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동안 거의 24시간 함께 있었으니 아이들과 함께 깨어있는 시간동안 잠시라도 쉴 틈이 없죠. 밥 먹고나면 다들 만족해하고 저한테 요구하는 게 없다고 해도 설겆이하며 빨래 등등 할 일들은 늘 산더미같기 마련이죠. 이런 가사노동에 제가 갖고있는 장점은 후다닥 빨리 해치우는 일처리습관. 또 하나 왠만큼 급하지 않은 것은 적당히 미뤄두거나 좀 지저분해도 눈에 거슬려 하지않는 무던함 ㅎ
말이 좋아 무던함이지 남들이 볼 때는 어떻게 저렇게 살림을 할 수 있지?라고 반문해올 수 있는 미룸의 달인. 먹고나면 후다닥, 매일 쓸고 닦고, 없던 빨래도 만들어서 하루에 꼭 한번이라도 세탁을 하고야마는 친정엄마의 딸이 되기에는 닮은 구석이 별로 없는 무늬만 딸형상.
그러고보니 제가 갖고있는 후다닥은 주로 식사준비할 때 세 가지쯤은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는 식당주방장같은 프로성. 사실 이건 발달학교 운영하면서 지속적으로 고용했던 조리사들이 제각각 나름 보여주었던 문제들의 심각성에 제가 더이상 안되겠다싶어 직접 요리까지 하게 되면서 익히게 된 것들입니다. 물론 집밥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식구들때문에 기본은 닦여진 상태지만 아이들 점심을 위한 급식요리까지 했었던 3년의 시간은 식당으로도 밥벌이 할 수 있는 기본훈련으로는 최고였죠.
그러니 5명을 위한 매일 식사준비는 어려움을 떠나, 뭐 5명쯤이야... 수준입니다. 특유의 무던함으로 뒷처리는 좀 미뤄두면 될 것이고, 미룸의 한계가 오거나 할 수 있는 형편이 안될 때는 번개의 속도로 처리해버리고, 집안 살림 자체는 제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습니다. 혹시 누군가 지켜본다면 그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가 있겠네요 ㅋ
제 치열한 일상을 며칠 지켜본 대학동기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냐고 저한테 묻습니다. 잠시도 앉을 틈조차 없이 정신없이 보이고, 아이들은 계속해서 일을 벌려놓고, 집안 잡일과 아이들 뒷치닥거리에 야외활동까지 초인적으로 하는 제가 걱정이 많이 되는 모양입니다. 1명 보기도 벅찬데 4명의 발달장애 아이들을 돌보니 더욱 그렇겠지요.
저도 질문을 받은 참에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오히려 남편과의 관계 속에서는 간혹 받게 되는 못 견디겠는 스트레스나 그 동안 학교운영하면서 꾸준히 시달려온 재정적 압박 등 이미 굵직한 것들을 대한 경험이 쌓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성격이 좋아서 일까? 확실히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덜 받는 성격이 우선이겠지만 스트레스를 줄만한 행동을 만나면 분석하고 대처법을 먼저 생각해 보는 버릇도 우리 아이들 여러 명과 살아가면서 도움이 많이 됩니다. 아이들의 문제행동들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케이스 스터디로 삼는 학구성과 연구성도 문제행동=스트레스 라는 공식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문제행동에 대해 화내고 스트레스받기보다 다음에 예방하고 해결책이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은 우리 아이들을 대하는데 중요합니다.
그리고 요즘 많이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견디지 못할 행동은 아이의 근본문제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부모의 중첩된 대처의 오류가 더 큰 원인입니다. 부모님들이 깨달아야 하는 부분들을 생각하지 않았거나 본질파악을 게을리 했거나 내일이면 나아지겠지 하고 대처를 하지 못했거나 하는 부분이 더 큽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의 중첩 결과로 인한 스트레스성 행동들에 대해 저는 걱정을 하지만 제가 부모가 아니기에 손댈 수 없는 건 훈육을 할 뿐 감정을 실으려 하지 않으려 합니다. 사실 이건 상당한 내공이 필요한 일이긴 하죠...
음악을 항상 가까이하고 항상 듣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저와 함께 살면서 아침 7시가 되면 음악이 시작된다는 것을 아이들은 알고 있습니다. 완이녀석에게는 일부로 휴대폰에서 나오는 음악을 귀에 가까이대고 크게 들려주기도 합니다. 음악은 저에게도 힘이자 여유이자 신명이며 가라앉힘입니다. 여유의 시간은 늘 없지만 무언가를 하면서 늘 음악과 함께 있는 것은 할일에 대한 부담을 대폭 줄여줍니다.
그리고 글쓰기라는 자신을 정리하는 시간을 틈틈히 갖고 실행하게 되는 것은 스트레스가 차지할 공간을 대폭 줄여주게 됩니다. 스트레스라는 놈은 작동할 수 있는 여유공간이 없으면 왔다가도 빨리 도망가버리곤 합니다. 자기만의 취미나 특기는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더할 나위없이 도움이 됩니다.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취미나 특기로 자리잡으려면 하루 자투리시간이라도 언제든 할 수 있을 정도의 반복이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재밌게 돈 잘쓰기도 제 특기이긴 한데 돈이 별로 없으니 넉넉치 않은 범주에서 어떻게 잘 쓸까를 매일 실천해 보는 것도 저에게는 충분한 스트레스 해소법입니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아이들 끌고 이리저리 좋은 곳 찾아 달려보는 것도 예전 발달학교에 가두어 두었을 때보다 재미있고 보람도 있습니다. 야외감통이란게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저는 사실 태균이 어렸을 때 수 년간 주말이면 늘 태균이데리고 나다니던 때부터 해온 일이기도 합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이런 스트레스 해소법들이 제가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그런 건강함이 태균이에게 잘 전달된 것 같고 함께 있는 아이들에게도 조금씩이라도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항상 친절하고 부드러운 것도 아닌데 틈나는대로 안기고 사랑의 표현을 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건강함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ㅋ 우리 아이들에게 사랑은 마음에 있는 것보다 실천하는 요령이 더 중요합니다. 사랑도 눈에 보이고 즈그들 필요에 적합해야 느끼니까요...
첫댓글 즐겁게 읽고 많이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