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은 고추와 더불어 우리나라 주요 먹을거리에는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필수 음식 재료이다. 마늘의 독특한 냄새와 톡 쏘는 맛 때문에 싫어하는 이들도 있지만, 최근에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즐겨 먹는다. 한국인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김치는 물론, 각종 고기 요리를 만들 때에도 마늘이 빠지면 제 맛이 안 난다.
서양인이 말하는 한국인들의 몸 냄새, 그 원인은 마늘?
서양인들은 오랫동안 김치를 즐겨 먹어온 한국인에게서 한국인만의 독특한 몸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이 냄새는 김치에 들어 있는 마늘에 포함된 황 화합물 때문에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마늘을 먹고 나면 몸의 대사과정을 거치면서 생성된 알릴 메틸 황(allyl methyl sulfide)을 비롯한 황 화합물이 호흡과 땀을 통해서 배출되는 것이 냄새의 주요 원인이다. 분해되지 않고 혈액과 함께 온몸을 떠돌던 이 화학물질은 피부나 폐의 혈관을 통해서 땀과 호흡의 형태로 몸 밖으로 나와서 증발이 되면, 마늘을 즐겨 먹은 사람들의 몸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된다.
우리는 이미 이 냄새에 익숙해져 있어서 잘 알아채지 못하지만, 이방인의 코에는 매우 독특한 향(?)으로 다가간다. 인종에 따라서 나는 특유의 몸냄새는 즐겨 먹는 음식물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몸 밖으로 배출되면서 형성된다. 그러므로 운동이나 사우나를 하여 땀을 충분히 배출하고 나서 서양인을 만난다면 그들이 느끼는 마늘 냄새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마늘의 독특한 냄새와 뛰어난 항균 작용은 알리신 때문
마늘에는 많은 종류의 유기 및 무기화합물이 들어 있다. 그중에서 알린(alliin)이라는 황을 포함한 화합물은 그 자체만으로는 특별한 냄새가 별로 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마늘에 상처를 입히거나 균 또는 벌레의 침입을 받으면, 마늘에 포함된 효소인 알리나제(allinase)가 알린을 알리신(allicin)으로 바꾼다. 알리신은 피톤치드(phytoncide)의 일종이며, 항균·항진균성 특성이 있다.
이황화 결합(황이 2개 연결된 결합, disulfide bond)을 가진 알리신은 다른 이황화 화합물과 같이 열에 잘 분해되는 특성이 있고, 효소인 알리나제는 산과 열에 약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신선한 생마늘을 먹을 때 혹은 요리할 때 마늘을 찢거나 으깨면 생성되는 매운맛과 마늘 특유의 독특한 향은 알리신을 비롯한 황화합물 때문이다.
마늘이나 양파를 썰다 보면, 특유의 향이 너무 매워서 눈물을 흘리게 된다.
마늘에 포함된 피톤치드는 마늘을 장기 보관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건강에 좋다고 삼림욕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이때 나무가 내뿜는 많은 종류의 피톤치드 화합물들이 사람에게 해로운 균의 번식을 억제해준다. 같은 원리로 마늘에 포함된 알리신과 같은 피톤치드가 항균, 항진균 작용을 하여, 마늘을 오랜 기간 보관할 수 있도록 해준다.
마늘에 열을 가하면 독특한 냄새와 톡 쏘는 맛이 사라진다
마늘에 열을 가하면 특유의 냄새를 풍기는 알리신이 형성되지 않아서, 독한 냄새와 강한 맛이 사라진다.
양파(onion)에도 알린을 비롯한 황을 포함하는 화합물이 들어 있다. 요리를 해본 사람들은 생양파를 다듬다가 눈물을 흘린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프랑스 양파 수프, 서양 음식점에서 전채요리로 나오는 양파링 튀김과 같은 음식은 오히려 약간 달콤한 맛이 난다. 우리나라에서도 김치찌개를 끓일 때 양파를 썰어 넣어 김치찌개의 독한 맛을 어느 정도 순화시키곤 한다.
마늘이나 양파를 요리하다 보면, 독한 냄새나 강한 맛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굽거나 찌는 과정에서 마늘이나 양파에 열이 가해지고, 이때 알리신이 생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늘이나 양파에 포함된 효소 알리나제는 열에 약해, 조리 과정에서 손상을 입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면 알리신이 만들어지지 않아. 마늘과 양파의 향과 맛이 약해진다.
