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4 불날 날씨: 해가 쨍쨍나고 움직이면 땀이 나고 시원한 물이 생각나는 여름이다.
택견-아침열기(텃밭가기)-수학(그림 그리기, 달력만들기)-점심-청소-헤엄-마침회-6학년 영어-교사마침회-풍물 연수
[마음이 시리다.]
햇살이 따가우니 아침이라도 택견하는 아이들 몸놀림이 신이 나지 않아 보인다. 자유롭게 노는 놀이는 그렇지 않은데 택견 품밟기와 발질이 조금 어려운 아이들은 기합 소리가 크지 않다. 그러다 선생들이 택견 발질하는 아이들에게 잘한다며 거드는 칭찬 말에 더 열심히 발을 들어올린다.
택견 마치고 뒷산으로 가지 않고 학교 텃밭 옆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며 놀며 햇빛을 피해 산의 기운을 받는다. 그 틈에 학교 화분에서 자라던 호박 모종을 텃밭에 거름 주고 옮겨 심었다. 밀과 보리, 감자, 마늘이 잘 자라고 있는 밭을 둘러보는데 마늘쫑이 올라와 있다. 아직 뽑을 만큼 충분이 여물지는 않아 보이지만 한 개만 뽑아 아이들을 불러 한 입씩 먹어보는데 맛이 강하다. 마늘쫑이 올라오는 때 마늘이 크기 시작하는 거라 마늘쫑은 꼭 부지런히 뽑아야 한다. 그런데 마늘쫑으로 반찬을 해먹고 싶기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뽑는 재미를 생각하면 며칠 더 기다려도 되겠다 싶다. 풀을 좀 뽑다가 대가 꺾여 땅에 떨어져있는 보리와 밀 이삭을 챙겨 학교와 돌아와 아이들과 그림도 그리고 시도 써 본다. 보리피리 불기는 조금 이르고, 이삭을 눌러 맛을 보니 아직 하얀 액만 나오고 여물지도 않다.
크게 형태를 잡아 휙휙 그리는 정우는 일찍 마치고 놀고, 그림 그리는 걸 아주 좋아하는 강산이는 보리와 밀을 다 그리고 꽃까지 그리다 밖으로 나간다. 승민이도 김미성 선생과 금세 그리고 쉬는데 지빈이와 민주가 아주 꼼꼼하게 이삭 한 알 한 알을 그리고 있다. 천천히 한 알 한 알 세면서 그려서 민주 그림이 아주 잘 나왔다. 그런데 그림을 잘 그리는 지빈이가 잘 그린 그림을 지우고 다시 그리고 지우며 잘 안 된다고 어렵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잘 그렸는데 자기 마음에 들지 않아 끝내는 지운 자국만 남아 다음에 그리기로 하고 쉰다. 푸른샘 1학년들이 그린 보리와 밀을 보니 모두 아주 잘 형태도 잘 잡고 그리는 힘도 좋다. 아이들 곁에서 보리와 밀을 그리는데 나도 잘 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보기 그림으로 보여주려고 그리는 건데 그럭저럭 볼만은 한데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지난 주 내가 그린 죽순 그림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오늘도 그렇다. 지빈이도 나와 같은 마음이리라.
놀면서 쉬다가 다시 교실에 모여 6월 달력을 만든다. 아직은 혼자서 칸을 그리거나 숫자를 써 넣어 달력을 자기 마음껏 꾸미는 힘이 부족한 푸른샘이라 달마다 줄곧 한 달에 들어있는 숫자 규칙과 절기와 학교 흐름을 함께 적어보며 스스로 달력 만드는 힘을 기른다. 6월은 망종과 하지가 들어있는 달이라 아이들이 절기를 자연스레 배우고 자연속학교와 단오잔치, 쉬는 날을 살핀다. 달력을 만들며 시간, 절기, 생활의 규칙을 이해하고 삶의 기준을 정해가고, 수의 규칙을 익히는 공부가 달력 만들기 공부다. 한 달 생활을 계획하는 버릇도 배이게 하고, 6년 생활을 기록하고, 삶을 설계하는 힘을 학년이 올라가며 길러간다. 큰 달, 작은 달이 있는 것을 아이들이 찾아내어 주먹 쥐고 볼록 튀어 나온 곳을 짚어 가며 달을 세어 봤다. 일 년이 열두 달이고 한 달이 30일-31일이고 일주일이 7일이란 것을 익혀가는 것도, 표를 만들어가는 것도 한참 하면 저절로 익혀질 것이라 줄곧 하고 있다. 아직 자기가 만든 달력에서 어떤 규칙이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지만 조금씩 이야기를 풀어간다. 달력을 보며 오른쪽 대각선은 8을 더하는 규칙이고, 왼쪽 대각선은 6을 더하는 규칙이란 것도, 한 요일의 날짜는 홀수와 짝수가 번갈아 가며 생기는 것도 12간지도 아이들과 그리고 이야기하며 두고두고 나눌 이야기다. 푸른샘 1학년이라 아직은 몰라도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재미있는 수의 세계와 달력의 과학을 꼭 자주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낮 공부로 과천시민회관 수영장에서 헤엄을 하는데 더운 날이라 시원해서 좋고 아이들이 좋아해서 좋다. 아이들 헤엄 실력이 많이 늘어서 여름 물놀이때 신나게 놀겠다 싶고 아이들 배우는 힘이 참 좋다 싶다. 승민이가 헤엄끝날 때쯤 슬프게 많이 울었다. 헤엄 공부 마치고 놀이 시간에 헤엄 선생님이 판을 놓고 물 속으로 뛰는 놀이를 하는데 여러 번 도전을 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은 탓이다. 뛰고는 싶은데 무섭기는 하고 그래도 동무들이 재미나게 하는 모습을 보니 다시 하고 싶고 그런데 무섭고 그래서 많이 슬펐다. 선생 품에서 울고 마음을 다독이는데 헤엄터를 나와 몸을 씻는데 다시 울어 마음이 시리다. 지난 번 헤엄 시간에는 잘 해냈는데, 그 기억도 있어 더 마음이 안 좋은가 싶다.
6학년들 영어가 많이 늘었다. 미스메리맥, 마이크레용톡은 줄줄 나오고 몽키퍼즐을 익히는데 아이들 소리도 좋고 발음도 좋다. 아직 쓰기와 뜻은 자꾸 익혀야 한다. 봄 방학 때 내준 숙제를 줄곧 확인하며 함께 문제를 푸는데 집중력이 좋다.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많이 가르치고 싶고 즐거운 놀이 시간을 많이 갖고 싶은데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많이 미안하고 아쉽다. 짧은 기간에 집중해서 익혀야 할 말과 글은 그만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은 배움을 갈망하고 그만한 집중력을 보여준다. 더 열심히 챙겨야 하는데 선생 시간과 준비가 부족하다. 조금 욕심을 부리고 싶어 아이들 할 몫을 늘려가는데 아이들에게 괜히 미안하다. 그래도 외우고 익히고 말하고 쓰도록 자꾸 해야지 싶다. 놀이과 암기, 즐거움과 노력이 같이 가도록 알맞게 이끌어야겠다.
교사마침회 마치고 선생들과 풍물을 같이 치는데 그 재미가 새롭다. 아침에는 리코더를 함께 불고, 기타를 배우고 풍물을 배우며 서로 호흡을 살피고 아이들에게 나눠줄 배움을 갈망하고 익힌다. 그렇기에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배우고 배우는 하루 하루가 참 고맙다. 또 이렇게 행복한 하루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