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부재와 신비·비밀주의에 입각한 수첩 인사 등으로 비판받은 박 대통령으로선 국정 운영에 전환점을 맞아야 한다. 취임 첫 해 방미(訪美) 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어처구니없는 돌출행동으로 빚어진 인사 참극을 필두로 국무총리 지명자의 낙마, 세월호 참사 등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도 개성공단 협상에서 끌려 다니지 않고 남북외교상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고, 건국 70년·분단 70년을 맞아 통일을 향해 신기원을 이루자는 좌표를 설정했다. 대미·대중 외교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이 터졌고, 국정 수습카드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했으나 각종 의혹이 제기되며 지지율이 30%를 밑돌기까지 했다.
우리는 역대 대통령들에게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첨예한 국제관계 속에서 외교적 우위를 점하며, 경제적으로 안정된 가운데 남북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기반을 닦아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많은 대통령들이 이에 부응하지 못했다. 독재로 얼룩지거나 경제를 파탄 상황으로 몰아가거나, 친·인척 비리로 물의를 일으켰다. 그 결과, 현직에서 유고(有故) 사태도 맞았고, 퇴임 후 법적인 심판을 받았다. 수조 원의 비자금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거나, 심지어 자살로 생을 마감한 통치자도 있었다. 참으로 불행한 현대 정치사의 편린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국민들은 퇴임 후 대통령들이 국민의 존경을 받으며 여생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대통령이 국민을 끌어안으며 사심 없이 몸과 마음을 바쳐 헌신하는 자세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5년 단임의 임기는 확실한 치적을 쌓기에 짧다고 말한다. 물론 박 대통령도 남북분단 상황에, 통합하기 힘든 국민들을 대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 박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는 역대 대통령에 비해 남달랐다. 자의는 아니겠지만 박 대통령은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임기를 시작했다. 비록 독재자라는 이름으로 현직에서 유명을 달리하는 비극적 종말을 맞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존경받는 분이다. 그의 치적은 우리 현대사에 한 획을 긋기에 충분하다. 국가의 경제와 국방의 초석을 다진 대통령으로 인정받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아버지 박 대통령’을 흠모한다. 그래서 지금도 국민들은 아버지가 다 이루지 못한 뜻을 ‘딸 대통령’이 마무리해 주길 바라고 있다.
국민들은 독신인 박 대통령이 온몸으로 나라 사랑에 헌신할 것이라 굳게 믿었다. 우리는 아직도 박 대통령에게 그 기대를 하고 있다.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임기는 3년이나 남았다. 이제부터 보수도, 진보도 다 아우를 수 있는 어머니 같은 리더십으로 여(與)는 물론 야(野)까지 확실히 품어 안아야 한다. 아버지 대통령으로부터 불이익을 입었던 이들도 품어 안아야 한다. 특정지역 중심의 인사에서 벗어나야 하고, 북측을 이롭게 하는 세력은 엄단해야 한다. 대일관계도 개선해야 한다. 이 현안들을 타개하기 위해선 더 이상 불통이 아닌 소통의 장을 만들어 국민들을 한마당으로 끌어모아 화합하도록 해야 한다.
국민들은 박 대통령이 경제를 일으켜 국민소득 4만 불로 가는 바탕을 다지고, 남북통일의 디딤돌을 놓아주길 바라고 있다. 박 대통령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철학과 국가관으로서 비전을 분명하게 제시만 한다면 착한 국민들은 그의 품안에 들어갈 것이다. 박 대통령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아버지 대통령’이 이루지 못한 ‘민주화’라는 치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남길 바라는 국민의 뜻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첫댓글 청송님 감사합니다.
존경받울 수 있는 대통령상을 그려봅니다
카페지기님의 칼럼 잘 읽었습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와!~ 많은 분들이 카페지기님의 칼럼에 클릭을 하셨군요.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셔서 읽으셨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