양파를 썰 때 눈물이 나게 하는 물질은 조리 과정에서 증발되기도 하며, 화학반응이 진행되어 새로운 화합물(bispropenyl disulfide)을 생성하기도 한다. 마늘에 포함된 알리신은 보관 상태에 따라서 여러 개가 결합하여 아조엔(ajoene)이라는 불포화 이황화 화합물을 형성하기도 한다. 아조엔의 아조는 스페인 어에서 마늘을 뜻하는 아조와 이중결합을 의미하는 접미사 –ene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이름이다.
마늘에 포함된 셀레늄, 심장병 발병 가능성을 낮춰준다
마늘에는 비타민 C를 비롯하여 다양한 종류의 비타민 B가 들어 있으며, 칼슘, 칼륨을 비롯하여 철∙마그네슘∙셀레늄(selenium) 등과 같은 다양한 무기물도 포함되어 있다. 마늘은 혈액 속의 지방 함유량을 낮추어 주고, 혈소판의 엉김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또한 치료약으로써 마늘 추출물을 장기 복용하면 호모시스틴(homocysteine)의 혈액 농도를 낮출 수 있다는 의학 연구결과도 있다. 호모시스틴은 혈관의 생성과 연결에 필요한 단백질(콜라겐, 엘라스틴 등) 형성을 억제하기도 하고 혈관을 퇴화시켜서 심장질환 유발 가능성이 큰 물질로 알려졌다. 호모시스틴은 필수아미노산인 메싸이오닌(methionine)으로부터 생체 내에서 합성되지만, 비타민 B의 도움으로 시스틴(cysteine)으로 변할 수 있다.
마늘을 장복하면 혈액을 맑게 하여 심장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하는데, 마냥 좋아만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사고 혹은 다른 이유 때문에 내부 출혈이 있으면, 오히려 피가 응고되지 않으면서 내출혈이 일어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을 앞둔 환자가 의사에게 마늘을 장복하고 있다는 정보를 알려주지 않아서 수술을 받다가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마늘에 포함된 무기물질 가운데 흥미로운 원소는 항산화작용을 한다고 알려진 셀레늄이다. 셀레늄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약 50μg이며, 최대 400μg 이상 넘지 말 것을 권유한다. 마늘을 재배하는 밭에 셀레늄이 들어 있으면, 풍부한 셀레늄이 포함된 마늘을 수확할 수 있다. 아마도 마늘에는 셀레늄을 잘 흡수하는 성질이 있는 것 같다. 우리 몸 속에 필요한 셀레늄이 부족하면 심장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셀레늄이 풍부한 토양에서 잘 자라는 로코초의 일종(Northern Oxytropes Flowers)
한 예로 중국 케산(Keshan)지방은 셀레늄이 부족한 토양때문에 주민 중에는 케산병이라고 이름이 붙은 심장병을 앓는 사람들이 많았다. 먹을거리를 통해서 셀레늄 섭취가 부족한 그곳 사람들에게 중국 정부에서 일부러 셀레늄을 공급했더니, 심장병을 앓는 사람의 수가 대폭 줄어들었다는 의학계의 보고도 있는 것을 보면 마늘에 포함된 셀레늄 역시 우리 몸에 좋은 역할을 한다고 기대할 수 있다. 셀레늄은 많이 먹으면 독성을 띠지만 우리 몸에 소량 필요하다. 독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로코초(locoweed)라는 식물에게 셀레늄은 성장에 꼭 필요한 필수 요소이다. 만약 여행을 하다가 로코초가 자라는 것을 본다면, 그 지역의 토양에는 셀레늄이 풍부하다고 짐작할 수 있다.
마늘의 항균성을 이용하여 상처를 치료하기도…
시골집 처마 밑에 걸려 있는 잘 말린 마늘 꾸러미가 그 집안의 살림 형편을 보여주는 척도가 되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늘 중에서도 육쪽마늘을 으뜸으로 쳐주지만, 화학자의 처지에서 보면 마늘의 형태보다는 우리 몸에 곡 필요한 물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가정상비약이 없던 시절에는 넘어지거나 베어서 깊게 팬 상처 부위에 생마늘을 쪄서 붙여놓고 헝겊으로 감싸 놓았다. 이것은 마늘의 항균 특성을 이용한 우리나라의 민간요법 중 하나였다. 상처에 생마늘이 닿았을 때 아리고 쓰린 통증을 고사리 손을 꽉 움켜쥐고 참아야 했던 어린 시절의 사건도 이제는 경험할 수 없는 아련한 추억이 되어 버렸다.
글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화학과 교수이다. [퀴리 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를 썼고, [화학의 현재와 미래]를 대표 번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