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쌀 협상 결과에 대해 산지 농업인들은 반발 속에서도 특히 수입쌀 시판 허용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책마련 목소리=원광진 경기 양주연합미곡종합처리장장은 “수입쌀 시판이 가장 큰 문제”라며 “값이 싼 수입쌀이 시판되면 도시지역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농촌에서도 상당수가 수입쌀을 구매할 것으로 보여 국산쌀 판매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정호 강원 철원쌀연구회장도 “찐쌀 등 다양한 형태의 수입쌀이 불법·편법유통되던 터에 수입쌀이 풀리면 국내 쌀 생산과 소비기반을 점차 잠식하게 될 것”이라며 “이제부터라도 농업인은 수량보다 고품질에 중점을 둘 때”라고 충고했다.
수입쌀 시판에 따른 현장 대책도 제시하고 있다. 이범락 한국양곡가공협회중앙회장(경북 의성)은 “외국쌀과 국내쌀이 혼곡되는 것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면서 “외국쌀이 시판되더라도 국내 쌀산업과 관련이 없는 일반 대형 유통업체에서는 취급할 수 없도록 하고 현미로 수입된 쌀은 반드시 국내 미곡처리장을 통해 가공토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확실한 소득 보전책 기대=김경환 쌀전업농 강원도연합회장은 “농가나 정부 모두 일본·미국산 등 수입 고품질·고가미 시판에 대한 준비도 대책도 없는 게 문제”라며 “완전미 생산유통을 위해 미곡종합처리장의 쌀 가공시설을 개선하고 생산이력제의 확대 시행과 고품질 볍씨 개발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3만평 벼농사를 짓고 있는 전업농 김모씨(48·전북 김제시 죽산면)는 “의무수입량을 늘려가는 게 농업인에게 이로운지, 아니면 관세화하는 게 이로운지 냉철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소농에 대해서는 소득보전의 폭을 넓혀 안심하고 영농에서 은퇴할 수 있도록 하고, 전업농에 대해서는 수입쌀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경쟁력 강화 방안을 병행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권성호 경남 하동 옥종농협 조합장은 “현재 정부의 쌀 재협상 결과와 대책 발표내용에 농가를 안심시킬 수 있는 명확한 방안이 부족한 게 아쉬운 점”이라며 “쌀시장 개방으로 인한 소득보전 대책을 좀더 구체적으로 빠른 시일 안에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쌀 전업농인 김영일씨(54·전남 나주시 동강면)는 “우리 농업을 생각하고 농민을 위한다면 실질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장기 대책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하고 “특히 외국쌀 판매를 일반인에게 맡길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생산자단체에서 판매관리를 총괄케 하고 최종 감독권은 정부가 맡아 무분별한 외국쌀 유통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구조조정과 수출 기회로=쌀 관세화 유예기간을 쌀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강원 고성농협연합미곡처리장 신영균 분사장은 “지난해 전국 대형 판매망을 뚫으며 냉정한 시장경제를 느꼈다”면서 “쌀맛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소비자들은 꾸준히 그 상품을 찾게 되고 유통업체도 그런 추세로 나가게 될 것”이라며 품질 향상을 위한 농가와 지역 단위의 노력을 요망했다.
이번 쌀 협상을 쌀 수출 기회로 삼자는 발상도 나오고 있다. 관계자들은 “완전미 시설만 갖춘다면 일본이나 중국 부유층을 겨냥한 쌀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이를 위해 쌀 수출단지를 적극 조성해 집중 지원하고 김치 수출 때처럼 외국 바이어에 대한 적극적인 공략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