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에 등기부등본과 매각물건명세서를 올리면 권리분석도 해주는데, 이제 경매 공부는 안 해도 되는 것 아닐까요?”
저도 실제 경매 물건을 가지고 여러 AI를 사용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AI는 분명 유용합니다. 하지만 AI만 믿고 경매에 참여하는 것은 내 돈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행동입니다.
처음 경매를 공부하는 분들은 등기부등본부터 어렵습니다. 근저당권, 가압류, 전세권 같은 용어도 낯설고, 낙찰 후 어떤 권리가 없어지고 어떤 권리를 인수해야 하는지도 쉽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 감정평가서, 등기부등본,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등을 AI에 넣으면 말소기준권리와 임차인의 대항력, 낙찰자가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권리를 빠르게 정리해줍니다. 예전에는 책을 찾아보며 한참 분석해야 했던 내용을 몇 분 만에 확인할 수 있으니 매우 편리합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부동산 경매의 목적은 단순히 권리분석을 잘해서 낙찰받는 것이 아닙니다. 적정한 가격에 낙찰받아 실제 수익을 남기는 것이 목적입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입찰가입니다.
실제로 한 아파트 경매 물건을 AI에 넣고 적정 입찰가를 물어봤습니다. 주변에 최근 2억3천만원에 거래된 인터넷 공개자료를 토대로 약 1억9천만원에서 2억500만원을 제시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시세가 2억3천만원 정도면 2억원 정도 금액에 입찰하면 낙찰이 가능할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시 시장에 나온 매물의 가격은 이미 2억5천만원 이상으로 형성돼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억원 초반을 쓰면 수익 여부를 따지기 전에 낙찰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즉, AI가 지정해주는 가격으로 입찰을 진행한다면 시세가 높아지는 시장에서는 낙찰이 불가능하고, 시세가 떨어지는 시장에서는 고가에 낙찰을 받게 될 것입니다.
AI는 이미 공개된 과거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합니다. 현재 시장에서 매도자들이 얼마를 부르고 있는지, 매수자들이 어느 가격까지 받아들이는지, 최근 분위기가 상승세인지 하락세인지는 사람이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부동산은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이라고 해서 가격이 모두 같지도 않습니다.
2층과 10층이 다르고, 남향과 북향이 다릅니다. 앞이 트인 집과 다른 동에 막힌 집도 가격 차이가 납니다. 내부가 전체 수리된 집인지, 20년 동안 수리하지 않은 집인지에 따라서도 수천만원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앞의 사례에서도 최근 2억3천만원에 거래된 물건은 2층이었고, 경매 물건은 일반층이었습니다. 같은 단지의 같은 평형이더라도 층과 향, 조망, 내부 상태가 다르지만 AI는 이렇게 세부적인 사항은 반영하지 못하고 인터넷으로 확인 가능한 실거래가만을 토대로 적용한 것이죠.
AI는 그 집에 누수가 있는지, 곰팡이가 있는지, 채광이 좋은지 알 수 없습니다. 미납관리비가 얼마나 있는지, 명도가 쉬운지, 수리비가 얼마나 들어갈지도 서류만으로는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부동산 경매를 위해서는 직접 공부를 해야 하고, 그 지식을 토대로 현장에 가봐야 합니다. 그리고 주변 중개업소에도 물어봐야 합니다.
AI를 이용해 경매를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AI에게 경매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AI는 권리분석을 도와주고 자료를 정리하며 수익률을 계산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진짜 소중한 돈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물건을 확인하고, 실제 시세를 조사하고, 최종 입찰가를 결정하는 일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합니다.
AI 시대에도 경매 공부와 임장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태인경매 칼럼니스트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 조훈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