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 세례 축일 강론 >(1.11.일)
예수님은 원죄로 인해 닫힌 천국 문을 열기 위해 태어나셨고, 우리 죄를 사해주시기 위해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우리가 받은 세례에 감사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월 6일(화) 인사발령에 따라, 16일(금) 서재본당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후임은 서울 가톨릭대학교 교회법 대학원 교수로 파견된, 2005년에 서품된 지용식(마태오) 신부입니다. 저는 여섯 번째 본당으로 떠나지만, 지 신부는 첫 본당입니다. 16일 10시 미사 후에 이동할계획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백천본당 신부로서 드리는 마지막 주일미사입니다. 언제 3년 반이 지났는지 모르게, 기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주신 하느님과, 많이 도와주신 교우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주님 세례 축일을 맞아, 예수님이 요르단강에서 세례 받으신 장면을 묵상해봅시다! 하늘이 열리고, 성령께서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오며, 하늘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예수님은 아무 죄가 없으셨기에 세례받으실 필요가 없었지만, 세례받으신 이유는 우리와 함께 하시기 위해서였습니다. “나는 너희와 다른 곳에 서 있지 않겠다. 너희가 있는 바로 거기에 함께 있겠다.”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이 요르단강 물속에 들어가시는 것은 우리의 죄와 고통, 죽음 속으로 함께 들어가신다는 뜻이고, 물에서 나오시는 것은 우리를 그 심연에서 건져 올리시겠다는 약속입니다. 초대교회 때는 예비신자들에게 세례를 줄 때, 물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예식을 거행했지만, 이제는 이마에 물 세 번을 부으며 “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 )에게 세례를 줍니다.”라고 말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26년간 사제로 살면서, 많은 사람에게 세례를 주었는데, 그들이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꼈고, 쉬는 교우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세례를 통해 얻는 은혜를 네 가지로 정리하면,
첫째,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납니다.
둘째, 죄의 용서를 받습니다. 원죄와 본죄(살아가면서 짓는 모든 죄)가 씻깁니다.
셋째, 예수님께 성령이 내려오셨듯이, 세례받은 우리에게도 성령께서 오십니다.
넷째, 교회의 일원이 됩니다. 세례를 받은 우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10년 전, 50대 중반의 비신자 자매님이 와서,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신부님, 저는 죄인입니다. 저는 세례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이랬습니다. 젊은 시절,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서, 어린 두 자녀를 두고 가출했습니다. 그 후 20년간 술과 함께 방탕하게 살았고, 재혼했지만, 그 결혼도 실패했습니다. 자녀들과 연락이 끊겼고, 그들에게 나쁜 엄마로 기억되었습니다. “신부님, 제가 무슨 얼굴로 하느님 앞에 섭니까? 저는 자격이 없습니다.” 그 말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자격 없는 제가 사제가 되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자격 있는 사람만 세례받는 게 아닙니다. 세례는 자격 없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큰마음을 먹고 예비신자 교리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몇 달간은 힘들어했습니다. 죄책감이 괴롭혔기 때문인데, 점점 변화가 생겼습니다. 같은 반 교우들이 그녀를 따뜻하게 받아준 덕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교리 찰고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었는데, 세례받던 날 대성통곡했습니다. 기쁨의 눈물인지 회개의 눈물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아마 둘 다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세례 이후 달라졌습니다. 매일 성당에 나와서 기도하고, 열심히 봉사했습니다. 특히 노숙인 급식 봉사를 했습니다. 가장 밑바닥 인생을 살아보았기에, 노숙인들의 고통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1년 후, 그녀는 용기를 내어 자녀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편지였습니다. 답장이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매일 기도했고, 1년에 한 번 편지를 보냈습니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제가 곧 결혼해요. 엄마가 오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녀는 성당 제대 앞에서 엉엉 울었습니다. 해피엔딩입니다.
예비신자들을 보며 늘 느끼는 생각인데, 다른 사람들의 인도로 성당에 오든, 자기가 직접 오든 예비신자 교리를 받으면서 얼굴이 점점 달라집니다. 7개월 교리 후, 세례를 받을 때가 되면 아주 아름다워진 모습에 흐뭇해집니다.
세례의 은혜를 이웃과 나누고 갱신하기 위해 매일 하느님께 이렇게 말씀드립시다! “저는 오늘도 당신의 자녀입니다. 오늘도 저를 새롭게 하소서.”
힘들고 괴로울 때, 또 내가 쓸모없다고 느껴질 때, 세례받던 날의 감격을 기억하며 이겨냅시다! 그날 하느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자녀다.”
또한 여러 가지 이유로 마음을 잡지 못하거나,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말합시다! “당신은 하느님께 사랑받고 있는 자녀입니다.”
2022년 8월 5일, 백천본당에 와서 3년 반 동안, 온 힘과 온 정성과 온 열정을 다해 살았습니다. 그래서 아무 후회가 없습니다. 눈물이 나면 많이 우시고, 저를 위해 계속 기도해주십시오! 그동안 공동체가 많이 튼튼해졌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험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험담하는 사람은 입이 더러워지고 죄짓고, 험담의 대상은 엄청난 상처와 고통을 받습니다. 기도하지 않아서 험담하는 겁니다. 세례의 은총을 풍요롭게 가꾸어갈 수 있도록 서로를 위해 많이 기도하면서, 거룩하게 살아가시길 기도합니다. 아멘.
첫댓글 아멘🙏