쌩 돌아. 난 민이 오빠 같이 따뜻한 남자가 좋더라.
송여사 : (한심) 민이가 너한테 한번이라구 따뜻하게 대한 적 있니?
이화 : (풀이 죽어) 언젠가.... 근데 엄마, 나 출장갈지도 모른다?
송여사 : 어디루?
이화 : 밀라노
송여사 : 밀라노, 괜찮지. 디자이너라면 한 번쯤 가 볼 만한 데야. 누구 누구 가니?
이화 : 그 실장이랑.
송여사 : 둘이?
이화 : 응.
송여사, 표정이 묘하게 바뀐다.
S#30. 순애네 집 (밤)
순애, 연이의 여권과 티켓을 보며 즐거워 하고 있다.
순애, 부러워 죽는다.
순애 : (엎드려서 여권을 펴보며) 이게 여권이란 거구나. 생각보다 별루다. (비행기 표를 보며 연이가 듣거나 말거나)
이건 뭐가 뭔지 모르겠네 뭐가 이렇게 많어? 아, 이태리, 정말 좋겠다. 니가 처음일꺼야. 우리 고아원에서 외국 가는 애는.
아니, 입양된 애들 말구. 출장비 받구, 그것두 이태리루, 난 언제 외국 한 번 나가보나.
(종알종알 작게) 동남아 순회공연을 지금 막 마치고 돌아온 미미 인사 드려요. 오!
순애, 문득 낮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 눈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연이, 돌아앉아 말없이 가방을 싼다.
S#31. 준희의 아파트 (밤)
준희, 출장 준비를 하고 있다가 전화를 한다.
소리 : (이태리어) 이 번호는 없는 국번이오니 확인후 다시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S#32. 녹음실 밖
대형 버스에 악기들을 싣고 있다.
S#33. 녹음실
민, 승욱, 연주자들, 장비와 악기들을 옮기느라 분주하다.
승욱, 콘솔 밑에서 돈이 든 봉투를 발견하고 놀란다.
승욱 : 힉, 이게 웬 떡이냐? 누가 이런 거금을 흘리구 다니는 거야?
민, 봉투를 보는 순간 연이가 자기한테 던진 봉투라는 것을 알고 승욱의 손에서 봉투를 채간다.
승욱 : 니꺼냐?
민, 봉투 안을 들여다 보고 아차싶다.
민 : 형, 나 극장으루 바루 갈께.
민, 초조한 얼굴로 뛰쳐 나간다.
승욱 : 야, 어디 가? 아, 이씨. 좋다 말았네.
S#34. JS패션 현관
민, 차를 급하게 세우고 안으로 뛰쳐 들어간다.
S#35. 디자인실
민, 안으로 들어와 둘러보고 이화에게 간다.
이화 : (민을 발견하고) 어머, 오빠.
민 : 연이 어딨어?
이화, 얼굴 굳는다.
S#36. 밀라노 공항 (밤)
착륙하는 비행기.
S#37. 밀라노 거리
연이와 준희, 차를 타고 패션쇼장으로 향한다.
S#38. 패션쇼장 입구
잘 차려 입은 남녀들이 들어간다.
S#39. 패션쇼장 (밀라노)
휘날리는 의상에서 점차 모델의 모습이 드러나고 이어 무대와 관람객의 모습이 보인다.
한쪽에서 넋을 잃고 보고 있는 연이.
준희, 그런 연이의 모습을 훔쳐보며 혼자 흐뭇해 한다.
S#40. 공연장 (서울)
조명을 맞추고 세트를 세우느라 분주한 무대에서 악기 연주자들이 음을 맞추고 있다.
코러스 가운데 순애 보인다.
민, 컴컴한 객석 구석에서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
승욱 : 자, 리허설 들어갑니다. 거기 좀 비키시고. 민아.. (버럭) 민이 어디 갔어?
민, 억지로 무대 위로 올라간다.
승욱 : 정신들 차리고. 이제 공연까지 며칠 안남았어요. 처음부터 갑니다. 드럼!
잠시 어두워졌던 무대가 환해지며 드럼 연주를 신호로 전주가 시작된다. 하지만 민은 도입부를 놓쳐버린다.
승욱 : (객석에서 소리지른다) 다시! 정신 어디다 팔구 있는 거야? 자, 다시!
다시 시작되는 음악, 하지만 이번에도 박자를 놓치는 민.
승욱 : (버럭) 캇! (무대 밑으로 다가오며) 왜그래? 어디 안좋아?
민 : 형, 미안한데 나 잠깐 어디 좀 갔다 올께.
