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요즘은 때를 씻기 위해 목욕을 하는 일은 거의 드물어졌지요. 또한 우리의 목욕 문화도 많이 변해서 그런 일차적인 목적보다는 기분전환과 스트레스 해소, 또는 친교의 목적으로 목욕탕이나 사우나, 찜질방을 많이 찾습니다.
목욕은 몸만 즐거울 뿐 아니라 마음도 가볍고 상쾌하게 합니다. 더불어 목욕 뒤에는 몸이 맑고 깨끗해지는 느낌을 받을 뿐만 아니라 영혼까지도 거듭나는 듯한 개운함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은 그런 흔한 일상의 느낌을 담아낸 결코 흔하지 않은 그림들을 찾아 소개하고,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순간적인 동작을 포착한 생생한 그림아래 그림은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일레르 제르맹 에드가 드가(Hilaire Germain Edgar Degas, 프랑스, 1834-1917)의 목욕을 주제로 한 작품입니다. 우리에게는 발레 무용수와 경주마를 주제로 한 드가의 그림들이 더 잘 알려져 있으며, 거리풍경이나 연주회장을 비롯하여 빈민가의 세탁부나 가정부, 재봉사와 같은 평범한 인물과 "목욕 뒤(After The Bath)"란 제목처럼 평범한 우리네 일상과 관련한 작품들도 다수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 여인이 목욕을 준비하거나 목욕통에 들어가고 나오는 순간적인 표정과 몸짓, 자세, 감정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또는 목욕통 안에서 목욕하는 모습이나 목욕 뒤에 몸의 물기를 말리거나 닦는 모습, 또는 목욕 뒤 바로 머리를 빗는 모습 등 순간의 생생한 느낌을 실감나는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
 |
|
▲ 에드가 드가(Edgar Degas, 프랑스, 1834-1917)의 자화상(Self Portrait), Oil on canvas, 1863, Museu Calouste Gulbenkian, Lisbon, Portugal |
|
|
그림을 감상하기에 앞서 이해를 돕고자 옆에 드가가 직접 그린 자화상과 함께 간략하게나마 그의 약력을 덧붙입니다. 드가는 1934년, 프랑스 파리에서 상류 가문의 부유한 은행가 집안에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1947년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와 할아버지, 아버지는 그의 어린 시절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화가가 되고자 했던 그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가업을 계승하기 위하여 법률을 공부하였습니다. 그러나 1853년 그가 하던 공부를 그만 두고 화가를 지망하여 1855년 미술학교(Ecole des Beaux-Arts)에 들어갑니다. 8년 동안의 중학교 수업이 학교 교육의 전부였던 그의 학창시절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공상의 세계에 빠져드는 일이 허다하고 주의가 산만한 학생이었습니다.
드가는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루브르미술관(Musée du Louvre)에서 모사화 그리는 일을 시작합니다. 가업을 이어가리라고 기대했던 아버지는 장남인 그가 화가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바라지 않았지만, 그는 비교적 빨리 자신의 길을 선택하였으며, 고전주의의 대가 앵그르(aean Dominique Ingres, 프랑스, 1780-1867)에게 배웠고, 1854-1859년에는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오랜 거장들의 작품을 연구하기도 하였습니다.
노동자 계급과 일상을 담아낸 드가1859년-1865년 사이에 파리 미술계의 일원이 되었으며 비슷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가진 마네(Edouard Manet, 프랑스, 1832-1883)와도 우정을 쌓으며 영향을 받습니다. 이 시기에 대중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살롱전에 출품할 노동자 계급의 일상을 주제로 한 새로운 표현방식의 작품제작에 몰두하며 엄청난 양의 작품을 내놓습니다.
그러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혹평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가는 아버지가 축적해 놓은 부 덕분에 경제적인 안정을 누리며 그림작업을 할 수 있었고, 점차 그의 작품도 인정을 받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주위에는 완고한 비난자와 함께 지지자도 있었던 것입니다.
