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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은 2006년에 이어 두 번째로 투수 부문 3관왕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6일 대전구장에서 만난 류현진은“나중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한해 10승을 올리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
최하위팀 한화서 투수 3관왕 노리는 '괴물' 류현진
"日먼저 갈 생각… 3관왕 내힘으로 안되는 부분이…
김광현과 실력 비슷하다 여겨… 붙으면 붙는 거죠""미국 타자도, 일본 타자도 다 해볼 만하죠. 무섭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투수 류현진(23·한화)은 겁이 없었다. 2012년은 돼야 해외 진출 자격이 생기는데 벌써부터 외국 무대 활약을 자신하고 있었다.
"꿈은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는 겁니다. 굳이 수치로 말하자면 10승 투수가 되는 것이겠죠." 류현진은 "박찬호 선배처럼 100승은 쉽지 않겠지만 매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려 모두가 탐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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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자신 있어요."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앞서 먼저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일본 야구는 한국과 상당히 비슷하면서도 미국 야구와도 엇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류현진의 생각이다.
"한국과 미국의 중간이라고 할까요? 거기서 먼저 인정받으면 메이저리그에 더 쉽게 진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류현진은 이미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스카우트 리스트에 올라 있다.
얼마 전엔 유명한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가 이미 류현진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류현진은 보라스측과의 접촉 여부를 묻는 질문에 조용히 고개만 흔들었다. "지금은 그런 얘기하면 안 되잖아요."
하지만 류현진은 일본 타자들과의 승부에서 큰코다친 적이 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전 선발 투수로 나섰다가 3회도 넘기지 못하고 5실점하며 망신을 당했다.
그래서 류현진은 올가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더 벼르고 있다. "병역 혜택 여부를 떠나 자존심 문제죠. 국가를 위해서도 한 번 망가졌던 제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도 꼭 금메달을 딸 겁니다." 그래도 류현진은 "일본전은 (김)광현이가 던질 것이고, 저는 대만전, 아니 중국전에 선발로 나갈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시안게임은 정말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아요. 시즌 전에 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나 시즌 중에 열린 올림픽과는 달리 시즌이 다 끝난 뒤 한 달이나 지나 열리니까 몸 상태를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류현진은 그러나 "두 번 실패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팬들을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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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3관왕은 다승이 문제
2006년 데뷔 첫해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등 투수 3관왕을 달성하며 신인왕과 시즌 MVP까지 독식했던 류현진은 올 시즌에도 6일까지 14승, 평균자책 1.59, 탈삼진 158개로 두 번째 투수 3관왕을 향해 순항 중이다.
하지만 그의 소속팀 한화는 올 시즌 꼴찌 후보다. 김태균, 이범호가 빠져나가면서 전력이 급전직하, 6일까지 39승62패로 8개 구단 중 최하위다. 당연히 타선의 지원도 빈약하다.
류현진은 올해 22게임에 선발등판해 모두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퀄리티 스타트란 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을 던져 3자책점 이하로 막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중 7경기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했고 4패를 안았다.
가끔은 타자들에게 서운하지 않을까? 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점수를 뽑는 것은 타자들 몫이고 투수는 최대한 점수를 주지 않는 게 중요하죠. 그다음은 제 능력 밖입니다."
류현진은 "그렇기 때문에 올 시즌 목표는 무조건 퀄리티 스타트를 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 8월 19일 대전 삼성전 이후 단 한 번도 4실점 이상 한 적이 없다.
"올해는 평균자책점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사 2·3루에서 예전엔 1점을 주고 아웃카운트를 늘렸지만 올해는 한 점도 안 준다는 생각으로 집중하고 있고, 그것이 올해 더 좋아진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시 투수 3관왕 달성 가능성을 묻자 그는 심각한 얼굴로 "다승이 문제죠"라고 했다. KIA 양현종과 공동 선두이고 SK 김광현이 1승 차로 쫓아오는 상황. 말은 "투수 능력 밖"이라고 했지만 답답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류현진은 김광현과의 비교에서도 '모범 답안'을 내놓았다. "직구는 서로 비슷하고 체인지업은 제가 더 낫습니다. 하지만 광현이가 슬라이더는 더 잘 던지니까 서로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둘의 맞대결에 야구팬들의 관심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서도 "붙게 되면 붙는 거고 안 만나면 할 수 없다"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5월 23일 김광현과의 맞대결이 비로 취소됐을 때 "솔직히 신경 쓰였다"고 인정했다.
"투수 입장에서 가장 껄끄러운 타자는 역시 홈런 타자"라는 류현진은 "롯데 이대호 형은 대표팀에서도 친한 형이다. 4년 전엔 MVP를 빼앗아 미안했는데 올해는 형이 상을 타게 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