승욱 : 지금 어딜 가겠다는 거야?
민 : 공연 전까진 올게.
승욱 : 뭐?
민, 무대에서 뛰어 내려와 객석을 가로 질러 나간다.
승욱 : 야, 강민! 강민!
무대위에 있던 연주자와 코러스, 황당하여 서로 돌아본다.
S#41. 호텔방 (밀라노) 연이방
연이, 욕조에 누워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패션쇼의 흥분 때문인지 물이 뜨거워서인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행복한 표정이다.
S#42. 준희 방 테라스
준희, 담배를 피워 물고 테라스 난간에 기대 있다가 연이방 쪽을 본다.
S#43. 복도
준희, 연이 방문을 노크한다. 여러번 두드려도 대답이 없자 손잡이를 돌려 보는데 문이 슥 열린다.
S#44. 연이방
준희, 조심스럽게 들어서려는데 욕실 쪽에서 물소리와 연이의 콧노래 소리가 들린다.
준희, 침대를 바라본다.
S#45. 준희의 회상
준희와 소피아, 침대시트를 뒤집어 쓴 채 장난을 치고 있다. 행복한 웃음소리.
S#46. 다시 연이방
준희, 회상에서 깨어나며 서둘러 밖으로 나간다.
순간 욕실문이 열리며 타올로 몸을 감싼 연이, 나온다.
연이 이상한 느낌에 방을 둘러 보다가 문으로 가 잠기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잠근다.
S#47. 바
혼자 술을 마시는 준희.
S#48. 다시 연이방
연이, 민을 생각한다.
S#49. 아침
연이, 침대에서 일어나 테라스로 가 커튼을 걷고 문을 열고 나간다.
오솔길을 따라 조깅하는 준희, 보인다.
S#50. 호텔 레스토랑 (밀라노)
준희와 연이, 마주 앉아 아침을 먹고 있다.
연이, 제법 많은 양을 앞에 쌓아 놓고 와구 와구 먹고 있다.
준희 : (연이의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먹을만해요?
연이 : (야채를 한 입 가득 물고 준희를 올려다보며) 에?
준희 : (빙그레 웃으며) 아니, 그거 먹구 얘기해요, 체하겠어요
연이 : (갑자기 민망하다) 아, 예...
사이
준희 : 피곤하죠? 아침부터 밤까지 매일 돌아 다니느라.
연이 : 아녜요. 너무 많은 걸 배우구 있어요. 고맙습니다.
준희 : 나한테 고마워할거 없어요, 회사에서 보내준 거니까. 그리구 회사두 연이씨가 필요하니까 이런 기횔 주는 거구요.
연이 : 저, 오늘은 어디 가죠?
준희 : (수첩을 꺼내보며) 오전에 원단시장 들려보구요, 오후엔 두군데 약속이 있구요... 아, 그리구 중요한 저녁 약속두 있는데...
준희, 잠바 차림의 초라해 보이는 연이를 아래 위로 쓱 훑어본다.
연이도 준희의 시선을 따라 자기를 내려다 본다.
S#51. 비행기안
민, 창 밖을 보고 있다.
S#52. 원단시장 (밀라노)
준희와 연이, 원단 시장을 누빈다.
S#53. 사무실 (밀라노)
패션쇼 준비로 바쁜 지사 분위기.
준희, 연이와 함께 들어오면 출입문 맞은 편에 앉아있던 늘씬한 모델, 일어나 준희와 연이의 앞을 지나 다른 방으로 들어간다.
준희와 연이, 중앙 큰 방에 들어서면 한 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옷걸이 앞에서
모델에게 입힐 옷을 고르고 있는 현지 코니네이터와 모델이 보이고
그 방을 지나 다음 방에 들어가면 역시 모델에게 옷을 입히고 살펴보고 있는 수석 디자이너 보인다.
수석 디자이너, 준희를 보자 하던 일을 멈추고 반갑게 다가와 포옹한다.
수석 : 이게 얼마만이냐? 잘왔다.
준희 : 바쁘시죠? 자주 연락 못드려 죄송합니다.
수석 : (연이를 보고) 이 미인은 누구지?
준희 : 서울 본사에서 일하는 디자이넙니다.
수석 : 아, 그래? 반가워요. (손 내밀며 악수 청한다)
연이 : (어색하게 악수 받으며) 안녕하세요?
수석, 악수하며 살피듯 연이의 차림새를 보고 '진짜 디자이너 맞아?'하는 듯 약간 의아한 표정이다가 금방 활짝 웃어보이며
수석 : (연이에게) 이 옷들 중에서 내년 시즌에 유행할 옷을 한벌만 고랄봐라.