1873년 12월부터는 당시 신랄한 비난의 대상이 되고있던 인상파 전시회에 세잔(Paul Cézanne, 프랑스, 1839-1906), 모네(Claude Monet, 프랑스, 1840-1926), 피사로(Camille Pissarro, 프랑스, 1830-1903) 등의 인상파 화가들과 조합을 결성하고 전람회를 엽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그 전람회는 실패하였으나 뛰어난 데생 능력을 지녔던 드가는 잇단 전람회 출품으로 폭넓은 찬사도 받습니다.
미술품 수집에도 열중했던 시인, 조각가, 사진가 1880년-1890년대에 들어서면서 마침내 드가는 명성과 부도 얻습니다.흙과 브론즈를 조각했던 조각가이자 시인이었으며, 사진작가로도 활동했던 드가는 동시에 당대의 가장 통찰력 있는 안목을 지닌 수집가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당시로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고갱(Paul Gauguin, 프랑스, 1848-1903), 고흐(Vincent Van Gogh, 네덜란드, 1853-1890) 등의 작품들을 수집하기도 합니다.
자의식(自意識)이 강한 성격 때문에 드가는 일생을 독신으로 보냈으며, 그의 인간 혐오증은 늙어갈수록 더하였습니다. 30대 중반부터 시력이 나빠지기 시작하여 나이가 들면서 드가도 귀가 어두워졌고 모네와 마찬가지로 눈마저 기능을 잃었으나 말년까지도 매사에 집요하고 엄격하기까지 했던 청년시절의 생활에서 흐트러지지 않았으며, 관습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현 양식과 기법을 발견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고독하였지만 평화로운 가운데 1917년 12월 파리에서 83년의 생애를 마쳤습니다. 대표작으로는 파리 오르세미술관에 소장된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1876)"을 비롯하여 "무대위의 발레연습(1874,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다림질하는 여성(1884-6, 오르세미술관)", "목욕통(1886, 오르세미술관)"을 비롯한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많은 작품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
|
▲ 목욕통(The Tub), 1885-86. Pastel on paper. Hill-Stead Museum, Farmington, CT, USA |
|
|
|
 |
|
▲ 목욕통(The Tub), 1886, Pastel on paper, Musée d'Orsay, Paris, France |
|
|
|
야외의 태양 빛이 순간순간 그려내는 색채의 변화와 조화에 관심을 가졌던 동시대의 다른 인상파 화가들과는 달리, 드가는 실내의 화실에서 마치 사진가의 시각으로 일상적인 순간의 움직임과 균형의 미묘한 조합을 포착하는데 흥미를 느꼈고 더 관심을 쏟았습니다. 재료나 방법의 제한 없이 인체의 미묘한 동작과 인간형상을 표현하는 속도감 있는 붓질을 사용하였던 것입니다.
감상하는 것처럼, 위 두 그림을 그릴 당시의 드가는 복잡한 기법과 정확한 소묘 능력, 솔직하고 대담한 표현으로 처음 시도하는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을 신선하고 화려한 색채감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이전의 초상화 작업은 감소하였고, 인물의 순간적인 표정이나 동작을 잡아 그 상황을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과 같은 새로운 각도에서 부분적으로 부각시키는 수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은밀한 일상이 신선하고 편안한 느낌으로같은 '인상파'로 분류되는 르누아르(Auguste Renoir, 프랑스, 1841-1919)의 화려하고 우아한 무용수와는 달리 드가가 그린 무용수는 가난한 노동자 계층으로서의 무대 뒷모습과 순간의 표졍, 그리고 인간적인 고뇌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우아한 배경 대신에 구부린 채 다림질하거나 하품을 하고있는 여성노동자의 형상을 인간적인 연민을 담아 그려내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위 두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목욕을 준비하거나 목욕하고 있는 순간의 아주 개인적인 표정이나 은밀한 일상조차도 전혀 천박스럽지 않게 진실로 가득찬 그림으로 담아 내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구도에서 탈피한 새로운 시각과 커튼으로 스며드는 부드러운 빛과 명암이 더욱 신선한 채색으로 다가옵니다.
 |
|
▲ 발을 닦고 있는 여인(Nude Wiping Her Foot), 1885-86, Oil on canvas, Musée d'Orsay, Paris, France |
|
|
|
 |
|
▲ 머리를 빗는 여인(Woman Combing Her Hair), 1885-86, Pastel on cardboard. The Hermitage, St. Petersburg, Russia |
|
|

