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의 여자 친구는 착한 아이였음 좋겠다.
남자 친구따라 집으로 놀러와서 맑게 웃을 수 있고, 자기집에서 하는 행동을 그대로 하는
데도 천해 보이지 않고, 예의가 몸에 익은 그런 아이였음 좋겠다.
내 아들의 여자 친구는 내 딸처럼 편한 아이였음 좋겠다.
내 아들이 없어도 맘놓고 우리집으로 놀러와서 내 아들을 기다리며, 이 방 저 방을
편하
게 다닐 수 있는 그런 성격좋은 아이였음 좋겠다.
그렇게 이 방 저 방에서 놀다가 늦게오는 내 아들을 향해, "야, 어디갔다가 이제야 와?"
하면서 크게 소리 질러놓고 웃으며 맞을 줄 아는 그런 아이였음 좋겠다.
내 아들의 여자 친구는 어른들이 있을 때는 방문을 활짝 열어놓고 장난치며 놀 수 있는
그런 성격이었으면 좋겠다.
둘이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아놓고는, 무슨 말인지 속닥거려서 어른들을 오히려 조심
스럽게 만드는 그런 천박한 아이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내 아들이 만나는 여자 친구는 개방적인 엄마 아빠에게서 자란 아이였음 좋겠다.
엄마가 시장을 나서면 엄마 팔을 잡고 조르르 따라나서며 "엄마 나 오다가 이쁜 옷
하나
봐 놨는데 사 줄래? 그럼 나 청소 더 열심히 할께." 하면서 어리광 부리릴 줄 아는 그런
아이였음 좋겠다.
어떨 땐 남자 친구 아버지인 나를 불러내서 "이쁜 옷 하나 봐 놨는데 하나만 사 주세요."
하거나, 내 아들과 술 마시다가 술값 좀 계산해 달라고 불러내 놓고 얼굴 붉히면서도, 맑
게 웃으며 내 팔에 매달릴 줄 아는 그런 아이였음 술값 계산하라고 카드를 맡겨놓고 오고
싶어서 참 좋겠다.
내 아들이 만나는 여자 친구는 집사람이 아프다는 연락을 받고는 열 일 재쳐놓고 달려와
간호해주고, 집안 청소며 밥상
도 차릴 줄 아는 그런 아이였음 좋겠다.
모르는 것이 있을 땐 부끄럽지 않게 쪼르르 와서 묻고, 내가 가르쳐주면 고맙게 받아들일
줄 아는 아이였음 좋겠다.
그리고 자기 잘못을 합리화하지 않고 고칠 줄 아는 그런 아이였음 좋겠다.
그리고 또 욕심이 생긴다.
내 아들이 만나는 여자 친구는 키가 너무 작지않았으면 좋겠다.
얼굴이야 조금 못 생기면 또 어떠랴!
이쁘게 성형하면 되지 않은가!
요즘은 세상이 좋아서 키가 작으면 수술도 가능하다고야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내 아들이 만나는 여자 친구는 맘씨가 이뻤으면 정말 좋겠다.
자라온 가정환경이 잘못되고, 부모들이 "공부만 잘하면 된다" 며 함부로 키워서, 젊은 사
람들의 기준이 옳고, 서구의 사고방식이 맞다고 얼굴 붉히며 따지는 그런 천박한 아이가
아니었으면 정말 좋겠다.
모처럼 쉬는 날이라며 저희들끼리 여행을 가고, 돈 아까운 줄 모르고 해외여행마져 예사
로 다니는 그런 생각없이 통큰 아이가 아니었으면 정말 좋겠다.
"우리도 늙을 건데 어른들께 잘 해야 나중에 우리도 우리 애들에게 그렇게 대우를 받지."
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아이였음 좋겠다.
내게 이런 소망이 있다면 사람들이 나를 보고 '요즘 세상에 그런 걸 바라는 니가 바보'라
고 말을 할 지 모르지만, 내 아들들은 그런 여자 아이를 만났으면 좋겠다.
요런 착한 아이를 며느리로 맞을 수 있다면, 로또 복권에 당첨된 것보다 기분이 훨씬 좋
겠다.
2011 년 1 월 10일 저녁 6시 56분,
권다품(영철)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