연이, 옷걸이 쪽으로 가 별로 어렵지 않게 한 벌을 골라낸다.
수석, 연이가 고른 옷을 보며 만족한 표정으로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인다.
수석 : (준희에게) 미스터유는 지금 저 방에서 회의중이다. 들어가 봐라, 난 하던 일이 있어서.
준희와 연이, 수석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는 모델들 연신 들락거린다.
준희, 연이를 데리고 회의실로 들어가면 유 지사장과 현지 직원들 패션쇼에 관해 회의를 하고 있다가 가볍게 손들어 아는체 한다.
지사장, 연이를 보고 잠시 놀란다.
준희와 연이, 자리잡고 앉고 그사이에도 다른 직원들은 패션쇼 초대손님명단과 현지의 반응 등에 관해 계속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준희,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어리둥절해 하는 연이에게 간간이 간략하게 설명해주는데
수석, 들어와 준희의 귀에 귓속말을 한다.
준희, 웃으며 고개 끄덕이면 수석, 연이에게 따라 오라는 손짓.
연이, 무슨 영문인지 몰라 준희와 수석을 번갈아 보면 준희, 연이예게 수석을 따라가라는 몸짓을 하고
연이, 여전히 영문을 몰라하며 수석을 따라 나간다.
S#54. 내실
비달 사순 광고처럼 머리, 화장, 의상이 변해 가는 연이.
S#55. 다시 사무실
어느새 정장차림으로 시계를 보며 서 있는 준희
잠시후, 가슴이 깊게 파인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연이가 내실에서 나온다.
입이 딱 벌어지는 준희.
연이, 몹시 쑥스러워 하며 준희에게 다가온다.
준희, 정신차리고 팔을 연이에게 내민다.
수줍게 준희의 팔장을 끼고 신발이 불편한지 비뚤 비뚤 걷는 연이.
S#56. 거리 (밀라노)
민, 택시를 타고 밀라노 거리를 달린다.
S#57. 호텔 앞
택시에서 내려 호텔을 보는 민.
S#58. 호텔 프론트
민, 프론트 직원에게 무언가를 묻는다.
고개젓는 직원.
실망하는 민.
S#59. 고급 레스토랑
준희와 연이, 몇몇 현지 디자이너와 모델들이 모여 식사중이다.
연이, 파인 앞가슴이 신경쓰이는지 자꾸 옷을 끌어 올리고
그런 연이의 모습을 귀엽게 바라보는 준희.
복잡한 식사도구들을 사용할 줄 몰라 준희가 잡는대로 따라 집는 연이.
가벼운 농담을 이태리어로 주고 받으며 웃는 주변 사람들.
연이는 긴장한데다가 무슨 말인지 몰라서 자꾸 실수를 한다.
일행 중 한 사람이 자꾸 연이에게 눈길을 준다.
파올로 : (준희에게) 모델 출신이냐? 무척 아름답다. 한국에 저렇게 예쁜 디자이너도 있냐? 니 애인이냐?
연이, 파올로가 자기를 힐끔 힐끔 보자 웃어 보인다.
준희 : (파올로에게) 아니다.
파올로 : 다행이다. (연이에게) 오늘밤 시간 있냐?
연이 : ???
파올로 : 밀라노 관광은 했냐? 밀라노의 밤은 환상적이다. 시간을 내 준다면 오늘 밤 밀라노의 모든 걸 소개 하고 싶다.
연이 : ???
파올로 : 사랑하는데 말은 필요 없다. 서로 느낌으로 통하는 거 아니냐.
연이 : ???
파올로 : (아무 반응 없자 준희에게) 통역 좀 해 줄래?
준희 : (끄덕이고 연이에게) 자기는 유부남인데 연애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는데요?
연이 : ???
S#60. 호텔 로비 (밀라노)
민, 소파에 기대어 깜빡 졸다가 깨어 벽시계를 보고 다시 자신의 손목시계를 들여다본다.
S#61. 택시안 (밀라노)
호텔앞에 와 서는 택시. 뒷자리에 연이와 준희가 타고 있다.
연이는 문 쪽으로 찌그러져서 자고 있다.
준희, 살살 흔들어보지만 계속 자는 연이.
기사가 돌아보고 웃는다.
S#62. 호텔 프론트
준희, 키를 받아 하나를 연이에게 주고 돌아서서 간다.
연이, 준희의 뒤를 따라간다.
S#63. 로비
소파에 눈을 감고 앉아있던 민, 말소리와 발자국 소리에 놀라 깨는 순간 세사람의 눈이 마주치고 모두 놀라 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