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나들이에서 뜻밖의 감동을 만나는 것보다 기분 좋은 건 없다. 대구 팔공산 순환도로를 따라 달리다 만나게 되는 송림사는 바로 그런 사찰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화사니, 파계사니 하는 팔공산 자락의 그 유명한 대찰과 고찰만을 앞다퉈 찾아갈 뿐 끝자락에 자리한 송림사에 눈길을 주는 이는 드물다.
대웅전
깊은 산 속에 자리한 여느 사찰과 달리 송림사는 씽씽 차들이 내달리는 차도 바로 이웃에 위치하고 있다. `설마?`하는 심정으로 담장 너머로 절 마당을 기웃거리다 보면 ‘따악!’ 눈이 맞고 만다. 바로 그 잘 생긴 전탑과!
대웅전 앞마당에 늠름히 솟은 5층 전탑은 한 점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지난 날의 연륜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석탑이 주종을 이루는 우리나라에선 벽돌탑인 전탑은 거의 찾아보기 드물다. 중국에서 받아들인 전탑은 안동 신세동 7층 전탑과 동부동 5층 전탑, 조탑동 5층 전탑 등 안동지역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게 특징인데 이 곳에서도 자리하고 있다.
전탑
보물 189호로 지정된 송림사 5층 전탑은 폭 7.5m, 높이 16.1m로 순수하게 구운 벽돌로 쌓아올렸다. 탑의 상륜부까지 오롯이 갖추고 있는 이 탑은 미술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희소가치 또한 높다. 탑의 겉모양뿐만 아니라 탑 주위에서 발견된 유물 역시 소중하게 보관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1959년 탑을 해체 수리할 때 상감청자원형합과 은환, 향목, 목실, 옥류, 금동제원륜, 금은제 수형장식구, 녹색유리제사리병, 목불상과 함께 발견됐는데 모두가 보물 325호로 지정됐다. 이 중 제일 귀중하고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건 전탑 안에서 나온 ‘금동제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라고 한다. 이들 유물은 국립 대구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다.
송림사는 서기 544년(신라 진흥왕 5년) 각덕조사(명관)가 진나라 유학 후 귀국하면서 가져온 부처님 진신사리 4과를 봉안하기 위해 창건한 사찰이라고 한다. 그 후 몽고군에 의해 폐허가 된 것을 조선시대에 중창했으나 임진왜란 때 다시 왜병들의 방화로 가람이 소실됐다. 1686년(조선 숙종 12년) 기성대사에 의해 대웅전과 명부전이 중창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송림사는 소나무 숲에서 절이 솟아났다는 재미있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어느 추운 겨울날 마을 부잣집에 초상이 났다. 장사 지내기 전날 밤 상주의 꿈에 어떤 노인이 나타나 “내 시키는 대로 한다면 너의 집안은 복을 누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큰 화가 미칠 것이다. 장례를 끝마치기 전에는 누구에게도 물건이나 음식을 주지 마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돌담이 인상적인 송림사
조상님이 현몽해 일러주신 것으로 믿은 상주는 아침부터 조상객이나 인부들에게도 음식을 먹지 못하게 했다. 인부들은 모두 배가 고팠지만 참고 일했으며 마을사람들도 추위 속에서 장례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지나가는 걸인이 음식을 구걸했지만 상주는 떡 한 쪽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장례식이 끝나기도 전에 음식을 챙겨 집으로 돌려보내 버렸다. 그러나 인부를 시켜 집으로 돌려보낸 음식이 걱정돼 자신이 직접 뒤쫓아가기로 하고 남아 있는 인부들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절대로 장례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주지 말게. 품삯은 두 곱으로 쳐주겠네” “염려 마십시오.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다 불살라버릴 테니까요.”
인부들에게 다짐을 받은 상주는 허겁지겁 집으로 달려갔다. 산에서는 인부들이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일을 했고 마치자마자 지푸라기 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 한곳에 쌓아 태우기 시작했다. 이 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위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거지아이가 모닥불 옆으로 다가와 떨며 애원했다.
“저는 오늘밤 얼어 죽을 것 같습니다. 제발 그 가마니 한 장만 주십시오”
측은한 마음이 든 인부들은 상의 끝에 헌 가마니 한 장을 줘 보내고 연장을 챙겨 막 내려오는 순간, `펑!`하는 소리와 함께 거지아이가 가고 있던 그 자리에는 웅장한 절이 생기고, 가마니는 그 절의 대웅전에 걸려 있었다.
그 후 상주 집안은 점점 몰락하고 대도 끊기고 말았다. 그러나 거지아이에게 온정을 베풀었던 인부들은 점점 살림도 늘고 자손도 번창했다. 절의 이름은 소나무 숲에서 생긴 절이라하여 ‘송림사’라 했다 한다.
마당이 정원처럼 아름다운 송림사 이웃에는 조선시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후 축조된 가산산성이 있다. 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새로 지은 강당
*가는 요령
경부고속도로 동대구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4번 국도를 이용해 아양교 방향으로 약 4㎞ 정도 달리면 팔공산 순환도로의 초입에 다다른다. 여기서 팔공산 순환도로를 타면 된다.
*먹거리
송림사 앞에 자리한 요산요수식당(054-976-6518)은 옻닭 요리로 유명하다. 옻나무를 삶은 물에 토종닭, 오골계를 넣어 백숙을 만들어낸 것으로, 피부병에 효과가 좋은 건강식이다. 황토진흙을 발라 구운 오리와 닭요리도 별미다. 동의보감에 처방된 약제 18가지를 가미해 전통 진흙구이 방식으로 구워낸 요리는 맛이 독특하고 건강식으로 환영받고 있다. 특히 여름이면 식당 앞으로 흐르는 계곡에 30~40 명이 앉을 수 있는 정자가 있어 맛과 멋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동아닷컴> 이준애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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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송림사,저도 가끔 갑니다._()_
팔공산 갓바위는 몇 번 다녀 왔는데 ... 송림사 먼저 이렇게 다녀갑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