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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O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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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정보 스크랩 아시아 < INTO THE WILD > 24호 : 게으른자전거여행자의 방콕탈출기
e-bike 추천 0 조회 7 11.02.19 11:0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안녕하세요. INTO THE WILD 훈군입니다.


태국편  23호 여행기이후로 여행기가 뚝 끓겨 의아해하시고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여행 초반엔 짬짬히 시간있을 때 마다 나름 정성들여 여행기를 작성하고 인터넷 카페에 가서 업로드를 하고


 자기만족과 혹시나 여행기를 기다리고 계시는 분들을 위해


설레이고 기쁜마음으로 여행기를 올리고 회원분들이 달아주신 댓글에 힘을 얻었습니다.


휴~ 하지만 워낙 게으른 제 기질상 자전거여행하면서 꾸준히 여행기를 올린다는게 쉽지 않더군요.


여행기가 점점 밀리더니 나중엔 도저히 손 쓸 수 없을정도로 밀려 버렸고 그 때문에 밀린 숙제를 해야한다는 부담감도


은근히 가졌어요. 하지만 여행기에 얽매이긴 싫어서 에라 모르겠다하고 손을 놓아 버렸고


그 이후엔 제 개인카페에만 근근히 근황과 사진들을 즉흥적으로 시간날 때마다 올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시작했으니 기다리는 분들을 위해서도 예의가 아니것 같아 이전만큼 상세히 여행기를 작성하진 못하더라도


압축해서 최대한 간단히 저의 발걸음을 다시 돌아보려 합니다.


그럼 23호 태국편 저를 잠깐 설레게 했던 태국아가씨 이후의 이야기로 들어가보겠습니다.



끄라비를 훌쩍떠나 작년 7월29일에 태국 남동부의 섬 코 팡간으로 향했다.


코 팡간은 코 따오,코 사무이 사이에 위치한 섬으로써 한달에 단 하루 보름달이 뜰 때 벌어지는


아시아 최대규모의 해변파티 '풀문파티'로 유명한곳이다.


파티를 즐기는 서양인의 특성으로 웨스턴여행자가 붐빈다. 코 팡간에서 에릭을 다시 만났다.


혹시 에릭이 누군가 궁금하신 분들은 캄보디아 '씨하누크빌 이야기'편을 찾아보시도록~


이번 자전거여행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중 베스트 프렌드라 할 수 있는 친구다.



오랜만의 에릭과의 재회


우리는 편의점에서 맥주와 얼음을 사서 태국에서의 재회를 자축하고 있었다.


헌데 내가 머무는 방갈로옆 나무위에 정말로 무지하게 크고 화려한 새가 눈에 들어왔다.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는 새처럼 특이하게 생긴 녀석이라 우리는 맥주를 마시며 웃고 떠들며 새의 움직임을 감상했다.



헉! 그런데 그 두 마리의 새중 노란색 부리를 가진 녀석이 거대한 날개짓을 하며


우리가 맥주를 마시는 방갈로 베란다 테이블로 날아오더니 내 모자를 물고 장난을 친다.


우리는 화들짝 놀라 거의 자빠질뻔 했다. 위협적으로 크고 날카로운 주둥이를 가진 거대한 녀석이라


솔직히 겁을 먹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속의 나의 노트북이 걱정되지만 새가 공격하지 않을까 해서


노트북을 쉽사리 옮길 수 없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공포영화 '새'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어라? 이 녀석이 이번엔 우리가 마시던 커피를 쏟아 재낀다.


커피가 묻어 표면이 찐득한 나의 노트북은 잽싸게 빼내왔지만 이 녀석을 어쩐다.


이 개념없는 새는 사람을 겁내지 않고 우리의 평화를 깨 버리고도 맥주병까지 쏟아재끼고 떠날 생각을 안한다.


결국 나와 에릭은 빗자루와 밀대자루를 들고 천천히 다가가 녀석을 향해 휘둘러 겨우 ?아 버렸다.


