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하는 김장이지만(공룡과 둘이 한것도 몇번째)
늘 할때마다 레시피가 가물가물하다.
주택에 살기도 하지만
사람들과 공동으로 하면 이런저런 재미가 김장보다 더 즐겁다는걸 모르는바 아니다.
허나 몸이 안좋아 우리집에서 함께 하자는 말을 몇번이나 목뒤로 넘겼다.
밀밭이 난생처음 엄두도 안나게 혼자 하게되어 몇번이나 전화질을 해대는데도
"아 미쳐 이걸 어째..." 하면서도 우리집으로 싸들고 오라는 소리가 차마 안나더라.
청양 랑잠네서 넘어온 절인 배추 20포기를 하면서 간단 레시피를 올려둔다.
절인배추 20포기는 물기를 뺀 무게가 대략 40킬로.
용수꽂아 지인의 엄니가 부산에서 만들어 올려 보내신 멸치액젓 1리터
시엄니께서 가장 비싼 새우젓이라며 주신 알 굵은 새우젓 1킬로
랑잠네 고춧가루다섯근에 집고추 약간 총 2.5킬로 조금 넘게 넣었다.
찹쌀가루 500그램
5리터의 물에 황태,표고버섯,다시마,멸치,늙은사과를 넣고 육수를 낸물에
위 찹쌀가루를 풀어 풀을 쑤었다.
매실 액기스 종이컵으로 2/3컵
양파6개 마늘 작은것으로 30통 생강 마늘의 반정도를 새우젓과 함께
물을 조금씩 넣으면서 갈아두었다.
액젓과 양념 갈은것에 고춧가루를 밤새 불리다가 풀까지 섞어 두었다.
풀에는 고춧가루가 잘 불지 않는다고 누가 알려주었다.
(이정도로는 고춧가루가 다 불지 않을정도로 뻑뻑하다.)
다음날 부재료가 늦게 와서
쪽파 2단,갓 2단과 작은 무 6개를 칼로 무채썰어 고춧가루 조금 더 넣고 무채만 비빈후
어제 불려둔 고춧가루 넣고 잘 섞고 나머지 파와 갓을 넣어 버무린다.
공룡과 둘이 20포기를 끝내고 나니 밀밭과 무던이,선화공주네 김치가 궁금해졌다.
랑잠차를타고 무던이네 배추 가져다 주면서 양념을 먹어보니 달고 (호박풀을 쑤었다)너무 양이 적다.
뭐라뭐라 지시(?)를 하고 공주마마께 갔더니
세상에나 처음으로 해본 김장을 혼자서 어찌나 정갈하게 했는지
혀를내두른다.
덜 절여진데다 푸른잎이 없어 난 이쁘게 감싸지를 못하겠던데
보쌈김치 저리가라로 해놓으셨다.
그러나...젓갈은 하나도 넣지않고 김치를 담그었으니 깊은맛은 어떨지
역시나 내입맛에는 좀 달다.
배,양파,매실액기스를 넣었단다.
칼칼한 랑잠 고춧가루가 아무 젓갈과 섞이지 않아 고스란히 그 맛을 낸다.
마지막으로 수육까지 삶았다고 오라는 밀밭네 맨 마지막으로 갔더니...
혼자 바다랑 낑낑대고 있을줄 알았더니
명랑해랑 무지개가 와서 알타리무김치까지 해놓았다.
겉절이도 어찌나 많이 했는지 한다라 가득이다.ㅎㅎ
(속이 모자라 죄 겉절이 했다니 월요일에 운영위들만 살판났다)
저녁에 셋이 사우나가서 수다떨고 찻집에서 뜨거운 차마시고
빵을 사가지고 열시가 다 되어 돌아오니
세남자가 내일아침 먹을 빵을 그자리에서 다 먹는다.
김장한다고 하루종일 굶거나 라면으로 때웠다.
이제 긴 겨울 쌀사놓고 보일러 기름채워놓고 김장 끝냈으니 아무 걱정이 없다.
모여서 해도 좋겠지만
집집마다 식성이 달라 따로하니
김치맛이 제 각각이고 그것도 나쁘지 않다.
사진한장 못찍어 놓은것이 후회된다.
송년회 동영상에 넣었으면 재미났을걸...ㅎㅎ
사족---우리집 올해 김치맛이 성공이라면 고춧가루 갤때 넣은 소주두병의 위력이다.
랑잠이 절인 배추는 사실 그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닥치고 감사해야 할 일이지만
너무 덜 절여진 까닭에 밭으로 배추가 뛰어가게 생겼으니...
난 간을 좀 세게 했는데 익어봐야 김치맛을 알겠다.
이번주에 다시 할 배추절이기는 두꺼운 잎 켜켜이 반드시 소금을 뿌려주시길 바란다.
또하나 우리집은 절대 안먹는 푸른잎이 사실 마지막에 한번 감쌀때도 필요하고
식성따라 좋아하는 집들도 많으니 너무 다 뜯어내지 말기도 바란다. ㅋㅋ
아무튼 김장 내손으로 하는 여인네들은 다 난사람들이다.
오늘 김장돕는 공룡 칭찬에 운영위 회의 한시간이 지나갔다고 전하니
바로 저녁 설거지까지 자발적으로 하신다.메롱~~~
첫댓글 한세상 잘 살았다며,
허리를 묶은 채 속살을 통통하게 찌웠던 가을배추가 긴 겨울잠에 들어가 위해 털갈이를 하는 계절입니다 살갗에서 떨어져 나온 거친 피륙은 살아있는 동안 뿌리를 내렸던 터전에 누워 차가운 쪽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습니다 희고 노란 속살이 부끄러운 듯 빳빳한 몸뚱어리는 동짓날 대문처럼 붉은 염료를 뒤집어쓰며 제 삶의 안쪽으로 추억을 끌어 모아 베개를 삼습니다 남루한 것들을 미련 없이 벗어던진 자만이 정갈한 육신 하나 얻을 수 있는 법, 곱게 늙으라며 향료 한 줌 발라주고 봉숭아 꽃물도 들여주고 꽃 보자기도 씌어줍니다 파묻어둔 옹관 속으로 들어가 잠이 든 김장김치의 숨소리가 포근한 밤,
(→ 계속)
쉿!
기나긴 동면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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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섶, <김장>
와!! 이게 얼마 만에 마음을 치는 시를 보는 건 지....
전문을 다 보면 더 좋겠습니다.
그런데 시인 이름자가 이상하네요.'섶'?? 오타??
해당 시의 전문입니다요.
이종섭(×), 이종섶(○)
낙후한 시설에 하루에 넘 많이 절이다보니 아무래도 덜 절여진 것들이 있습니다. 너무 절여진 것보다는 숨만 죽이는 것이 낫다하여... 그래도 '배추밭으로 뛰어가게 생겼다'는 것은 과장된 표현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년에는 버들치에게는 생배추로 다른 집은 절임배추로. ㅎㅎ
다른집도 다 생배추로 받겠다고 합디다.^^
절이는거라도 함께 해볼까 합니다.
아님 랑잠농원에 가서 함께 절이는것도 방법이겠지요.
좋은 생각입니다. 근데 어디서 하든 절인 것 나르는 것도 일이라 일 아닌 게 없네요. ㅎㅎㅎ
김장 담그기 강사로 부업을 고려 해 보심은 어떠 하신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