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漢字)풀이 이야기
임병식 rbs1144@hanmail.net
사전에서 ‘모질’이란 뜻을 찾아보다가 글자 자형(字形)이 희한하게 생긴 것을 알게 되었다. ‘耄耋’로 되어 있는데 두 자가 다 늙을 노(老)변에 하나는 털모((毛)와 하나는 이를지(至)가 붙어있다. 눈치빠른 사람은 이것만 보아도 늙은이의 머리털이 빠진 것으로 여겨서 늙음을 이름을 짐작할 수 있다. 사전풀이 또한 다르지 않게 ‘나이 들어 기력이 줄고 늙음’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이걸 보면 이 글자는 한자문화권에서 나중에 만들어 넣은 글자가 아닐까 짐작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도 만들어 쓴 한자가 있는데 그게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글자 중에는 대표적으로 ‘邱’와 乭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하는 말이지만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대구’라는 지명을 쓰고 있는 것을 안 중국이 우리나라에서 쓸 수 없다고 이의를 강력히 제기했다고 한다.
‘丘'는 공자님의 자인데 소국에서 성인의 이름을 지역 명에 붙일 수는 없다고 항의하여 불가피 언덕 구(丘))에다 귀이 변(耳)를 붙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대구는 大邱가 되었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돌자는 우리나라에 쇠돌이 개돌이 등 돌자 이름이 많았는데 한자에는 없는지라 돌석(石)에다 ㄹ과 비슷한 새을(乙)을 붙였다는 것이다.
어려서 목숨 수(壽)자는 쓰기가 어려웠다. 워낙에 비슷한 획이 많아서였다. 이를 잊지 말라며 어른들은 가르쳤다. ‘목숨 수자는 士一工一口寸이니라.’ 파자를 해서 가르친 것이다. 나의 아호는 聽石(청석)이다. 이 청자를 파자를 하면 귀 耳변에 임금 王이 들어 있고 열十에 눈目, 한一과 마음心이 합해 졌다. 임금의 귀로서 열 가지를 보고 한 마음으로 들으라는 뜻이다. 그야말로 진중하게 청취해야함을 이른다.
새겨보면 얼마나 의미가 깊은지 모른다. 한편 쓰는 것도 그것을 기억하면 잊혀지지 않는다. 한자 중에는 획수가 많기로 유명한 글자가 있다. 바로 답답할 울(鬱)자인데 , 이에 대해서 다음의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 글자를 보면 두 나무 木 사이에 저녁 夕 들어있고 넉사(四)와 , 어질양(良)에서 점이 떨어져 나간 그르칠 간(艮)과 힘께 마디 寸자가 들어있는데 이것을 두고 다음과 같이 풀이한 것이다. 산속에서 숯을 구워 파는 사촌동생이 형을 시기한 나머지 죽였다는 라고. 이것은 다른 데서 나온 말이 아니다. 함께 숯을 팔러나간 동생은 일찍 돌아 왔는데 형이 돌아오지 않자 그의 부인이 물었다. 그러자 동생은 모른다고 했다.
부인은 필시 무슨 사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용하다는 새 점을 보는 노파를 찾아갔다. 자초지종을 이야기를 한 후 복채를 건넸다. 그러자 새가 통 안에서 '鬱'자를 부리로 뽑아내었다. 그것을 보고 노파가 풀이를 했던 것이다.
“ 사촌지간의 동생이 숲속에서 양심이 불량하여 사람을 죽였군요.
이렇듯 한자는 압축글자로서 중의적이고도 다의적인 뜻을 지니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주역의 문장처럼 상징적으로 기술된 경우는 해석을 함에 있어서 글자대로만 색독을 하다보면 본뜻을 놓치고 엉뚱한 뜻풀이가 되어 버리는 수가 있다.
난중일기 정유년(1597년) 6월 6일, 일기에는 그런 예화가 있다. ‘입가과부이타가(入家寡婦移他家)란 말이 나오는데, 이것의 해설로 많은 번역서들이 ’집에 들어갔는데, 그 집 과부는 다른 집으로 옮겨갔다.‘로 적고 있다.
이는 다른 상황이 아니었다. 이순신 장군은 서울로 끌려가 고신을 당하고 풀려나온 후 초계에 당도하여 권율 휘하에서 백의종군 하고 있었다. 이날 막사를 고쳐짓는데 밤이 어두워져서 숙소까지 갈수가 없었다. 당시는 통금이 엄격하여 가자면 위반을 할 소지가 있었다. 해서 급한 대로 하룻밤을 자려고 여염집을 들어갔다. 한데 그 집이 과부였다. 그 것을 두고 과부가 집을 내주고 다른 집으로 옮겨갔다고 한 것이다. 하나 이는 말이 안 된다.
어찌 직책도 없이 백의종군하는 사람에게 방을 주겠는가. 이는 마땅히 다르게 풀이해야 한다. 즉 “집에 들어갔더니 과부집이어서 다른 곳으로 옮겨버렸다.”고 해야 옳다. 이는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194년 후에 정조임금이 유득공들을 시켜 편찬한 ‘이충무공전서’에도 바로 잡아놓고 있는 것이다.
즉, “주가 내과부가 즉이타가 (主家 乃寡婦家 卽移他家) ”
집주인이 과부집이어서 곧바로 다른 집으로 옮겨버렸다고 한 것이다. 지극히 옮은 풀이다. 이렇듯 한문은 뜻글자인 만큼 해석을 함에 있어서 전후사정을 살피고 자의(字義)를 염두에 두고서 뜻이 오도되지 않도록 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새기게 된다. (2018)
첫댓글 ‘耄耋’, ‘邱’, 乭, 壽, 鬱, 入家寡婦移他家 →主家 乃寡婦家 卽移他(家)
어려운 한자들이 사연이 많습니다. 참으로 대단한 식견으로 탁월한 글입니다.
읽을수록 의미를 새롭게 하고 재미있는 글입니다.~^^
색다른 글을 한편 써보고 싶어서 생각하는 이야기를 써봤습니다. 재니밌게 읽으셨다니
고맙습니다.
한자풀이가 흥미롭습니다. '답답할 울'에 얽힌 사연을 처음 접하게 됩니다. 설명이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찾아보니
欝(울)-이 글자를 설명하신 거로군요. '모질'이라는 한자도 생경하네요. 丘자의 사연도 재미있습니다.
한자의 파자는 남사고의 격암유록이 유명한 듯합니다.
옛날 제가 들은 말로, 큰 난리가 나면 八金山으로 도망가라는 정감록의 에언이 있었다는데
6.25전쟁에 막상 그곳이 어딘지 몰라 피란을 못 갔다고들 하더군요.
뒤에 알고보니 釜山을 파자한 것이 었다고 합니다.
저는 한자를 성경적으로 풀이하는 일을 취미삼아 시도하고 있습니다.
써놓은 글의 구색을 맞추고 위하여 얻어들은 것들을 가지고 한편 써보았습니다
2020 대한문학 봄호 발표.
선생님은 한자에도 조예가 깊으시니 한자풀이 관련 글을 쉽고 재미있게 많이 써보심이 어떠실지요.
한문실력이 깊지는 못합니다. 몇편은 쓴것 같은데 앞으로 생각이 나면 작품에 인용하여 넣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