새 덕분에 우리의 조촐한 술자리는 흥분과 긴장 공포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그 이후로도 새는 가끔 출몰해 리조트 방갈로에 머무는 손님들에 큰 위협을 주곤했다.


우리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도대체 이 새의 정체가 뭐냐고 물어보았는데


주인은 자기도 도저히 알길이 없다면서 확실한건 이 같은 종류의 새는 태국에선 서식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마 남미어딘가에서 넘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에릭과 나는 이 새의 이름을 지었다 'Big fucking crazy bird'


 지금도 나는 코 팡간을 생각하면 풀문파티보다 '미친새의 섬'을 떠올리곤 한다.




어쨋든 간에 미친새가 두세 마리 서식하긴 하지만 코 팡간의 해변은 파라다이스를 연상시킬 만큼 아름답다.


활동적인 한국인의 특성상 한국여행자는 스쿠버다이빙을 저렴하게 할 수 있는 코 팡간 옆의 작은섬 '코 타오'를 많이 찾는다.


파티를 즐기는 서양인들이 점령한 '코 팡간'은 동양인 여행자가 눈에 꼽을 정도다.


몇 안되는 코 팡간의 아시아 여행자인 내가 이곳을 2007년 2월에 이어 이번에도 찾은 이유는


'풀문파티'가 목적이 아니다. 코 팡간은 파티를 즐기기에 적합한 섬이기도 하지만 섬 자체를 구석구석 훑어보면


그 특유의 아름다움이 날 잡아끈다. 나는 코 팡간의 북쪽에 머물렀는데


파티가 많이 벌어지는 남쪽의 해변에 비하면 아주 조용하다.



'와타나방갈로'


2007년 2월 태국을 처음 여행할때 이 리조트에 머물렀는데 그 당시엔 150바트라는 아주 저렴한 가격이었다.


물론 그 당시엔 아주 자연친화적인 허름하지만 소박한 움막형태의 방갈로에 숙박을 했었다.


2년 반이 지난 지금은 전체적으로 리모델링을 해서 아주 깔끔하고 럭셔리하게 변모했고 가격또한 두배나 뛰었다.


하지만 300바트라고 해도 다른 방갈로나 게스트하우스보단 저렴한 편이라 난 다시 이곳을 선택했다.



오토바이 드라이브를 하다가 언덕위에서 바라본 코 팡간의 해변


연푸른 하늘색과 조금 더 짙푸른 푸른색의 바다, 그리고 초록의 우거진 야자수는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이 섬에서 나의 하루일과는 오전에 에릭과 함께 섬의 조그만 야외 헬스클럽을 찾아 운동을 한두시간 한후


두유를 한잔 마시고 함께 점심을 먹는다. 그런 다음 각자 할 일을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오후시간엔 오토바이를 이용해 섬 곳곳을 훑어본다. 섬에선 굳이 자전거를 타고 싶지 않다.


이 섬에선 좀 더 편하게 즐기고 싶다. 그런 다음 수영을 하거나 음악을 듣고 석양이 질 때쯤


에릭이 머무는 통쌀라(섬 남쪽의 중심가,내가 머문 북쪽엔 편의시설이 거의 없다)로 오토바이를 타고 가


함께 저녁을 먹는다. 그런 다음 맥주를 한두병 마신다. 특별한 것 없는 일과지만


좋은 친구와 함께 운동을 하고 밥을 먹고 드라이브를 하고 가끔 지루할땐 파티도 찾았으니


이 섬에서의 일상은 유유히 또 잔잔히 흘러가는 시냇물을 연상시켰다.



하지만 단 하루는 평화롭지 않은 날이 있었으니....


8월의 풀문파티는 8월6일에 열렸다.


코 팡간섬 남쪽의 해변 '핫린'비치에서 벌어지는 풀문파티는 해변에 만여명의 여행객들을 불러들인다.