아침의 입욕

목욕하는 여인2

목욕하는 여인3

몸치장
|
더운물에 풍덩 빠져들면 마치 편안한 어머니의 자궁 속에라도 다시 들어온 듯 온 몸이 편안해지기도 하지요. 이렇게 우리의 일상 가운데 자신에 대한 방어자세를 풀고 원초적인 만족감에 젖어볼 수 있는 일도 그리 흔치는 않을 것입니다.
인상파 화가 드가의 화폭에 포착된 목욕하는 여인들은 그 동작이 매우 다채롭고 생동감이 넘칩니다. 또한 드가의 그림 가운데에는 목욕중인 여인뿐만 아니라 목욕 뒤에 몸에 남은 물기를 닦거나 말리는 모습도 그리고 있으며, 오늘 소개한 위의 두 그림에서 감상하는 것처럼, 목욕 뒤에 채 마르지 않은 몸의 물기를 구석구석 닦아내고 머리도 빗는 순간적인 형상과 그 때의 말끔하고 개운한 분위기와 느낌까지도 그대로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내밀한 목욕의식이 경건한 느낌으로특히 창을 커튼으로 가린 실내의 분위기를 자연의 햇살만큼 강렬하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고 은은한 빛과 색채로 조합하여 투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드러운 명암에 파스텔그림 같기도 하고 거친 데생의 속도감 있는 붓질 같기도 한 독특한 기법을 통하여 이러한 분위기를 한층 더 실감나게 자아내고 있습니다.
몸의 물기를 닦거나 말리고 머리를 빗는 여인의 모습과 그 분위기를 묘사한 위 두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독자로 하여금 마치 자신과 마주하고 있는 은밀한 내면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그리고 드가 특유의 귀족적인 표현으로 여성들만의 내밀한 목욕 의식을 차분하고 진실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들며, 남자에 비해 더 거룩하고 경건한 이미지로 바라보게 합니다.
더불어 위 처음의 두 그림은 목욕하는 여인을 통하여 자신만의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주며, 마지막 두 그림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거나 발을 매만지는 여인의 모습은 한가로움과 넉넉함, 심지어는 졸음과 함께 찾아오는 안온한 행복감과 지극한 평화를 전해줍니다. 또한 목욕 뒤에 만나는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위 드가의 네 그림의 진정한 주제는 행복과 평화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드가의 위 작품은 삶이 우리에게 언져주는 스트레스나 무게를 다 날려 버린 듯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새로운 희망을 얻은 그 한 순간의 표정과 동작, 그리고 그 때의 감정까지도 포착하여 표현한 그림들입니다. 우리의 일상 가운데 그 아름답고 평안하며 행복한 순간을 결코 흔하지 않은 그림으로 함께 느끼고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과거 고전 미술의 정형화되고 박제화된 누드와는 달리, 위 드가의 그림은 정직하면서도 익숙한 우리 일상 한 가운데의 자연스러운 벌거벗음으로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아직 채 마르지 않은 물과 비누 냄새에 어우러진 피부의 개운한 느낌까지도 자연스러운 벌거벗음으로 솔직하고 생생하게 전해져 옵니다.
유화, 파스텔, 수채화, 목탄화 등 드가는 거의 모든 테크닉에 능했던 화가
드가는 이러한 천재적인 테크닉을 이용해 주로 순간적인 동작과 인물들의
예기치 않은 움직임을 크로키하듯 포착해내곤 했는데
원근법과 화면의 중앙을 비워 두는 구도를 통해 화가가 매료되었던 일본
목판화의 영향이 드러난다
고동색톤을 배경으로 인공 조명의 제한된 빛이 인물을 비쳐 주면서 음영의
대비가 강조되며 미세한 동작 하나하나가 그대로 노출 되어
사진적 구도를 보여주는 드가만의 감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인물도 똑같은 동작을 취하고 있지 않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드가 - 무대위에서의 발레 연습 - 파리 루브르 박물관
드가는 발레 무대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여 발레 무희들을 담은 작품을 많이
제작하였습니다
위의작품은 1874년 제 1회 인상파전에 출품되었는데 모네, 르느와르, 세잔,
피사로,시슬레의 작품과 함께 사람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드가는 사실 그의 동료들만큼 반항적인 정신을 지니지는 않았지만 당시의
신문은 그의 그림에 대해 "이것은 정신이상자의 작품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라고 할 정도로 혹평을 했다

첫댓글 무용수들 넘 아름다워여...일상적인 모습을 그린 작품들도 정겹고....색채가 은은하고...따스하네여....감사합니다....^^*
그림 감상 잘하고 갑니다. 미술에는 문외한 인데 조금씩 배워가는 즐거움 ...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