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때.
그날 따라 아침을 먹었는데도 저는 배고픔을 느꼈습니다. 2교시 마치는 종소리에 맞춰 친구와 매점으로 발을 옮겼습니다.
그 당시 매점은 학교 뒤편에 있었습니다. 교내 규칙이 슬리퍼를 신고는 매점에 못 가게 되어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교칙을 지키는 사람이 몇이나 있었겠습니까? 저는 당연히 슬리퍼를 신고 매점으로 갔습니다.
컵라면과 빵을 샀습니다. 컵라면에 물을 담고 빵을 한입 베어 물었습니다.
어둠의 그림자는 여기서 드리우기 시작했습니다.
하필 그 시간에 저희 교감 샘이 슬리퍼를 신고 매점에 온 놈들을 일망타진하러 온 것이었습니다.
그때 교감 샘은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으셨고 키가 크고 건장한 체격에 학교에 대해 매우 적극적이신 분이셨습니다.
저는 순간 입에 있던 빵을 오물거리며 매점입구에서 교감 샘과 한차례의 아이컨택을 한 뒤였습니다.
교감 샘은 ‘움직이지 마’라고 큰소리로 외마디를 치셨습니다. 전 당시 기억으로 “ 이거 잡히면 작살나겠는데..”라고 생각했습니다. “뭐 그 정도 가지고 얼마나 혼나겠어?” 라고 생각 못한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교감 샘이 포획 망을 좁혀 오고 있을 때 였습니다. 교감 샘이 잠깐의 한눈을 판 사이, 그때 제 몸은 이미 반응 중이었습니다. 교실을 향해 달리고 있었습니다.
교감 샘도 뛰는 저를 보고 당황하셨는지 “야 ! 너 거기서!”라고 하시며 그 주위의 “모든 아이들”을 포기 하고 저만 잡기 위해 뛰셨습니다. 그땐 제가 순수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뒤를 안돌아 봤으면 안 들킬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런닝이..
본관으로 들어가서 저는 냅다 뛰었습니다. 3층까지 죽을힘을 다해 뛰어 올라 갔습니다.
교감 샘도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그 나이에 계단을 한번에 3-4개나 뛰어 올라 오는데 어찌나 잘 뛰시던지
3층으로 뛰어 가서 저는 친구가 있는 반 앞문으로 들어갔습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리고 능청스럽게 친구에게 말을 걸며 뒷문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그때 막 교감 샘이 뒤늦게 헥헥 거리며 앞문에서 나타나시는 겁니다. 전 이때가 굿 타이밍이라 생각 하고 뒷문으로 슬며시 나가며 속으로 '나이스'를 외치며 저희 반으로 무사 귀환했습니다.
하지만 3교시 내내 맘속은 타들어갔습니다. 또 한편으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매점에 있었던 놈들을 살려낸 영웅이라고..
그리고 별 탈 없이 4교시 체육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나왔는데 옆 반 친구가 제게 말을 하는것입니다.
'담임호출,,,,'
알고보니 제가 체육시간이었을때 교감샘이 방송까지 하셨던것입니다. 아까 그 쉬는 시간에 매점에서 나랑 달리기 한 놈 빨리 나오라면서..
얼굴까지 봤다고. 자수하라면서.
담임 샘에게 가니 담임샘은 관심 없으신지 그냥 교감실로 가라고만 했습니다.
교감실로 내려가는 내내 잡생각을 다 했습니다. 징계를 받거나 부모님 모시고 오라. 맞으면 어쩌나.
막상 들어가니 교감 샘은 오전에 저와 했던 추격전 탓인지 지친기색이 있으셨으나 온화한 미소로 말씀하셨습니다.
자네가 아까 그 학생인가?
전 바로 꼬리 내리며 말씀드렸습니다. 교감선생님 죄송합니다. 바로 사죄를 드리니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라고 하시며 돌려보내 주셨습니다.
교감실 나오면서 어찌나 가슴이 후련하던지.
그날 이후로 저는 매점을 끊었습니다.
아직도 죽을힘을 다해 학교안을 뛰었던 그날을 생각하면 두발이 저려옵니다.
이상입니다
글 읽어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별 감흥 없었을 테지만 시간 내주신것에 감사합니다~
첫댓글 재밌는 이야기군^^ 나중에 최종적으로 정리할 때는 본문 중에 "ㅋㅋ"와 "....."와 "~"를 빼고 글을 올리시길.
예~ 교수님! 알겠습니다.
'교감 샘은 키가 크고 늘씬하시며~' 여자교감샘?
수정해야 겟네요 ㅋㅋ
남자에요 ㅋㅋ
니가 1빠구만?
교감 선생님은 "나는 한 놈만 패" 수준으로 달리셨구나. 글 중에 나오는 ^^, ~, 눈에 거슬리는 구나.. 빼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