해변엔 약10여개의 스테이지가 설치되있고 각 스테이지 마다 트랜스,하우스,힙합,테크노등등 장르별로 음악을 튼다.


 파티에 참석한 이들은 대부분 조그만 바가지를 들고(위스키와 음료수,박카스등을 섞은 정체불명의 술,메콩버켓이라 부른다)


이곳에서 저곳 스테이지로 옮겨다니며 격렬한 댄스파티에 빠져든다. 그러다가 지치면 백사장에 앉아 술로 목을 축인다.


백사장에서 술에 취해 자는 사람도 있다. 화장실은 따로 없다. 달빛만 비치는 바다안에 발을 담그고 볼일을 본다(심지어 여자도)


덥고 습한 날씨에 격렬히 몸을 흔드니 땀에 흠뻑 젖는다



티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는 나 -_-;


풀문파티는 젊음의 광기와 욕망의 배출구였다.


내가 본 최대규모의 파티였고 파티를 즐길줄 아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다시 이 섬을 찾을 명분을 얻는


멋진 파티였다.


과연 그 명성 그대로 거의 미친파티라 불러도 좋을 만큼 재미있었다.


 해가 뜰 때까지 계속되는 풀문파티! 해안가에서 희미히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깜짝 놀랐다!


'새벽 두세시나 ?을까 생각했는데 벌써 아침이란 말인가!!!!'


내 방갈로로 돌아가니 아침9시, 새벽내내 뛰어다니며 방방뛰고 마시고 했으니


하루종일 자전거 탄 것 보다 두배로 피곤하다.


하지만 정신은 이상하게 멀쩡하고 잠은 오지 않는다.


그때 '이제 크라비로 가자. 그리고 방콕으로 돌아가자!'라고 생각한다.


섬에서 충분히 즐길만큼 즐겼으니


에릭을 뒤로하고 혼자 다시 크라비로 돌아간다




크라비에서 '미스터 롱 bar' 친구들을 다시 만났다.


사실 크라비로 갑자기 다시 돌아간 이유는 이 친구들 때문이 아닌 '또'를 한번 더 만나고 싶어서였다.


'또'를 피해 크라비를 떠났는데 어리석게도 나는 코 팡간에서 그녀에게 연락을 취했고


마음이 오락가락하다가 결국 다시 오게 되었다. 하지만 그다지 현명한 판단은 아니었던 듯하다.


크라비에서 사나흘 머물면서 '미스터 롱 bar'식구들과 어울렸고 날 잠깐 혼란스럽게 한 '또'는 보지 않고


방콕으로 이동하였다.


열정의 도시 ,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


8월 15일 광복절을 맞추어 방콕으로 돌아왔다.


다시 만난 미국인 친구 '보비'


남부의 휴양지 크라비,코 팡간으로 향하기전 방콕에서 알게된 보비.


이 친구와 락 콘서트를 함께 가기로 해놓고는 내가 늦잠을 자 버려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트리고 말았다.


미안한 마음과 찝찝한 맘을 가지고 있었는데 방콕에서 다행히 다시 만나 사과를 하게 되 기뻣다.



방콕 골목에서 본 감동적인 장면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여성이 갑자기 멈추더니 병든 개에게 본인이 먹던 음료를 나누어준다.


태국인들의 동물사랑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보비와 패스포트 서점 여사장인 '요'


사진 오른쪽의 흰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요의 남편인 '놈'


부부가 함께 운영하던 패스포트 북샵은 뜨거운 방콕에서 내게 휴식처,아지트 같은 공간이었는데


내가 한달만에 다시 돌아오니 문을 닫게 되었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해준다.


이유는 놈과 요 부부가 뉴질랜드로 건너가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매우 소중한 일터인 안정적인 서점을 계속 운영하기보다는


아직 30대초반인 둘의 나이를 감안해 도전을 택했다는 것이다.


나도 그들의 용기있는 선택에 공감을 표했다.




방콕 시내의 모습


5시이후 퇴근시간의 방콕시내의 교통체증은 세계적으로 악명 높다.


