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더 하우스 콘서트, 387회_ 그들이 사는 세상

[혜성]

‘그들은 자신의 세계에서 ‘고민’과 ‘시도’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해서 방향을 제시하는 작업의 끝자락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한 가지 바라는 점은 이들이 지금까지 만들어 온 자신의 세계에서 또 다른 세계로 나가는 고민과 시도를 지속해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오늘과 같은 협업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또 새로운 작업이 탄생할 때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더욱 넓어지지 않을까.

‘더 하우스 콘서트’ 387회에서는 고민이 가득 담긴 여러 예술가를 만날 수 있었다. 하우스 콘서트를 주최하는 박창수, 이날 출연진인 프리재즈 피아니스트인 하라다 요리유키, 소리 및 타악기 연주자인 김주홍과 피리 연주자 곽재혁은 모두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세계에서 ‘고민’과 ‘시도’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날 함께 공연한 재일교포 가야금연주자 장리향과 무용가 조수옥의 공연 역시 주목할 만했다. 그러나 전통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박창수, 하라다 요리유키, 김주홍, 곽재혁을 중심으로 그들이 사는 세상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더 하우스 콘서트’는 2002년 피아니스트 박창수에 의해 시작된 마룻바닥 콘서트이다. 그는 무대와 객석이 철저히 분리된 기존의 공연장이 감동을 주지 못한다고 고민했고, 그 대안으로 연주자와 관객이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하우스 콘서트를 열었다. 초기에는 그의 연희동 자택에서 연주회가 열렸으나 2010년부터 도곡동에 위치한 스튜디오를 빌려서 진행하고 있다. 10년간 이곳을 거쳐 간 연주자는 1,000명 이상이고 장르 불문이다.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부터 베를린 필하모닉의 클라리넷 수석 연주자까지 다양하다.

‘10년간 이 곳을 거쳐간 연주자는 1,000명 이상이고 장르불문이다.’

이 공간에 초청되어 연주한 피아니스트 하라다 요리유키는 프리재즈 연주자로 2007년 서울프리재즈페스티벌에 일본의 ‘대괴물단’을 이끌고 연주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본래 클라리넷 연주자였으나 1975년 뉴욕으로 건너가 피아니스트로서 로프트계 뮤지션과 함께 활동했다. 그의 연주는 실로 과감하고 강렬했다. 프리재즈의 목적이 실험적인 즉흥성에 있듯 그의 연주도 정해진 박자나 코드의 규칙 없이 진행되었다. 그는 의자에 앉자마자 관객이 집중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건반을 누르며 특유의 진지함으로 연주했다. 건반을 누르는 파워와 익살스러운 표정, 때론 건반까지 올라오는 발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형식을 벗어난 연주에는 자신만의 목적과 질서가 있었다.

Loft jazz (로프트재즈)

로프트 재즈는 1950년대 부터 유행하던 프리재즈와 아방가르드재즈처럼 1970년대 중반 뉴욕에서 자주 연주하던 연주그룹이나 흐름을 가리킨다. 유명한 재즈클럽에서는 대중적인 재즈음악을 주로 연주하기에 일반인들이 듣기에 기괴한 재즈가 곧잘 연주되던 장소가 주로 공장을 개조한 소호의 아파트 (Loft) 공간이었다.

이와 같은 선상에서 김주홍과 곽재혁의 즉흥연주도 이전의 전통음악과는 달랐다. 김주홍은 노름마치의 예술감독으로 한국의 전통 타악과 소리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현대적인 국악을 지향하는 연주자이다. 피리 연주자 곽재혁은 성남시립국악단 단원을 역임하고 Right BRAIN이라는 감성 음악집단의 리더로 활동하며 즉흥 음악에 대해 고찰하는 젊은 연주자이다. 이들의 합주는 프리재즈와 같이 기존 음악의 한계에 대한 고찰이 돋보였다. 피리에서 사용한 순환호흡, 해체된 장단의 틀 등은 고정된 형식과 주법을 벗어나려는 노력의 결과였다.

이 세 사람이 시도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박창수의 하우스콘서트에서는 공연 전 오브제로 설치된 악기를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다. 공연 중 연주의 익살스러움에 꺄르르 웃는 아이의 웃음이 허용되는 따뜻함이 있었고, 공연 후 와인파티에서는 연주자와 관객의 어우러짐이 있었다. 하라다 요리유키의 프리재즈는 한편으로는 과격한 현대음악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에는 뚜렷한 지향점이 있었다.

‘그의 하우스콘서트에는 자유로움과 따뜻함, 어우러짐이 있다.’

앵콜송으로 연주한 ‘할아버지의 편지’는 더없이 아름다웠고, 그가 추구하는 즉흥 음악은 그가 원하는 새로운 음악 세계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전통음악연주자인 김주홍과 곽재혁 역시 전통음악의 길을 알고 그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었다.

모두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해서 방향을 제시하는 작업의 끝자락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비록 이날의 연주가 딱히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탄생시킨다든지, 혹은 대단한 일을 만들어내는 역사적 사건은 아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세상을 보는 시각을 음악에 담아 예술활동을 하는 이들을 보게 된 것은 기쁜 일이었다. 한 가지 바라는 점은 이들이 지금까지 만들어 온 자신의 세계에서 또 다른 세계로 나가는 고민과 시도를 지속해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오늘과 같은 협업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또 새로운 작업이 탄생할 때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더욱 넓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