보비와 나는 오후에 가끔 만나 방콕시내를 나들이 삼아 걸어다녔다.


방콕은 어디를 가든 무엇을 보든 내게 영감을 주는 도시다.


내가 방콕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것이다.




저렴하고 풍성한 길거리 음식


방콕의 또다른 이름은 '길거리 음식의 천국'이 아닐까?




방콕에서 사귄 태국친구중 한명인 '팽'


새로 오픈한 자신의 커피숍에서 나와 한컷!


팽은 나이는 어리지만 실력있는 재즈 기타리스트이다.


한번은 팽이 커피숍에서 저녁시간에 혼자 밥을 먹고 있는 날 위해


그의 친구와 둘이서 기타와 베이스를 이용해 즉석으로 리듬감 넘치는 재즈연주를 내게 선사해주었다.



다시 만난 일본인 친구들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만났던 시게(왼쪽에서 두 번째),야쓰코(중간에 얼굴만 찍힘),쿄헤이(가장 뒤에선),교코(젤 오른쪽)


자전거 여행자 쿄헤이의 권유로(꼬임에 넘어가) 시게,야쓰코,교코도 씨엠립에서 60달러짜리 자전거를 사서


씨엠립에서 라오스 루앙프라방까지 가려한다는 이야기는 19호(캄보디아편)에서 ?다.


능숙한 자전거 여행자 쿄헤이는 당연히 잘해낼 것이고 시게 또한 초보긴 하지만 문제없을거라 생각했지만


여자인 교코와 야쓰코가 씨엠립에서 루앙프라방까지 1000km가 넘는 구간을 도전한다는 것은 솔직히 힘들어보였다.


하지만 야쓰꼬와 쿄코의 완벽하게 그을린 구릿빛의 피부를 보고 난 흠칫 놀라며 '힘들지 않았냐'고 물어보았고


야쓰꼬는 해맑게 생글생글 웃으면서 '할 만하던데'라고 말하는 것 아닌가!!


이 일본여인네들에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태국북부 치앙마이를 거쳐 방콕까지 함께 자전거로 오는데 성공했다!!


그것도 한번도 자전거로 여행해보지 않은 조그마한 일본여자애가 말이다(물론 일행이 있긴 했지만)


이들은 선크림도 바르지 않고 맨얼굴로 그 뜨거운 태양아래 자전거를 탔다고 하니...



이곳은 방콕의 차이나타운


방콕에서 가장 볼거리가 풍성한 곳중의 하나다.


말린 닭!! 아니 오리인가?? 대가리를 보니 오리인 것 같구나



저녁에 다시만난 일본인 친구들과 함께


카오산 로드에서 미지근한 바람을 맞으며 맥주 한잔


윗사진 왼쪽의 두 친구는 쿄헤이(가장 오른쪽) 일행과 루앙프라방과 치앙마이에서 만나 합류했다고 한다.


일본친구들은 조용하고 아기자기 한 것이 특색인데 이 친구들은 성격이 아주 화통해보였고 외향적이었다.


술자리에서 한국인은 나뿐이었으나 전혀 소외감이 들지 않았다. 여행중 알 게 된 사이치고는


너무 즐겁고 친밀해보이는 이들을 보니 항상 혼자여행하는 나로서는 조금 부럽기도 했다.



방콕에서 만난 친구중 아주 독특한 친구중 하나인 '쭌'


불가리아 사람으로 쭌은 그의 한국이름이다. 손님 대부분이 한국인인 게스트하우스 '폴'에 머물렀는데..


한국어를 유창하게 잘해서 폴게스트하우스의 명물이었다. 정식 교육을 받은적도 없이


혼자 독학을 해서 한국어를 거의 마스터했다는게 놀라웠다. 방콕에 머무는 당시에도 낮시간에 근처 대학교 도서관에


혼자 책들고 공부하러 다니곤 하는 쭌은 우리로선 이해할 수 없는 친구였다.


여하튼 그의 어학센스는 놀라웠다. 그는 영어는 물론 한국어(아주 유창함),


태국어(유창하진 않지만 의사소통에 지장없을 정도)와 당연히 불가리아어도 구사했다.


한국이 좋아서 방콕 이후 서울로 들어가 고시원 방을 얻어 연세대 어학당에 다닐 예정이라고 했다.


나중에 소개하는 일본인 '나미'와 함께 '쭌'은 폴게스트하우스의 두 외국인 명물로서 한국여행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방콕 두씻 지역에 있는 유럽풍 궁전인 '아난따 싸마콤 궁전' 이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졌고 1930년까지만 해도 궁전과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내가 크라비에서 인사도 않고 쪽지 한 장 남기고 훌쩍떠나 버려


당황스러우면서 섭섭했다던 명한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진


방콕의 시크교도와 명한이



쌈쎈거리의'나의 집' 폴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갈땐 파쑤멘 요새옆의 조그만 다리를 하나 건너야 하는데


그 다리밑의 하천에는 괴 생물체가 살고 있었다.


처음 보았을땐 악어라 생각했으나 이런 대도시 하천에 악어가 있을리 없고


파충류과인 거대한 도마뱀의 한 종류라고 막연히 예상했으나


우리는 그냥 괴물이라고 불렀다



8월말에 대구의 친구몇명이 방콕으로 휴가를 맞춰왔다.


그중 혼자 들어온 '율양'이라고 하는 친구를 마중나가 픽업하고 팽의 커피숍에서  


나와 명한이 율양(중간)




그 친구가 방콕에 온날 엄청난 비가 내려 카오산 로드가 물에 잠겨 버렸다!


동남아 우기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하루였다. 카오산 로드 근방이 온통 물바다가 되 버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종아리까지 찬 물길을 헤치며 이제는 조금 약해진 빗방울을 맞으며 돌아가야 했다.


방콕의 숨겨둔 또다른 친구와 함께


폴 게스트하우스에서 한국인 자전거여행자를 만났다. 박모 형님.


형은 당시 여행시작한지 얼마안된 풋내기 자전거여행자인 나와는 달리 구릿빛 보다 더한 진흙빛으로 그을린 피부와


바짝말라 아프리카 원주민을 연상시키는 몸매를 지녀 강한 포스를 풍기는 '아~자전거 여행하면 저렇게 되는구나'라는


말이 나오게끔 만드는 그런 여행자였다.


박모 형님은 중국과 베트남,라오스를 거쳐 태국으로 들어왔고 당초 계획은 좀 더 전진하는 것이었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형이 내게 안동 하회탈을 선물로 주었다.


한국전통문화를 대변하는 조각품이라 핸들바에 매달 가치가 충분하다.



방콕에서 한달반 동안 나의 거처였던 방.


오른쪽 벽면에 추상적으로 묻어있는 정체모를 무언가를 제외하면 단촐하지만 깔끔한 방이다.


게스트하우스의 다른 방보다 빛이 안들어와 시원하여 나는 '동굴'이라 이름 붙였다.




타지에서 짬뽕과 짜장면을 먹으니 치열해 질 수 밖에



폴 게스트 하우스의 특별할 것 없는 아주 일상적인 모습이다.


누구는 노트북으로 무선인터넷을 하고, 누구는 누워서 뒹굴고


누구는 멍하게 앉아있고 누구는 수다를 떨고


거실바닥의 타일 표면이 시원해서 잠을 잘 때를 제외하곤 이곳에 머무는 나그네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거실에서 유유자적하게 보낸다.



이것은 튜브에 공기를 주입하는 소형펌프.


일본인 자전거여행자 친구 '쿄헤이'가 내게 선사한 소중한 선물이다.


맥주를 한잔하면서 서로 그동안의 안부를 주고받던중


내가 캄보디아에서 펌프를 잃어 버려 여기 방콕에서 하나 살 예정이다라고 말하니


쿄헤이가 그러지 말고 자기것을 내게 주겠다는 것이다. 본인에겐 펌프가 2개가 있으니 상관없다고 센스있게도


펌프표면에 매직펜으로 '행운을 빈다-쿄헤이로부터'라고 적어 내게 내민다.


아직까지 그가 내게 준 펌프를 유용하게 잘 쓰고 있으니 .....아리가또 쿄헤이!!



일본인 '이토 나미'


한국인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유일한 일본인이었던 나미는 항상 생글생글 웃고 애교덩어리에


배려심까지 갖춘 아주 귀엽고 착한 일본인 친구라 당시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던 '한국오빠'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명한이가 떠날 때 본인이 직접만든 팔찌를 선물해주었고


나에게 역시 나미표 핸드메이드 발찌를 선물해주었고


당시 정든 여행자가 떠날 때 마다 정성이 듬뿍 담긴 무언가를 선물해주었으니


나미의 따뜻한 마음씨에 감동받은 여행자가 나뿐이 아니었다.



나미가 떠나기 전날 한국오빠들의 주선으로 근방의 중국인 음식점을 찾아


육류와 생선,야채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되는대로 시켜 진수성찬의 저녁을 나미에게 선사한다.


사진을 보면 나미외엔 모두 한국오빠들이다 (나를 포함해)-_-;;



본인이 애지중지 하는 한국전통부채를 들고 멋들어지게 담배를 피고 있는 이사람은


부산사나이 동훈이형. 사실 방콕하면 이 형의 능글맞은 웃음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내 인생에서 만난 모든 인연을 통틀어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웃긴사람이다.


특히 형의 특기는 음담패설인데 이렇게 음담패설을 야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담백하게 하는 사람은 처음보았다!


폴게스트하우스 거실에서 형이 구수한 부산사투리로 파격적인 음담패설을 늘어놓을 때면


나를 포함한 남성여행자들은 배를 잡고 뒹굴며 크하하하하 큰소리로 웃을 수밖에 없다.


한번은 나와 형이 황당하게 웃긴 인터넷 만화를 함께보다가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란 대목을 발견했다.


그후로 우리는 그 대사를 활용해 예를들면 '훈아! 오늘 날씨 겁나게 덥네. 아이스커피나 한잔 먹으러 갈까?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 '형. 롯데 아무리 인기있으면 뭐해요! 그래봤자 꼴찌인데 ㅋㅋ 역시 최고명문은 삼성이죠! 하지만 내여자한텐 따뜻하겠죠'


이렇게 말하면서 둘이서 으하하하 웃곤했다.


주위의 다른 여행자들은 '저 녀석들. 뭐하는 놈들이지?'라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싱겁지만 뭐 어때? 즐거우면 그만이지!



수준이 비슷해서 나는 동훈이형이 좋다  



한달반이란 오랜시간 동안 정들었던 그래서 발걸음을 떼기가 너무 어려웠던 방콕, 그곳의 모든 인연을 뒤로하고


아유타야로 이동하였다. 아유타야로 향했던 날짜가 9월15일, 태국비자가 9월22일까지라 더 이상은 지체할 수가 없었다.


사실 아유타야 이후 농카이까지 자전거로 이동하면서 태국 북부에서의 시간을 여유롭게 가질 생각이었으나


방콕이란 위험한 블랙홀에 빠져 시간을 너무 소비해 버렸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당일치기로 방문해


유적지만 보고 빠져나오는 그곳 아유타야 또한 독특한 매력으로 내게 다가왔고 그곳에서 만난


'묵'이란 호의적인 태국인 친구의 영향으로 일주일이나 보내고 만다. 아유타야에서 비자만료일이 하루밖에 남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태국에서 라오스로 향하는 국경도시인 농카이까지는 기차를 이용하였다.


그러고 보니 태국에서 석달동안 자전거를 탄 구간 거리가 300km도 되지 않으니


태국은 자전거여행을 했다고 말할 수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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